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선거 여론 조작 중차대 범죄
이미 '이재명의 민주당' 상태
앞길 그리 순탄치 않아 보여

김경수 전 경남 도지사가 광복절에 복권될 것 같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18년 2월 사이에 자신들 정치 집단에 유리한 포털 여론 형성을 위해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운영자인 드루킹과 공모해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 판결받고 복역한 바 있다. 김경수 전 지사는 “드루킹 일당이 진술을 짜맞춰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법원은 1심부터 3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김 전 지사의 공모를 인정했다.
김 전 지사는 아직도 자신이 무죄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두관 후보도 "김 전 지사야말로 정권의 정치 탄압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 지도자 위치에 있는 정치인이,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유죄가 인정된 사람에게 "정치 탄압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민주당은 예전에도 자신들과 관련된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 자신들은 무죄이며 정치 탄압이라는 주장을 드물지 않게 해왔다. 동시에 민주당은 거의 예외 없이 검찰을 비난해 왔다.
만일 민주당의 논리대로라면, ‘나쁜 검찰의 행위’에 사법부도 공모했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식의 주장은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근간인 제도의 신뢰성을 깔아뭉개는 것이다. 여기서 지적할 또 하나의 측면은 김경수 전 지사의 죄목이다. 김 전 지사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에서 불법을 저질렀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 전 지사는 자신이 무죄라는 입장이지만, 그런 주장은 개인의 주관적 주장이고 사법부는 일관되게 그를 유죄라고 판결했으니,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당연히 사법부의 판결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그런 죄를 저지른 사람이 복권됐다고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선거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중차대한 범죄인데, 이런 범죄를 저지른 인물이 복권된다며 민주당에서 새로운 세력이 나타날 것이라는 둥 호들갑스럽게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도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따져 볼 부분은 그가 복권되면 정말로 민주당 비명계의 구심점이 되고, 이재명 전 대표 체제가 흔들릴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김경수 전 지사가 복권된다고 해서 민주당의 권력 구조가 흔들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당내에 비명계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의원 배지를 단 정치인은, 고민정 의원과 윤건영 의원 정도다. 물론 친명이 아닌 의원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김경수 전 지사가 복권됐다며 그를 중심으로 뭉치고 공개적으로 비명을 천명할 것 같지는 않다. 현재 상황으로 보자면 ‘이재명의 민주당’이 된 상태에서 굳이 비명임을 천명하고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가을로 예상되는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일부 사건의 1심 판결에서 일부가 유죄로 인정되면 이 전 대표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명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 곧바로 나타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당내의 강성 친명 지지층들이 그런 상황을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경수 전 지사와 친문계의 적자인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가 연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나서서 이들 둘을 결합하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시나리오에도 문제는 있다. 2심까지 실형 선고를 받은 조국 대표에 대한 대법원판결이 조만간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조국혁신당이 상당한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김경수 전 지사가 조국혁신당과 연대할 이유의 상당 부분은 사라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래저래 김경수 전 지사가 다시 정치판에 뛰어든다고 하더라도 그의 앞길이 그리 순탄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언론이 지나치게 김 전 지사의 복권 이후의 상황을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언론의 의무는 민주주의를 마지막까지 지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언론은 특정 정치인이 과거에 저지른 죄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사면되고 복권됐다는 사실은 그의 과거 죄가 없어졌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