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블루 직장폐쇄, 노사 갈등 격화
임금·공급 책임 공방, 400일 쟁의
위스키 시장 침체, 업계 갈등 우려

골든블루 노동조합 부산 센텀 사무소 오너일가 규탄 집회 /골든블루 노동조합
골든블루 노동조합 부산 센텀 사무소 오너일가 규탄 집회 /골든블루 노동조합

국내 위스키 업계 1위 업체인 골든블루가 ‘직장폐쇄’에 돌입했다. 위스키 업계 전반으로 불황이 심화된 가운데 노동조합과의 갈등 국면이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서 업계에서도 노사 간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14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골든블루는 지난 9일 오후 6시 전격적으로 노동조합에 부분 직장폐쇄를 통보했다. 영업1권역본부 동부지점, 서부·남부·북부지점 등 일부 영업점에 해당한다. 특히 서울·경기권을 담당하는 영업1권역본부의 경우 골든블루의 전체 영업 사무소 15개 중 26% 정도를 차지한다. 해당 지점들의 조합원 25명은 업무 배제와 임금 지급 및 사업장 출입이 금지됐다. 이는 전체 직원 중 약 10%에 달하는 인원이다.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의 직장 점거 등 적극적인 쟁의행위에 대항할 수 있는 회사 측의 조치다. 골든블루가 내세운 직장폐쇄 기간은 노동조합이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할 때까지다. 노조 측은 이번 직장폐쇄가 파업 등에 돌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행돼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골든블루는 오랜 기간 노조와의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해 8월 골든블루가 맥주 사업 철수, 위스키 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희망퇴직을 단행해 노조 반발이 더욱 극심해졌다.

골든블루와 노동조합은 2023년과 2024년 2개년도 임금인상율 확정과 단체협약 갱신을 목적으로 2023년 7월 12일부터 현재까지 22회의 정식교섭과 4회의 추가 실무교섭, 총 26회의 교섭을 진행했으나 양측의 이견으로 교섭이 타결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2023년 골든블루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도 직원 기본급 인상은 역대 최저인 3.5%에 그친 반면, 주주배당금은 오히려 30%나 늘어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지난해 2월 23일부터 4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준법투쟁을 포함한 소극적 쟁의행위를 이어오며 갈등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노조는 회사가 직장폐쇄의 이유로 매출 하락을 들고 있다는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해 말 회사가 판매 증대를 목적으로 기존 1박스 6본입이던 제품을 1박스 7본입(6+1 구성)으로 변경해 거래처 재고가 누적되며 출고량이 감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은 “사측이 초래한 과잉 공급의 부작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영업 전략 실패를 노동조합 탓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며, 이를 직장 폐쇄의 이유로 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골든블루는 “2023년 말에도 출고가 인상(10월)을 앞두고 거래처의 과매입이 있었음에도 2024년 1분기 매출은 2023년 동기 대비 28.36% 감소에 그쳤다”고 반박하며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2.57%의 매출 감소를 기록하며 훨씬 더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으며 12년 만에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이는 단순한 재고 누적으로 인한 일시적 판매량 감소로 보기 어렵고 경기 침체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인 수준의 하락으로, 회사의 지속 가능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에 당사는 타 지역 대비 쟁위행위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영업 차질이 컸던 수도권 일부 지점에 대해 불가피하게 직장폐쇄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위스키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마무리되던 무렵 ‘보복 소비’ 열풍에 위스키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최근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며 주요 위스키 업체들은 모두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노사 간 갈등이 다른 주류 수입사로도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골든블루는 지난해 매출 2094억원, 영업이익 33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6.6%, 32.1% 감소했다. 윈저글로벌도 2023회계연도(2023년 7월~2024년 6월) 매출이 1032억원으로 전년 동기(1102억원) 대비 6.4% 줄었고, 같은 기간 페르노리카코리아 매출도 1751억원으로 전년(1852억원) 대비 5.5% 감소했다.

시장에선 골든블루의 박용수 회장과 오너 일가가 보유한 81.65% 지분을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골든블루 측은 “사실무근이며 매각 계획이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골든블루 노조는 직장폐쇄가 철회되고, 정당한 단체교섭이 이루어질 때까지 서울 강남과 부산 본사 앞에서 ‘골든블루 오너일가 규탄 집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골든블루는 직장폐쇄와 별개로 노조와의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당사는 앞으로 향후 갈등의 장기화를 막고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해결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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