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가동 허용 법안 승인
2027년 원전 재개 목표 설정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충격으로 세계 최초로 탈원전을 선택한 이탈리아가 방향을 다시 바꿨다. 거대한 탈탄소 물결에 원전 폐쇄 결정을 내린 국가들에 주는 함의가 클 것으로 보인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내각 회의를 열어 원자력 기술의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국민투표로 원자력 발전이 금지된 지 40여년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탈리아 환경에너지부는 2050년까지 전체 발전량 중 원전 비중을 최소 11%로 끌어올리고 탈탄소화 비용 170억유로(약 25조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의회의 법안 통과 절차를 거쳐 2027년까지 원전 재개를 위한 법적·기술적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 뒤 영상 메시지에서 “오늘 정부는 청정하고 안전하며 저렴한 에너지를 확보하고 에너지 안보와 전략적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1960~1970년대에 원전 4기를 건설하고 야심 찬 원전 확대 계획까지 수립하는 등 유럽 내 원전 강국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1986년 4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에서 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 사고가 터지자 이듬해 11월 국민투표에서 찬성률 80%를 얻어 탈원전을 채택했다. 당시 운영되던 원전 4기는 즉각 가동이 중단됐고 1990년 마지막 원자로가 폐쇄되면서 이탈리아는 세계 최초의 탈원전 국가로 기록됐다.
이탈리아는 탈원전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있다. 국영 전력회사인 에넬은 스페인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고, 에너지 기업인 에니는 미국에서 핵융합 원자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사업을 추진할 국영 기업도 설립될 예정이다.
한 원전 전문가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 위기가 불거지면서 이탈리아 내부에서 재도입 목소리가 커졌다”며 “이탈리아는 여전히 원자력 부문에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원전 재도입이 비교적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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