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시플레저’ 확산에 라이트 맥주 앞세워
‘카스 라이트 vs 테라 라이트’로 1위 경쟁
맥주 소비량 감소에 ‘라이트’ 구원투수 기대

올 하반기 주류업계 맥주 경쟁은 ‘라이트’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도 오비맥주의 카스가 13년째 1위를 기록하며 독주가 이어진 가운데, 경쟁사인 하이트진로가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라이트 맥주’를 출시하며 하반기 판도 변화를 이뤄낼지 이목이 쏠린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라이트 맥주는 ‘제로 슈거', '저칼로리', '낮은 도수' 등의 특징을 내세우는 제품이다. 가볍게 즐기는 음주문화와 함께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주류업계 양대산맥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이들을 겨냥하기 위한 라이트 맥주 시장을 키우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국내에선 오비맥주의 ’카스 라이트‘가 2010년 출시 이후 라이트 맥주 카테고리를 선도하고 있다. 카스 라이트의 칼로리는 100㎖당 25㎉로 카스 프레시보다 열량이 33% 낮다. 알코올 도수는 카스 프레시보다 0.5도 순한 4.0도다. 올해 2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에 맞춰 ‘라이트’를 강조한 패키지 리뉴얼에 나섰다. 이후 하이트진로도 지난 7월 ’테라 라이트‘를 출시하며 오비맥주 견제에 돌입했다. 테라 라이트도 카스 라이트와 동일하게 100㎖당 25㎉에 알코올 도수는 4.0이다.
양사는 최근 라이트 맥주 시장에서 자사가 1위라는 점을 홍보했다. 지난달 19일 하이트진로는 보도자료를 통해 ‘테라 라이트’가 출시 2주 만에 1000만 병 판매를 돌파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자료를 인용해 테라 라이트가 지난 7월 전국 대형마트에서 2위 브랜드와 약 1.4배의 판매량 격차를 내며 라이트 맥주 점유율 1위에 올랐다고 밝힌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라이트의 흥행에 힘입어 초기 생산량보다 출고량을 1.5배 이상 늘렸다. 또한 대형마트 가정용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유흥 시장용 병 제품도 함께 출시했다.
3일 뒤인 지난달 21일 오비맥주도 보도자료를 통해 카스 라이트가 전체 라이트 맥주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알렸다. 테라 라이트를 견제하기 위한 반박 내용인 셈이다.
오비맥주 역시 닐슨코리아 자료를 인용해 카스 라이트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국내 가정용 맥주 시장 판매량 집계에서 3.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전체 맥주 브랜드 중 6위를 차지했고, 전년 동기 대비 0.4%p 성장, 2023년 8위에서 전체 6위로 두 계단 올라서며 ‘라이트 맥주’ 중 1위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일반 라거 맥주인 오비맥주의 카스 프레시는 상반기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44%의 점유율로 전체 맥주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했다.
오비맥주는 라이트 맥주 인기에 맞춰 미국의 저칼로리 라거 맥주 '미켈롭 울트라'를 지난 5월 국내에 선보였다. 모회사인 AB인베브가 미국에서 2002년 출시한 미켈롭 울트라는 저칼로리, 제로 슈거, 저탄수화물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국내에선 골프선수 고진영을 홍보모델로 발탁해 골프장 중심으로 판매를 전개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 판매 채널을 확대하며 인지도 높이기에 나서며 시장 점유율 방어에 돌입할 전망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저칼로리 맥주 '클라우드 칼로리 라이트'는 지난 2022년 6월 출시 이후 2년 만인 지난 7월 단종됐다. 대신 롯데칠성은 클라우드 오리지널과 함께 신제품 '크러시'에 집중할 방침이다. 크러시는 지난해 11월 출시 후 45% 이상 매출 신장세를 보이며 주류 부문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이처럼 주류업계의 점유율 경쟁은 기존 라거 맥주 제품에서 라이트 맥주로 확장된 모양새다. 해외 시장에서도 라이트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라이트 수요가 커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미국 증류주 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 맥주 시장에서 지난해 소비된 맥주 양은 약 189억 리터로 이중 52%는 라이트 맥주가 차지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맥주 매출 규모가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라이트 맥주가 ‘구원투수’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농수신삭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 소매시장 매출 규모는 3조9000억원대를 기록했다. 2020년 4조3800억원대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다. 맥주 소비량이 감소하는 실정에서 최신 트렌드인 ‘헬시플레저’를 반영한 라이트 맥주를 통해 변화된 음주 문화에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주류 문화가 바뀌며 건강하게 마시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라이트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하반기 각사마다 라이트 맥주 마케팅에 비용을 더 투자하는 등 라이트 맥주 인지도 확대에 열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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