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특정인 중심 돌아가
지금 독재 상황 아냐
가부장적 사고 문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사이 민주당은 때아닌 ‘아버지 논란’으로 여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 중 한 명이 이재명 대표에게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런 언급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이런 장면이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할 뿐 아니라 민주당의 현재 상황을 함축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현재의 민주당이 지나치게 특정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언론은 현재의 민주당을 ‘이재명의 민주당’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발언은 현재의 민주당의 ‘모든 것’이 얼마나 특정인 한 명에게 집중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민주당뿐 아니라, 현재의 야당들 다수가 특정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조국혁신당, 그리고 개혁신당 모두 ‘특정인 중심 정당’이라는 것이다. 개혁신당의 허은아 대표는 지난 5월 20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 승부」에 출연해 “이준석 당인 것을 저희는 부인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역시 조국 대표 없이는 생각하기 힘들다. 이렇듯 주요 야당 모두가 특정인 중심의 정당인 것은, 과거 ‘3김 시대’ 이후 처음인 것 같다. 

3김은 대한민국 민주화와 관련된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고, 대한민국 정당의 생성과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특징’이었던 지역주의를 상징하던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 환경이었기 때문에 특정인 중심의 정당이 존재했던 것인데, 지금의 경우는 각 정당의 핵심 인물들에게서 그런 상징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물론 현재의 야당 대표들은 모두 ‘검찰 독재’ 타도를 외치고 있지기는 하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독재’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사회는 ‘독재’가 아니다. 1980년대 당시 전두환을 향해 ‘독재’라고 공개적으로 외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당시 대학생들은 공개적으로 ‘독재 타도’와 ‘파쇼 타도’를 외쳤지만, 그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또한, 민추협의 대리인이었던 이민우 총재가 이끄는 신민당은 12대 총선에서 전두환에게 ‘독재’라는 단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는데, 이런 언급은 당시 다수의 국민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위험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독재’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다. 또한 이준석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당 대표들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현재 특정인 중심의 정당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현실이기에, 이해 불가라도 이런 현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어쨌든 상황이 이러니 ‘아버지’ 발언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학술적으로 표현하자면 ‘정치의 인격화’ 즉, 정치를 사람 중심으로 바라보는 정치 문화적 현상의 끝판왕이 등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가 거꾸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해당 발언이 가지고 있는 두 번째 문제점은 ‘가부장적 사고’와 관련 깊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분명 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정당이다. 진보란 문자 그대로 현상을 바꾸려는 행동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정당의 구성원이 집안의 가장 중요한 인물로 ‘아버지’를 언급한 것은, 농경 사회와 산업 사회에서나 있었던 ‘남성 위주 사고’의 적극적 표현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이들이 외치는 ‘진보’가 무엇인지를 물을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AI가 지배하는 정보 기술 사회다. 한마디로 농경 사회나 산업 사회처럼 남성의 ‘물리적 힘’이 생산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회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사회에 사는 사람이 ‘아버지’ 운운하고, 이에 대한 비판을 감싸주는 민주당 내 세력이 있으니, 이들의 머릿속에는 ‘산업 사회적 진보’가 자리 잡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인격체 중심의 정치관, 그리고 ‘가부장적 사고’가 판치는 정당을 ‘진보 정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최소한 필자가 아는 ‘진보’의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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