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에너지 계획에 새 원자로 건설 방침
신재생만으론 탄소배출 감축 한계 느껴
日 국내 국민 반발 부를 가능성도 거론

2014년 11월 27일 촬영된 일본 간사이전력 다카하마 원전 /연합뉴스
2014년 11월 27일 촬영된 일본 간사이전력 다카하마 원전 /연합뉴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후 전국의 54기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며 탈원전을 채택했던 일본이 최근엔 완전히 선회하여 친원전 기조를 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원전 없이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해서는 글로벌 탄소배출 감축에 대응할 수 없는 게 현실임을 인지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말 발표 예정인 ‘7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전력회사가 노후 원전을 폐로하는 경우 그 수만큼 새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을 방침이다. 

일본의 에너지기본계획은 국가 중장기 에너지 정책 방향의 지침이 되는 것으로 3년마다 개정된다. 이번 제7차 기본계획에서는 2040년도 전원 구성(에너지믹스) 목표가 발표될 전망이다. 

이같은 조치는 규슈전력(九州電力)의 센다이 원전(川内原発)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규슈전력은 사가현(佐賀県)에 있는 겐카이 원전(玄海原発) 원자로 2기를 폐로하는 대신 가고시마현(鹿児島県)에 있는 센다이 원전에 증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본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건 원전 없이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해서는 글로벌 탄소배출 감축에 대응할 수 없음을 인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은 2011년 3월 11일 동부 지역에서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하면서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가 손상되고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일본 정부는 원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자 후쿠시마 사고 이듬해인 2012년 신규 원전 금지와 원전 운전 기간을 제한하는 ‘원전 제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일본 국민의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에 관한 인식이 고조되면서 점차 원전 가동을 중지했고 결국 2013년 9월부터는 일본 내 17개 원자력발전소의 총 54기 원자로 모두 가동이 중지됐다. 

하지만 원전 가동 중단으로 인해 대내적으로는 일본 국내 경제 및 제조업에 영향을 미쳤고, 대외적으로는 원전 수출에 위기를 맞았다. 급기야 부족한 전력을 메우기 위해 노후화되어 유휴상태였던 화력발전까지 가동했고 발전용 연료 수입 증가로 발전비용이 증가하자 일본의 전력회사 10곳 중 8곳이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일본의 원전 가동 중단은 전력 소모량이 많은 제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고 일본의 경기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일본 재계에서는 원전 중단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기업의 경영 사정 악화를 이유로 원전 재가동을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정치권과 사회에서는 원전 재가동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졌다. 일본 정부는 2014년엔 다시 원전을 정식 에너지원으로 규정했다. 2017년엔 가동 연한(40년)이 임박한 노후 원전에 수명 연장(20년 추가)을 허용하고, 원전 가동을 중지했던 시기는 연한에서 제외하는 등 원전 재사용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한국은 고리1호기를 영구 폐쇄하고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등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던 때다.

급기야 일본 정부는 2021년 10월 수립한 ‘제6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20~22%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명시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보수적인 운영으로 2019년 전체 전력원 중 원전 비중이 6%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도전적인 목표였다.

이번 7차 에너지기본계획에는 6차 계획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고위공무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사회적 합의에 근거한 정책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며 “나아가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6차 계획 기조를 계속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일본 정부의 친원전 정책으로의 적극적 선회에 일본 국내에서 반발을 부를 수 있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 정부는 노후 원전을 폐로하는 만큼 건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원자로의 전체 숫자는 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원전 의존도를 가능한 한 낮춘다’는 기존 방침과는 분명 모순되는 지점이어서다.  

한편 한국 정부도 최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 4기 추가 건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2038년 최대 전력 수요가 지난해보다 30.6GW(기가와트) 늘어난 128.9GW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신규로 필요한 발전설비도 지난해에는 2036년까지 1.7GW가 필요하다고 봤지만 올해는 2038년까지 10.6GW가 예상돼 10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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