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쉘위댄스] (53)
헝가리 출신··· 롯데월드 공연 차 왔다가 선수로 활동
정통 유럽 댄스스포츠 보급에 큰 공로···기본에 충실

내가 까띠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20년 전쯤 된다. 당시 라틴댄스 프로 선수들에게 어디 가서 프로 안무를 배우는지 직접 물어보니 우물우물하며 안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결국 까띠 선생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당시 까띠 선생이 직접 운영하는 자양동 ‘시마(Cima: Top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댄스 학원’에 찾아갔다.

애견 세 마리와 고양이까지 기르는 수수하고 털털한 동유럽 여자였다. 선한 눈매의 미인이었다. 영어로 인터뷰를 시작하니 “저, 한국말 잘해요”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말로 인터뷰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는 동안 개인적으로 까띠 선생에게 여러 명의 수강생을 보냈고, 그들이 지금은 곳곳에서 활동하는 지도자로, 선수로, 또는 댄스를 즐기는 실력 있는 동호인이 되었다.

까띠 선생이 한국 라틴댄스에 끼친 공로는 크다. /사진=까띠 제공
까띠 선생이 한국 라틴댄스에 끼친 공로는 크다. /사진=까띠 제공

라틴댄스인 룸바, 차차차, 삼바, 파소도블레, 자이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초급반을 거쳐 중급반, 상급반까지 올라갔는데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경우에도 까띠 선생을 소개했다. 까띠 선생은 라틴댄스의 기본을 특히 충실히 가르치는 타입이다. 그 방법이 사실 정석이다. 다른 학원에서 어설프게 익힌 베이식 동작을 고치기는 더 어렵고 처음부터 배우면 바람직하지만 까띠 선생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다.

까띠 선생은 헝가리 데브레첸 교대를 졸업한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다. 그래서 가르치는 스타일이 자상하다. 1968년생으로 올해 56세다. 본명은 ‘루지 카타린(Luczi Katalin)’이지만, 약칭해서 ‘까띠’라고 부른다. 헝가리에서 댄스를 익힌 후 27살 때 1995년 롯데월드 가든 스테이지 공연 팀으로 와서 3년간 활동하다가 1999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에서 프로 라틴댄스 선수로 활동했다. 여러 차례 우승 및 상위 입상은 당연했다.

까띠 선생의 선수 활동 시절 /사진=까띠 제공
까띠 선생의 선수 활동 시절 /사진=까띠 제공

까띠 선생은 2010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 자양동에서 ‘CIMA 댄스 스튜디오’라는 라틴댄스 전문학원을 운영했다가 코로나 사태로 문을 닫았다. 현재는 답십리 블랙풀댄스, 안양 카라학원, 대림동 슈니트댄스, 야탑 가디스, 학동 인피니티, 여의도 녹턴, 구로공단역 살사바 등에서 여전히 라틴댄스 강사로 맹렬하게 활동 중이다. 개인 출강도 받아준다. 수강료는 다른 한국 강사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요즘은 선수 양성보다는 주로 취미반만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수강생들은 열정은 대단한데 성격이 급해서 베이식 동작보다는 피겨 스텝 위주로 진도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래도 까띠 선생은 고집스럽게 베이직 동작에 중점을 둔다.

특히 룸바를 제대로 배우면 모든 라틴 댄스의 기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 커플로 홀드하기 전에 혼자 스스로 한 발 한 발 밸런스 잡는 연습을 해야 파트너와 할 때도 여유 있게 할 수 있고, 자세도 유지될 수 있다는 지론이다. 베이식 동작을 제대로 안 배운 사람들 춤추는 것을 보면 동작도 어설프지만, 몸을 무리하게 쓰는 것이 보여 안쓰럽다고 한다.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의 까띠 선생 /사진=까띠 제공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의 까띠 선생 /사진=까띠 제공

까띠 선생이 실력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우리나라 댄스계의 어느 계파에도 들어가 활동하지 않았던 이유가 크다. 독자적으로 활동했다. 댄스스포츠가 일찍 발달한 동유럽 출신이라 피겨와 루틴이 우리나라 일반 선수들이 획일적으로 구사하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까띠 선생에게 배운 프로 선수들이 자기만의 선생으로 숨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외모부터 우리와는 다른 외국인이라 수강료도 비싸고 언어 소통 등에 자신이 없다고 지레짐작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까띠 선생은 욕심 없이 한국 댄스계에 잘 섞여 활동 중이다.

까띠 선생은 한국 라틴댄스의 숨은 보석이다. 비싼 돈 들여 외국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좋은 선생을 만나 정통 라틴댄스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까띠 제공
까띠 선생은 한국 라틴댄스의 숨은 보석이다. 비싼 돈 들여 외국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좋은 선생을 만나 정통 라틴댄스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까띠 제공

종종 여러 댄스대회장에서도 보고, 수강생들 댄스파티에도 초대하고, 내가 소개한 수강생들로부터 안부를 듣는다. 까띠 선생 댄스파티는 아무래도 라틴댄스 위주이고 모던과 바차타, 살사도 조금 넣지만 무도장 사교댄스는 절대 금지한다는 철칙이 있다.

까띠 선생은 한국 라틴댄스의 숨은 보석이다. 비싼 돈 들여 외국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좋은 선생을 만나 정통 라틴댄스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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