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치고 달 뒷면서 샘플 채취한 中
불붙는 우주패권에 “韓 과감한 편승 필요”

달 샘플 싣고 귀환한 중국 무인탐사선 '창어 5호' [연합뉴스]
달 샘플 싣고 귀환한 중국 무인탐사선 '창어 5호' [연합뉴스]

중국의 달 착륙선 ‘창어 6호’가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서 암석 샘플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달 뒷면 착륙과 샘플 채취는 전통적 우주 강국인 미국도 이루지 못한 성과여서 향후 달 개척을 둘러싼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 원자재를 놓고 열강이 힘겨루기를 벌이는 이유는 광물자원이다. 달에는 21세기 최고의 전략자원으로 손꼽히는 희토류를 비롯해 화석연료와 원자력까지 대체할 꿈의 에너지인 헬륨3가 대량 묻혀 있다. 한때 인기를 구가했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현실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공우주업계에 따르면 창어 6호는 4일 오전 7시 38분(중국시간) 달 뒷면에서 샘플을 싣고 이륙한 뒤 약 6분간 엔진을 작동해 궤도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샘플 채취 뒤에는 오성홍기를 달 뒷면에서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3일 지구를 떠난 창어 6호는 지구에선 볼 수 없는 달 뒷면인 ‘남극-에이킨 분지’에 6월 2일 착륙했다. 이후 3일까지 이틀 간 드릴과 로봇 팔로 월면에서 암석 샘플을 수집했다. 창어 6호는 오는 25일쯤 지구로 귀환한다. 

중국의 이번 성과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착륙지가 달 뒷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달 표면 샘플 채취를 위해 보낸 모든 탐사선은 달 앞면에 착륙했다. 달 뒷면은 지구에서 관측할 수 없는 데다 통신에 필요한 전파가 닿지 않아 착륙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중국은 2019년 창어 4호를 달 뒷면에 안착시켰고, 이번 창어 6호를 통해서는 샘플까지 수집했다. 중국이 자국의 우주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한 것이다. 20세기까지는 우주를 둘러싼 경쟁은 미국-러시아(소련) 2강이었지만 21세기 들어 중국의 ‘우주굴기’가 본격화되면서 미국-중국 2강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 책임연구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중국은 지금까지 다른 국가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어려운 도전을 하고 있다”며 “달을 포함한 우주개발에서 미국을 추월해 앞서 나가겠다는 대외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오는 11월 유인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 발사 계획을 내놓으면서 달 탐사 경쟁의 본격화를 예고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번 미션이 성공하면 2026년 우주비행사를 달에 내려보내 일주일간 탐사활동을 하도록 하는 아르테미스 3호 발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르면 2020년대 후반에 달 기지를 짓는 목표도 수립했다.

이를 추격하는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중국은 2030년 유인 착륙, 2030년대 달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1969년 닐 암스트롱을 통해 사람을 달에 착륙시켰고, 중국은 2004년에서야 달 탐사를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추격 속도가 매우 빠르다.

달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를 벌이는 이유는 광물자원이다. 달의 표토에는 희토류와 함께 지구에는 거의 없는 헬륨3가 풍부하다. 원자번호 57에서 71에 배열되는 원소 15개와 스칸듐·이트륨 등을 통틀어 지칭하는 희토류는 21세기 최고의 전략자원으로 손꼽힌다. 열과 전기를 잘 전달하는 성질이 있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만들 때 사용되는 핵심 자원이다.

특히 핵융합 발전의 핵심 원료인 헬륨3가 100만t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1g의 헬륨3가 핵융합 때 방출하는 에너지는 무려 석유 14t, 석탄 40t과 비슷하다. 그러면서도 헬륨3는 방사성 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화석연료와 원자력까지 대체할 꿈의 에너지로 꼽힌다. 헬륨3 1t의 경제적 가치는 약 30억 달러로 추산된다.

국제사회는 달에 헬륨3가 110만t 묻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70억 인류가 1만년 동안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달의 소유권 개념이 변화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한국도 ‘스타워즈’에 민첩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재 우주법상으로는 어느 국가도 달에서 영토 소유 주장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달에서 장기간 자원 채굴이나 기지 운영을 하는 국가가 생기면 소유권에 대한 개념 자체가 새롭게 정의될 수 있다. 

한국이 국제 달 탐사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정책 목표를 적절하게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국은 2033년까지 무인 달 착륙선과 달에서 연구 임무를 수행할 탑재체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본체 개발에만 5303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인데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 NASA가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2026년 사람을 달 착륙시키고 2030년대 초에는 달 주요 지역에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거주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600㎏ 남짓 의 독성 있는 연소 가스를 내뿜는 무인 달 착륙선을 보내 달 탐사를 시도한다는 것은 생뚱맞은 코미디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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