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을 하든 친원전을 하든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 확보 
우리 세대 풀어야 할 필수 과제

윤석열 정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두 해를 보냈다. 공약했던 정책 효과가 하나둘씩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솎아내야 하는지 분별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기대했지만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를 바 없어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정책들도 거론된다. 출범 3년차에 진입한 윤석열 정부가 실타래를 풀어야 할 정책 과제가 무엇인지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사용후핵연료를 보관 중인 원전 내 저장수조. [사진=원자력환경공단]
사용후핵연료를 보관 중인 원전 내 저장수조. [사진=원자력환경공단]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임시저장시설이 2030년 포화상태에 도달할 전망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시간을 흘려보낼 경우 다수의 멀쩡한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해 전력 공급 대란과 국가 경제의 천문학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상위 10개국 중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하 방폐장) 부지 선정에 착수조차 못 한 나라는 인도와 한국뿐이다. 지금이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확보를 위한 정책이행에 두 팔을 걷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30년부터 한빛, 한울, 고리 원전 순서로 각 원전 내부 습식 저장조가 순차적으로 포화될 전망이라 부지 내 저장시설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수명이 다된 우라늄 핵연료인 사용후핵연료는 섭씨 300도에 달하는 높은 붕괴열과 방사능을 내뿜는데 저장수조의 물이 붕괴열을 식혀주고 방사능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습식 저장조는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다. 

사용후핵연료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지하 500m에 영구적으로 보관·처리할 수 있는 고준위 방폐장이 필요하다. 이를 마련하지 못해 원전 내 저장수조에 임시보관하고 있는 게 정확한 실상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2030년 한빛 원전,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고리 원전 순으로 원전 내 저장수조가 가득 차게 된다. 국내 원전 25기에서 이미 발생한 사용후핵연료 1만8600t을 포함해 총 32기의 총발생량 4만4692t의 처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축구장에 쌓으면 2m 높이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하 고준위법)이 결국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는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인 오늘(29일)까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를 개최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은 지금까지 모두 무위에 그쳤다. 울진·영덕·영일(1986~1989년), 안면도(1990~1991년), 굴업도(1994~1995년), 부안(2003년) 등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9차례 처분장 확보를 위한 시도가 실패했다. 

문제는 사용후핵연료가 가득 차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원전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원전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32.8%를 차지할 전망이다. 탄소중립 정책으로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줄여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원전 가동 차질은 치명적이다. 

탈원전을 하든 친원전을 하든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 확보는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할 필수 과제라는 이야기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원전 상위 10개국 중 부지 선정에 착수 못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인도 뿐”이라면서 “사용후핵연료의 관리비용 증가, 안정적인 전력 생산에 대한 위협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사용후핵연료 포화로 국내 발전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원전 가동에 차질을 빚으면 산업계를 비롯해 모든 분야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지하수조에 그냥 두는 건 조속한 이전을 희망하는 원전소재 지역민의 바람도 거스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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