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수요 폭증 대비 부활하는 美 원전
中 저가 태양광 패널 때리기에 업계 반향
한화·HD현대 등 국내업체 수출경쟁력 커질 듯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세계 경제의 핵심 축인 미국의 에너지 정책 트렌드가 국내 기업들에도 기회의 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은 기후 변화 대응과 부족한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 산업 부흥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시에 태양광 패널은 저가 중국산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 중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원전 관련 기업들과 태양광 패널에 오랜 기간 집중해 온 곳들이 장기 투자에 나설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할 적기로 분석된다. 

4일 여성경제신문이 산업통상자원부 및 에너지 업계를 취재한 결과, 미국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이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하려면 원전 설비용량을 최소 3배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최근 발표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미국은 2050년까지 200기가와트(GW)의 원전 용량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는 AP1000 등 기존 대형 원전을 비롯해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계획까지 포함된다. 

그랜홈 장관은 2022년에 폐기한 팰리세이즈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해 에너지부가 15억 달러(약 2조700억원)의 금융을 지원한다고 지난 3월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에서 원전 산업 부흥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전력 수요가 늘어날 미래에 전력 공급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인공지능(AI) 시대, 데이터센터 확장과 제조업 부흥으로 인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전력이 요구된다. 이 전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된 지구온난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로부터 생산돼야 하는 과제까지 안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풍력과 태양광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원전을 되살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세계 에너지 경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어든 이 시대 변화의 흐름에 미국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시 원자력발전을 늘리는 것을 대안으로 삼았으며 특히 태양광 패널은 저가 중국산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의 핵심 축인 미국의 에너지 정책의 트렌드는 국내 기업들에도 기회의 문을 열어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원전 관련 기업들과 태양광 패널에 오랜 기간 집중해 온 곳들이 장기 투자에 나설 수 있을지 검토를 해봐야 할 시점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두산에너빌리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APR1400 등 다양한 노형의 대형 원전 주기기 제작에 참여해 오며 원자력 산업과 설계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구축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SMR 시장이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은 훨씬 높은데 건설비는 10% 수준에 불과하다. 대량의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 AI 데이터센터 인근에 설치할 수 있어 접근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SMR이 에너지 분야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 최대 SMR 설계업체인 뉴스케일파워가 추진 중인 50조원 규모 SMR 건설 프로젝트 참여도 기대된다. 뉴스케일파워가 스타트업이었던 2019년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지분투자를 시작했다. 20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통해 뉴스케일파워가 수주하는 프로젝트에 핵심 부품 납품 권리를 가졌다. 

또한 두산에너빌리티는 고온가스로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엑스 등 미국 4세대 SMR 개발사와 협력도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SMR 제작 업체들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미국은 올해 11월 예정된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SMR에 대한 지원 정책을 일관적으로 펼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고무적이다. 

거상정공, 경성정기, 경성아이젠, 금광테크, 다성EMC, 대한중기공업, 범성정밀, 삼부정밀, 삼홍기계, 세라정공, 세안정기, 영진테크윈, 유로테크, 유창공업, 원비두기술, 지에스중공업, 현성정밀, 현승지앤티 등 두산에너빌리티의 협력사들도 함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중국산 저가 태양광 패널 때리기 정책에 우리 태양광 기업들도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6일 중국산 태양광 전지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고, 태국·베트남·캄보디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4개국을 우회했던 모듈들도 반덤핑 및 상계관세 유예를 만료했다. 지나치게 관세가 낮았던 중국산 제품들의 물량 공세에 관세 장벽을 세워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이었다. 

비상에 걸린 중국 업체들과 달리 한국 태양광 업체들은 부진한 실적 흐름에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중국산 저가 공세에 1분기 적자를 보이며 고전했지만, 이번 조치로 미국향 수출이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에 현지 공장을 세우는 것을 검토 중인 HD현대에너지솔루션에도 긍정적인 소식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중국 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점은 한국 태양광 기업들에 고무적인 소식”이라며 “현재 과잉 재고와 공격적인 가격 경쟁으로 고전하고 있는 태양광 업황의 방향성을 의미 있게 전환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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