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천연가스·SMR 새 먹거리 낙점 
선박건조 역량 활용 여지 커 시너지 최대
신에너지 연계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주력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삼성중공업

국내 조선사들이 에너지 사업자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사들은 선박 건조 역량을 활용할 여지가 많은 해상풍력,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을 새 먹거리로 낙점했다. 그룹 계열사와 협력해 에너지의 생산, 수송, 활용에 이르는 공급망 전반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19일 조선업계 입장을 종합해보면,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들어 에너지 분야 연계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중개·매매·공급업·발전업·설비 임대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고, 삼성중공업도 선박용 천연가스 사업 추진에 나섰다. 한화오션은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 목적에 터빈, 발전소, 에너지, 전력 판매 등 사업을 추가했다.  

조선사들의 가장 두드러진 진출 분야는 해상풍력 시장이다. 해상풍력 기술은 바다 위에 떠다니는 대형 구조물을 만든다는 점에서 조선업의 기술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는 이러한 니즈에 부응해 해상풍력 설치선(WTIV), 풍력발전기 하부 구조물, 대형 부유식 설비, 해상 변전소 등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7일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와 풍력발전 설비의 부유식 하부구조물 제작과 이를 타워·발전용 터빈과 통합시키는 마샬링 작업 수행을 위한 독점 공급 합의서(PSA)를 체결했다. 

두 기업은 울산시 연안 70㎞ 바다 위에 15㎿급 풍력발전기 50기를 설치해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구축하는 ‘반딧불이 해상풍력 프로젝트’ 수주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연내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인 가운데 에퀴노르가 사업 수행자가 되면 삼성중공업이 이곳에 투입될 발전설비 50기의 하부 구조물을 생산하게 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스코틀랜드 경제개발기구와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HD현대중공업은 부유식 해상 구조물 설계 및 제작 노하우를 공유하고 공급망 최적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해상풍력 사업 확대를 위해 필리핀 수빅 야드 일부 부지와 설비를 임차한다.

한화오션은 현재까지 총 2척의 WTIV를 인도했고, 2척의 대형 WITV를 건조 중이다. 국내 조선사 중 최고 실적이다. 한화오션은 WTIV 및 해상변전소 역량을 바탕으로 해상풍력 가치사슬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상풍력은 조선사들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신사업이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짧은 시간 내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라고 분석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해상 SMR 시장도 새 먹거리로 삼고 있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과 원자력 기술을 보유한 만큼 ‘바다 위 소형원자력발전소’ 시장을 초기부터 장악하기 위해서이며, 원자력 추진 선박까지 이어질 수 있는 미래 사업 기회도 염두에 둔 시도이기도 하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글로벌 주요 프로젝트들과의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해상 SMR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원전 대비 안정성과 경제성을 극대화하면서 해안·도서 지역 산업단지 등에 전력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는 부유식 SMR을 건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빌 게이츠가 만든 SMR 기업 테라파워와 기술 교류를 강화하며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현재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협업 중이다. 미국 에너지 회사 서던컴퍼니, 원자력 발전 솔루션 회사 코어파워 등과 함께 4세대 원자로(용융염) SMR을 현실화한다는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HD한국조선해양은 작년에 SMR 기반 발전선의 디자인 콘셉트를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개념승인 받았다”며 “2030년께 테라파워와 소규모 실증을 진행해 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도 해상 SMR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월 해상 원자력 발전 설비 부유체인 소형용융염원자로(CMSR) 파워 바지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덴마크 SMR 개발업체인 시보그와 CMSR을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설비 제품 개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28년까지 CMSR 파워 바지 제품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바지에는 100㎿급 CMSR을 2기에서 최대 8기까지 탑재할 수 있다. 부유체 내에 스팀 터빈 발전기와 송배전 설비도 갖췄다. 한화오션은 인도네시아 원전 개발회사 토르콘 인터내셔널에서 추진하는 해상 원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부유식 SMR은 단순한 전력 생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 선박의 연료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부유식 원자력 발전설비는 기후 변화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 가능한 무탄소 에너지 솔루션”이라며 “부유식 수소, 암모니아 플랜트로 확장 가능한 차세대 기술”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원자력 추진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원자력 추진선의 경우 아직까지 군사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탄소중립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면서 민간 활용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부유식 SMR의 경우 자연스럽게 원자력 추진 선박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이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민간용 원자력 추진 선박 건조를 위한 논의를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머잖아 한국 조선 기업들에 큰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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