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시니어 입장가] (18)
알파치노의 탱고 춤으로 유명한 영화
고자질 거부한 찰리 변호 연설 감동적

영화 '여인의 향기' 포스터 /인터넷 화면 캡처
영화 '여인의 향기' 포스터 /인터넷 화면 캡처

1992년 개봉한 영화 <여인의 향기 Scent of a Woman>(마틴 브레스트 감독·제작)는 줄거리보다 주연인 알파치노가 아름다운 젊은 여인과 탱고 춤을 멋지게 추는 것으로 유명한 영화다. 그러나 이 장면보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인의 카리스마와 품격을 보여주는 대사가 백미다. 죽음을 앞둔 노인들은 죽기 전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참고할 만한 영화다.

찰리 심스(크리스 오도넬)는 명문 학교인 베어드 고등학교에 장학금을 받아 가며 재학하고 있는 고학생이다.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자 퇴역 장교인 프랭크 슬레이드(알 파치노)를 돌보는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찾아가 본다. 권위주의적이고 괴팍한 중년 남자였다. 일단 여기서 일하기로 한다.

학교에서 어느 날 밤, 찰리는 친구인 조지 윌리스(필립 호프만)와 함께 다른 친구들이 가로등에 무엇인가를 설치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다음 날 아침 학교 교장인 트래스크(제임스 레브혼)가 가로등에 단 풍선에 자신을 모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자 차 열쇠로 풍선을 터뜨렸는데 그와 그의 차에 페인트가 쏟아져 뒤집어쓰는 사건이 발생한다.

찰리와 조지는 목격자로 지목받아 교장실에 불려 가 범인이 누구인지 질문을 받는다. 그러나 친구들과의 의리 때문에 둘 다 입을 다문다. 그러자 교장 트래스크는 찰리에게 하버드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시켜 줄 테니 범인을 밝히라고 회유하지만, 찰리는 끝내 대답하지 않는다.

영화 '여인의 향기' 명장면 중 하나. 눈이 보이지 않아 고등학생 찰리(크리스 오도넬)를 길잡이로 데리고 뉴욕으로 온 슬레이드(알 파치노)는 한 식당에서 애인을 기다리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인 도나(가브리엘 앤워)의 향기를 느끼고 다가가 탱고를 권해 함께 춘다. /영화 화면 캡처
영화 '여인의 향기' 명장면 중 하나. 눈이 보이지 않아 고등학생 찰리(크리스 오도넬)를 길잡이로 데리고 뉴욕으로 온 슬레이드(알 파치노)는 한 식당에서 애인을 기다리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인 도나(가브리엘 앤워)의 향기를 느끼고 다가가 탱고를 권해 함께 춘다. /영화 화면 캡처

추수감사절 기간 슬레이드는 갑자기 찰리와 뉴욕으로 가게 된다. 슬레이드는 찰리를 그의 비밀스런 계획에 끌어들인다. 그의 계획은 비행기 일등석에 타고 최고급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에 투숙하고, 양복도 맞춰 입고, 최고급 식당인 오크룸에서 식사하는 등 돈을 물 쓰듯 하는 것이다. 돈은 좀 있으나 죽음을 앞둔 노인들이 흔히 하는 전형적인 행동이다.

뉴욕을 돌아다니는 동안 타게 된 리무진 안에서 찰리는 슬레이드에게 교장의 모욕 사건으로 문책을 받는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게 된다.

찰리와 슬레이드는 한 식당에 자리 잡는데, 슬레이드는 애인을 기다리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인 도나(가브리엘 앤워)의 향기를 멀리서 느낀다. 팔과 등이 훤하게 드러나는 멋진 검은 원피스를 입고 앉아 있었다. 슬레이드는 눈이 보이지 않으므로 찰리를 통해 그녀의 외모를 유추해 낸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 점잖게 춤을 청한다.

그녀가 춤을 출 줄 모른다고 하자 "스텝이 엉켜도 추는 춤이 탱고"라며 자신에게 맡기라고 한다. 슬레이드의 예의를 갖춘 매너에 여자가 응해주자 같이 멋지게 탱고를 춘다. 사람들의 박수를 받을 만큼 멋졌다. 이 장면이 이 영화의 엑기스다. 춤은 남자가 리드해야 하며 여자가 남자에게 몸을 맡기면 춤이 부드럽다. 여인은 애인이 오자 바로 자리를 뜨고 그것으로 이 여자와의 인연은 끝난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고 슬레이드는 찰리에게 시가를 사 오라는 심부름을 시켜 밖으로 나가게 했다. 그러나 의심이 생긴 찰리가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슬레이드는 군복을 정식으로 차려입고 권총으로 자살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찰리가 말리자 찰리에게 총구를 겨눈다.

슬레이드와 도나의 춤을 구경하고 있는 찰리 /영화 화면 캡처
슬레이드와 도나의 춤을 구경하고 있는 찰리 /영화 화면 캡처

찰리는 탱고를 그렇게 잘 추는 남자가 자살할 이유가 없다며 이를 제지한다. 이런 과정에서 찰리는 시각장애인이 되어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된 슬레이드의 마음을 이해한다. 결국 슬레이드는 찰리의 만류에 자살을 포기하고 이 일을 계기로 슬레이드는 찰리를 아들처럼 생각하게 된다.

찰리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교장 선생의 모욕 사건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시작되었다. 강당에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교장이 모임을 시작할 즈음 슬레이드가 나타나 찰리의 부모님 대신 위원회에 참석하여 찰리를 변호한다.

교장 선생은 찰리에게 범인이 누구인지 말하라고 겁박한다. 그러나 찰리는 끝내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다. 교장 선생은 징계 위원회에 하버드 장학생 건은 취소하고 찰리의 퇴학을 권고하겠다며 더욱 몰아붙인다. 그러나 교장선생의 이러한 겁박은 슬레이드의 반발을 불러와, 찰리를 변호하는 연설을 한다.

영화 '여인의 향기' 스틸컷
영화 '여인의 향기' 스틸컷

슬레이드는 모여 있는 모두에게 "난 판사가 아니기 때문에 찰리의 침묵이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지만 이것 하나만은 말할 수 있습니다. 찰리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남을 팔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학교의 전통도 고자질을 요구하지 않으며 오히려 동료를 감싸고 자신을 희생하려는 찰리가 모범적인 학생이라고 강변한다.

그의 명연설에 가까운 변호에 장내는 술렁이고 박수까지 터져 나온다. 징계위원회는 결국 마이크를 잡은 교장을 불러 의견을 조정해 찰리에게는 더 이상 답변할 필요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다. 전교생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찰리와 슬레이드는 강당을 떠난다.

왜 명화인지, 왜 알파치노가 명배우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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