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시니어 입장가] (16)
자살하려던 수미가 찾아간 곳은
서진이가 일하는 호스피스 병동
중환자들이 마지막 머무르는 곳
자원봉사를 하면서 깨우친 것은

2022년 개봉한 <안녕하세요>는 차봉주 감독 작품으로 김환희, 유선, 이순재, 송재림 등이 출연한 영화다. 호스피스 병동을 소재로 한 이야기다.

영화 '안녕하세요' 스틸컷 /구글 이미지 캡처
영화 '안녕하세요' 스틸컷 /구글 이미지 캡처

열아홉 수미(김환희)는 고아로 자라 외로운 세상 속에서 사는 게 너무 힘겹다. 보육원 원장의 폭력과 성추행, 아르바이트할 때 술에 취한 사람의 행패, 학교에서는 학교 폭력 등 이런 험한 세상에 더 이상 살 자신이 없다며 죽음을 결심한다. 한강 다리 난간에 올라가 뛰어내리려는데 누군가 붙잡고 죽을 용기가 있으면 열심히 살라며 명함을 주고 간다.

늘봄 호스피스 병동 수간호사 서진(유선)이었고 그녀의 제안에 따라 늘봄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간다. 요양원이나 중환자실을 거쳐 더 이상 치료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머무르는 시설이다.

수미가 한강 다리 난간에 올라가 뛰어내리려는데 누군가 붙잡고 죽을 용기가 있으면 열심히 살라며 명함을 주고 간다. 늘봄 호스피스 병동 수간호사 서진(유선)이었다. 영화 '안녕하세요' 스틸컷 /구글 이미지 캡처
수미가 한강 다리 난간에 올라가 뛰어내리려는데 누군가 붙잡고 죽을 용기가 있으면 열심히 살라며 명함을 주고 간다. 늘봄 호스피스 병동 수간호사 서진(유선)이었다. 영화 '안녕하세요' 스틸컷 /구글 이미지 캡처

호스피스 병동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녕하세요"부터 한다. 수미가 보기에는 이 사람들이 곧 죽을 사람들 같아 보이지 않았다. 작가, 바리스타, 홍삼 캔디를 즐기는 할머니, 영어 공부하는 할머니, 화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예상치 못한 유쾌함과 따뜻함이 수미를 반긴다.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는 그들에게 점차 스며들며 세상의 온기를 배워가기 시작한다.

갈 곳 없던 수미는 서진의 집에서 같이 살기로 한다. 서진의 딸이 그 또래였는데 몇 년 전 자살했다.

수미는 서진과 함께 여러 가지 봉사 일을 돕지만, 그중에서도 인수 할아버지(이순재)의 한 달 코스 한글 교육을 돕는다. 그러는 사이 홍삼 캔디를 주던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고, 다음날 출근해서 늘 보던 노인이 자리에 없으면 죽은 것으로 알면 된다. 그래서 호스피스 병동의 분위기는 침울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남은 삶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각자 열심히 산다.

2022년 개봉된 호스피스 소재 영화 '안녕하세요' 포스터 /구글 이미지 캡처

수미는 서진의 집에 살며 화분의 식물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서진에게 한마디 한다. 관심을 가지면 죽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진은 영양제만 주면 살 줄 알았는데 식물은 적당한 물과 태양 빛을 봐야 산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서진은 딸의 자살을 딸의 문제로만 생각했는데 식물의 교훈을 보고 자신의 문제였음을 깨닫는다. 영양제만 주고 물과 빛을 주지 않았던 것과 같다고 본 것이다.

수미는 인수 할아버지의 귀여움을 차지하며 한글을 열심히 가르친다. 그 사이 정도 들어 인수 할아버지가 앰뷸란스를 타고 나들이 가는데도 서진과 함께 나들이 나간다. 이른바 행복 앰뷸란스다. 인수 할아버지는 같이 햄버거도 사 먹고 미용실 가서 같이 머리도 다듬고 옷도 사준다. 그리고 사진관에 가서 함께 사진도 찍는다. 영정 사진도 찍는다. 마지막 데이트다. 인수 할아버지는 자는 듯 죽는다. 수미는 오열한다. 알고 보니 인수 할아버지는 수미가 어린 시절부터 후원자로 도와주던 사람이었다.

영화 '안녕하세요' 스틸 컷 /구글 이미지 캡처

젊은 나이에 자살하려 했던 수미는 노인들이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며 느끼고 배운 것이 많았다. 죽음이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맞이하면 되는 것이지 세상이 힘들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수미가 어느 날 보니 호스피스 병동에서 아침마다 보던 그 사람들이 한 사람도 안 보인다. 인수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운명한 것이다.

수미는 계속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고 새로 들어 온 어느 할머니가 편지를 대신 읽어 달라고 해서 읽는데 첫 문장이 ‘안녕하세요’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