"지나친 부각, 사고 나면 무조건 급발진 의심"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등 안전 장치 계속 등장
기술 발전에 맞는 운전자 교육 통해 예방 주력
평범한 오후 도심 한복판 교차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며 멈춰선 차량들 사이로 갑자기 한 대의 자동차가 불길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전자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는 멈추기는커녕 더욱 가속했다.
눈 깜짝할 사이 차는 도로를 벗어나 인도로 돌진했고 행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피하려 했다. 불과 몇 초의 순간 차는 공원의 벤치를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자동차가 갑자기 미친 듯이 속도를 냈어요!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라고 외쳤다. 이 끔찍한 사고는 순식간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급발진'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떠오르게 했다.
정말로 자동차가 그저 '미쳐버린' 것일까. 혹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었을까. 약 7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모트라인의 윤성로 대표는 "급발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어야 할 시기"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서 자동차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유튜브 채널 모트라인의 윤성로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윤 대표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운전자 교육 및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기술적 문제에만 주목하는 현재의 논의가 얼마나 편협한지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이 22일 모트라인 윤성로 대표를 만났다.

— 최근 급발진 의심 사고로 많은 이슈가 있었다. 자동차 급발진, 정말로 자동차가 원인일까.
"급발진이라는 용어 자체가 굉장히 자극적이고 마치 자동차가 혼자서 미쳐버린 것처럼 들리게 만든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 '페달 오인'이라는 단순한 인간적 실수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특히 운전자가 긴박한 상황에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혼동해 사고를 일으키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
더욱이 현대 자동차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 특히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 덕분에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아도 브레이크가 우선적으로 작동하게 되어 있어 기술적인 급발진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술은 간단히 말해 자동차가 '두 가지 명령이 동시에 들어왔을 때 더 안전한 명령을 우선적으로 따르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실수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았다고 가정해보자. 자동차는 두 페달 중 어느 쪽 명령을 따를지 결정해야 한다.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술이 있으면 차량은 항상 브레이크를 우선시한다. 즉 동시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더라도 브레이크가 먼저 작동해 차를 멈추도록 설계됐다.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 설명 영상.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은 운전자가 오인해 악셀과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을 때 차량 스스로 '브레이크 명령 먼저 따르겠다'고 인식하도록 돕는 장치다. /유튜브
이 기술 덕분에 만약 운전자가 패닉 상태에서 가속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더라도 자동차는 안전하게 멈추게 되어 급발진과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브레이크 오버라이드는 자동차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브레이크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원칙을 적용한 안전장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급발진'이라는 개념이 오히려 운전자들의 실수를 간과하게 만드는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
— 그렇다면 왜 이러한 페달 오인 사고가 발생한다고 보는지.
"사실 운전자가 페달을 잘못 밟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다. 운전 교육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운전면허를 딸 때 페달을 정확히 밟는 방법이나 브레이크 시스템의 원리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운전자들이 많다. 결국 이러한 교육의 부재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페달 오인 사고가 잦자 현대차와 도요타와 같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페달 오인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이를 예방하기 위해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과 같은 기술을 개발했다."

—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급발진을 주장한다. 급발진 예방법으로 '인도에 차를 몰아 타이어를 터뜨려야 한다'는 등의 방법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위험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인도로 차량을 몰아 타이어를 터뜨리라는 제안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는 절대 이런 식의 해결책을 제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동차가 100㎞의 속도로 달리는 상황에서 인도 혹은 벽으로 차를 몰면 큰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인도는 보행자가 다니는 곳이다.
급발진 상황에 처했을 때 '내 차도 급발진이구나'가 아니라, '내가 악셀 페달을 브레이크로 혼동해 밟는 것은 아닐까'부터 생각해야 한다. 운전자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더 안전하고 현실적인 방법을 배워야 한다."
— 최근 테슬라의 전기차가 잇따라 급발진 사고 의심을 받기도 했는데, 테슬라의 경우는 어떻게 보는지.
"테슬라는 다른 전기차 제조사들과는 다르게 여전히 물리적인 브레이크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테슬라가 급발진 사고 의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운전자가 '원페달 드라이빙'이라는 기능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혼란 때문이라고 본다.
이 기능은 회생제동 장치를 통해 가속 페달 하나만으로 속도를 조절하는데, 브레이크 페달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평소 운전할 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습관이 들어 갑작스런 돌발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게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테슬라의 시스템은 아직 과도기에 있다. 전자식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원페달 드라이빙을 권장함으로써 운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테슬라에게 원페달 드라이빙 모드를 없애도록 조치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 사고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기본적인 운전 습관을 제대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어떻게 정확히 밟는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발을 매트에 대고 발목만 움직이며 브레이크, 악셀 페달을 밟아야 하는데 아직도 다리 전체를 들고 양 페달을 옮기며 밟는 경우가 많다. 고쳐야 할 부분이다.
운전자 스스로가 급발진이라는 것에 대해 과도한 공포를 가지기보다는 페달 오인과 같은 자신의 실수를 먼저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제조사도 이미 페달 오인 방지 장치를 많이 탑재하고 있지만 운전자가 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효과가 나올 것이다"
— 윤 대표는 운전 교육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운전 교육은 단순히 면허 취득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안전한 운전을 위한 기본을 다지는 과정이어야 한다.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의 정확한 사용법, 급정지 상황에서의 대처법, 그리고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에 대한 이해 등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운전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강조되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계속 도입되는 만큼 운전자 교육도 이에 발맞춰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 급발진 공포감 속에서 제조사 입장에선 운전자의 페달 오인 실수도 충분히 언급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동안 자동차 제조사들이 급발진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제조사들이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이유는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특히 대기업이 어떤 입장을 표명하면 대중이 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오히려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 급발진 사고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
"자동차는 소모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이 배우고, 이해하고, 예방해야 한다. 제조사들도 최선을 다해 기술적 결함을 줄이고 있지만 결국에는 운전자가 올바르게 차량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급발진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우리가 실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윤성로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자동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제조사와 운전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급발진 사고는 단순히 기술적 결함이 아닌 우리가 조금만 더 신경 쓰고 주의를 기울이면 예방할 수 있는 사고"라며 우리 사회가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바라보는 시각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