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시니어 입장가] (19)
노인들은 돈이 없으므로
수신료조차 부담스럽다
'초상화 도난사건' 실화 바탕
연금 수령자 복지 이야기

<더 듀크(The Duke)>는 2020년 개봉된 영국 드라마로 <노팅힐>을 만든 로저 미첼(Roger Mitchell)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2021년 작고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60세의 캠튼 벤튼은 넉넉하지는 않으나 부족하지도 않은 은퇴 노인이다. 그는 노인들 대부분은 돈이 없다며 BBC 방송의 수신료 징수에 반대 투쟁을 벌인다. 여러 군데 투서를 하지만 답이 없다. 일인 시위도 해 보고 길거리 서명도 받아 보지만 반응이 없다.

TV 수신료를 무료로 하자는 시위를 벌였으나 반응이 없다. /영화 화면 캡처
TV 수신료를 무료로 하자는 시위를 벌였으나 반응이 없다. /영화 화면 캡처

그는 큰일을 저지르면 언론이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하여 미술관에서 유명한 ‘더 듀크’라는 그림을 훔친다. 결국 이 사건은 온 영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노인은 이 그림을 나중에 스스로 미술관에 돌려준다. 이 그림을 훔쳐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그림의 가격이면 수많은 노인의 수신료를 낼만한 금액이라는 것을 정부가 참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재판이 시작되는데, 중형에 처할 수도 있지만 그의 재치 있는 유머와 사람됨을 배심원단이 좋게 보고 결국 판사는 분실된 액자 값에 해당하는 3개월 형만을 선고한다. 국선 변호인도 “잔디깎이를 이웃이 잠시 빌려 갔다가 좀 늦게 반환했다고 중범죄는 아니다”라는 논리를 펴서 배심원단을 설득했다. 우리 형법과는 다른 영국 문화를 볼 수 있다.

사실 이 그림을 훔친 것은 아버지와 뜻이 잘 통하는 아들 재키였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껴 나중에 자수하러 갔으나 수사당국은 이미 끝난 사건인데 그러면 또다시 수사 당국이 웃음거리가 된다며 돌려보낸다.

이 사건은 1965년에 판결이 났는데 2000년에 75세 이상 노인에게는 수신료를 받지 않는다는 법이 통과되었다.

이 명화를 훔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것 같았다는 것이 피고의 변이었다. /영화 화면 캡처
이 명화를 훔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것 같았다는 것이 피고의 변이었다. /영화 화면 캡처

더 듀크는 웰링턴 공작을 말하는 것이며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을 이긴 영웅이다. 고야가 그의 초상화를 그렸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 역사상 전무후무한 1961년의 웰링턴 공작의 초상화 도난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당시 생활이 어려운 연금 수령자(OAP, Old Age Pensioner)들의 사회 복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셔널 갤러리는 1961년 여러 기금을 받아서 웰링턴 공작의 초상화를 14만 파운드에 구입하게 되었고 영국 영웅의 초상화가 외국으로 팔려 나가지 않은 것을 축하하며 전시하고 있던 가운데 그림 도둑을 맞게 된 것이다.

​ 국민의 세금으로 고가의 웰링턴 장군의 초상화는 구입하면서, 소외된 연금 수령자들의 복지를 등한시하는 영국 정부에 대한 시위의 표현으로 저지른 사건이었다. 아들이 사다리를 타고 내셔널 갤러리의 담을 넘어 열려 있는 화장실의 창문을 통해 들어가 웰링턴 장군의 초상화를 훔친다.

이 영화는 웰링턴 공작 초상화 도난 사건으로도 소개되어 있다. /영화 포스터
이 영화는 웰링턴 공작 초상화 도난 사건으로도 소개되어 있다. /영화 포스터

​ TV 시청은 노인들의 최고 소일거리다. MZ 세대는 TV를 안 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미국 여론조사에 의하면 MZ세대의 TV 시청률은 34% 정도다. 휴대전화에서 원하는 정보를 다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들은 노안 때문에 휴대전화의 작은 화면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무려 81%가 TV를 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맞춰 송년, 신년 방송 TV 특집 프로그램에 요즘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짠다고 한다. 고령의 폴 앵커나 로드 스튜어트 등 한물간 은퇴 가수들이 연말 특집 방송에 다시 등장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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