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시니어 입장가] (15)
치매 아내와 살 집짓기 90 돼서야 완공
노후의 집은 노인 맞춤 리모델링이 필요

캐나다 영화다. 마이클 맥고완 감독이 만들었고 제임스 크롬웰, 주느비에브 부졸드, 캠벨 스코트, 줄리 스튜어트 등이 출연했다.
노후에 자기 집에서 살다가 늙어 죽고 싶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거동이 불편해지면 어쩔 수 없이 요양원, 요양 병원 아니면 결국 병원에 실려 가 죽음을 맞는다. 경제적으로 좀 나은 사람은 실버타운에 입주하기도 한다.
자기 집도 노인들이 계속 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동선을 최소화하고 동선에는 낙상사고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들이 없어야 한다. 벽 쪽으로는 손잡이 레일을 달아야 붙잡고 이동하기 좋다. 문지방도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없애야 한다. 노인들은 거동이 불편하고 집안에서 일어나는 낙상사고가 가장 많다는 통계도 있기 때문이다.

89세 크레이그 모리슨은 평생 해로한 아내 ‘아이린’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자 바다가 보이는 멋진 위치에 새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그 후 아내가 집안 계단에서 넘어지고 신발에 걸려 넘어지며 엉치뼈가 부러지자 병원에 입원하고 재활치료를 받는다. 그동안 그녀를 위해 휠체어로도 생활할 수 있는 직접 맞춤형 새집을 짓는 중이다.
보통은 여자가 남자보다 평균 수명이 길기 때문에 남자가 먼저 병을 얻어 아내의 보조를 받는다. 그런데 여자가 먼저 잘못될 수도 있다. 늙어서 혼자 사는 사람 걱정을 하지만, 이런 점에서는 독거노인이 홀가분하고 자유롭다.
이 남자는 아내에게 지극정성이다. 몸이 불편한 아내를 위해 침대를 침실에서 아예 거실로 옮겨 놓았다. 손님이 오면 지저분해 보이지만, 올 손님도 없고 남의 눈치를 볼 형편이 아니다. 이제는 당연히 아내를 위해 요리도 한다. 옷차림도 우리 한국 시니어들이 입는 체크무늬, 격자무늬 옷들이라 친근감이 간다.
둘이 침대에 누워 지나온 인생을 반추하는데 같이 산 지 61년이나 되었다. 한때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준 적이 있었던 것도 얘기하지만, 상대 여자가 죽는 바람에 옛일이 되었다. 부부는 서로 사랑한다. 아내는 남편을 잘생긴 남자라고 뿌듯해한다.

크레이그의 ‘집짓기 프로젝트’가 한창일 즈음, 시청 건축과에서는 자재부터 건축방식까지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사사건건 참견한다. 관청의 횡포다. 크레이그는 2년 이상 건조한 가문비나무를 썼으며 건축에 대해 자신 있다며 항변한다. 아버지가 조선소의 목수였다며 그에게 배운 목수 솜씨로 내 땅에서 내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집을 짓겠다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하지만, 관청은 점점 더 완고하다. 자존심을 굽히고 법만 내세우는 고지식한 담당자에게 찾아가서 사과도 하고 사정도 해보지만 소용없다.
그러나 크레이그 모리슨은 점점 더 악화하는 아내를 위해 집짓기를 강행하고, 결국 법 위반으로 구속될 위기에 처한다. 짓던 집은 관청에서 불법이라며 밀어 버린다고 했다. 실제 그런 선례도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 기자들이 나서고 변호사가 나서 법은 기준일 뿐이고 크레이그가 하는 일은 막으면 안 된다고 항변하면서 해결된다. 법치국가에서 법은 기준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므로 융통성 있게 운용되어야 한다는 해석이다.
드디어 재활병원에서 돌아온 아내를 새집에서 맞는 장면이 엔딩이다. 해피엔딩 프로젝트가 완성된 것이다.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 부부는 90세가 넘어 이 집에 들어와 산다는 엔딩 자막이 나온다. 죽고 나서 어디에 묻힐 것인가만 생각하기보다, 살아 있는 그날까지 내 집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살 궁리를 해 보는 것이 더 실용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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