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관건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부지 선정 과정에 지역민 반대도 과제
“글로벌 해체시장 첫 발 딛었다”는 평가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1호기(오른쪽 첫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1호기(오른쪽 첫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의 해체가 최종 승인됐다. 1978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지 47년, 2017년 영구 정지된 지 8년 만이다. 국내에서 상업용 원전이 해체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총 5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마련됐다. 다만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을 비롯한 방폐장 부지 마련, 지역주민과의 수용성 확보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제206회 회의를 열고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안’을 의결했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은 2021년 5월 원안위에 고리 1호기의 최종해체계획서를 제출했다. 원안위는 2022년 1월부터 본심사에 착수했고 약 3년 만에 해체를 승인한 것이다.

원안위는 고리 1호기 최종 해체 계획서에 대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심사 결과 등을 검토한 결과 고리 1호기의 해체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한수원이 해체에 필요한 기술 능력을 확보했고 해체 계획과 전략이 적합하며 작업자와 주민 피폭 선량이 모두 기준치 이내라는 것이다.

한수원은 이날 원안위 해체 승인에 따라 내달부터 ‘해체 준비’ ‘주요 설비 제거’ ‘방사성폐기물 처리 및 부지 복원’ 순으로 해체작업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해체 비용은 1조713억원으로 한수원은 이 비용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고리 1호기 내부 대형 수조인 습식저장조에 전체 사용후핵연료의 약 35%가 임시보관돼 있으며 나머지는 고리원전본부 내 다른 발전소 저장시설에 흩어져 임시보관 중이다. 본격적인 해체에 착수하려면 원전 건물 자체를 해체해야 하므로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옮겨 보관할 별도의 공간 확보가 필수적이다.

관건은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다. 고리본부 내 각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현재 포화상태다. 고리 1호기는 영구정지 이후 잔여 저장공간을 활용할 수 없어 저장용량이 이미 100%에 도달했다. 고리 2호기는 93.6%, 3호기 99.0%, 4호기 98.0%로 임계치에 근접해 있다.

한수원은 일단 고리원전 부지 내에 건설 예정인 건식저장시설로 옮길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8월 중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건식저장시설의 설계는 현재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예전에 유사 시설을 운영한 경험도 있는 만큼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처분장을 찾는 과정에서 지역주민 반발이 거세질 수도 있다.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제정으로 주민 보상 근거는 마련됐지만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은 대표적 기피시설인 만큼 지역사회의 반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해체 과정에서 방사성물질 피폭 등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과제다. 원안위는 세계적으로 원전 해체 과정에서 방사성물질 피폭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지만 향후 해체 과정에서 지역협의회를 통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할 예정이다.

한수원이 원전 해체에 필요한 핵심기술 절반가량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기술 실증은 이뤄지지 않아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국제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해체 작업을 통해 실증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난제가 많이 남아있지만 고리 1호기 해체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세계 원전 해체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동 수명이 다해 영구 정지된 원전은 증가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전 세계 22개국에서 215기의 원전이 영구 정지된 상태다. 이 중 25기가 해체 완료됐다. 

IAEA는 2050년까지 약 600기 이상의 원전이 해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전업계는 원전 해체 시장이 향후 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리 1호기 해체를 통해 현장 경험과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 해체를 위한 핵심 기술 총 96개를 보유했다. 한수원이 58개,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나머지 38개를 각각 확보한 상황이다.

건설부터 운영, 해체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수출 기반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 원전으로 해체 기술을 실증할 수 있어 원전 전주기 기술을 다 갖고 있게 된다”며 “상대국 입장에서는 원전 가동 이후 해체까지 염두해 우리나라에 원전 건설을 맡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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