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특권과 권위에만 기대
밤샘 농성, 단식 안 해
지도부 리더십도 문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초선의원들로 구성된 원내부대표단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초선의원들로 구성된 원내부대표단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사진 한 장이 잔잔한 ‘감동’을 준 일이 있었다. 한 젊은이가 가방을 껴안고 휴대폰을 손에 꼭 쥔 채 지하철 안에서 정신없이 졸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한때 집권 여당의 대표였고 현재는 개혁신당 소속인 이준석 의원이다. 이 사진이 감동을 준 이유는 국회의원이 지하철에서 졸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생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전혀 생소한 장면이 아니다. 의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거나, 아니면 전철을 이용해 출근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북유럽에서는 ‘당연한’ 일이 우리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은, 많은 특혜와 특권을 누리는 ‘다른 세상’ 사람들 임을 새삼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와는 ‘다른 세상’에 살면서, ‘민생’은 입에 달고 다닌다. ‘다른 세상’에 계신 분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이 다른 세상에 살면서 자신들의 특권과 권위만을 외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초선 의원에게 국민의힘 당직자가 업무차 전화를 하자 “앞으론 의원에게 직접 전화하지 말고 보좌관을 통하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다른 초선 의원은 자신의 자리가 말석이라며 의전에 불만을 표한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참 ‘대단하신 분’들이다. 문제는 이런 ‘분’들이 다수든, 소수든,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되지 못한 권위’만 내세우고 있다는 데 있다.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이 해야 할 일은 현재와 같은 민주당의 독주를 멈추게 하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정치를 ‘퇴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필수적인 일이자,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해야 할 일은 민주당에 호소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통령실만 바라보는 것도 아닌 여론에 호소하는 것이다. 민주당에 호소한다는 것은 결국 민주당에 굴복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가뜩이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남은’ 상임위 7석을 받으려면 받고, 안 받을 거면 우리가 모두 갖겠다고 나오는 판인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에 호소하는 것은 무릎 꿇고 항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의 거부권에 기대는 것도 문제다. 자신들이 ‘편하다고’ 대통령 이미지만 나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국민의힘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여론 총력전을 펼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밤샘 농성을 하든지, 릴레이 단식을 하든지 아니면, 거리에 촛불을 들고 나가든지, 이 중 하나를 선택해 행동에 옮겨야 한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의전’에 불만을 표하거나, 보좌관을 통해 연락하라고 거들먹댈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만일 국민의힘이 아니라, 민주당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면, 벌써 국회 로텐더 홀에서 밤샘 농성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의원들, 특히 일부 초선 의원들은 의원이 됐다는 ‘기분’만을 만끽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원래 그랬을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원래 그렇지는 않았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일요일 녹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 국민의힘 의원들 대부분은 본인들이 운전하고 방송국까지 온다. 오히려 다른 정당 소속 의원들은 1명에서 3명까지의 비서진을 대동하고 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국민의힘 의원들 상당수는 다른 정당 의원들보다 탈 권위적인 경우가 많았다는 말이다. 

국민의힘 당직자 노조가 다른 정당보다 먼저 생겼다는 것을 봐도 국민의힘이 원래 고루한 정당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런 정당임에도 일부 초선 의원들이 보여주는 태도를 보면, 국민의힘의 공천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싸워야 할 때 싸울 줄도 모르고 폼이나 잡으려는 일부 의원들도 문제지만, 이들을 ‘가르치고’ 이끌지 못하는 지도부도 문제다. 앞으로 구성될 새 지도부는 이런 이들을 따끔하게 혼내고, 투쟁할 때는 투쟁하고, 여당으로서 정책 비전을 제시할 때는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처절하게 당하면서 피해자 이미지를 여론에 각인시킬 때만 희망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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