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열쇠’ 쥐고 있는 한국전력
에너지요금 정상화로 한전 회생 절실
“탄소중립 이행은 에너지가격 상승 수반”
| 윤석열 정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두 해를 보냈다. 공약했던 정책 효과가 하나둘씩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솎아내야 하는지 분별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기대했지만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를 바 없어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정책들도 거론된다. 여성경제신문이 출범 3년차에 진입한 윤석열 정부가 실타래를 풀어야 할 정책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

윤석열 정부가 탄소중립 강국을 실현하려면 ‘전기요금 정상화’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탄소를 내뿜지 않는 깨끗한 전기를 만드는 전력산업의 역할이 중요한데 요금 정상화만이 산업계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줄 수 있다는 논지다.
2년 전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는 이전 정부부터 추진된 탄소중립 실현에 대한 연속적인 추진이 담긴 바 있다.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변화는 주되 전지구적 아젠다인 온난화를 해소하기 위한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받아들이고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온실가스 흡수량과 균형을 이루어 순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내뿜지 않는 깨끗한 전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생산 시스템을 원자력, 재생에너지, 수소 등 무탄소에너지 기반으로 바꾸는 것이 이에 포함된다. 즉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전기를 생산하는 주체인 전력산업의 역할이 크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전력공기업의 재무 상황을 보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에도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급격히 오른 국제 연료가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한전은 2021년 2분기부터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올해 1분기까지 누적된 적자는 43조원가량”이라며 “판매 비용이나 전력망 운영 비용은커녕 전력 구입 비용조차 회수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최근 전쟁 발발을 비롯해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음에 따라 에너지 가격의 안정화를 기대하기 힘들어지면서 실적 개선 가능성도 희미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2조원 수준이던 한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1조9000억원을 거쳐 올해 1분기 1조3000억원까지 축소됐다.
이런 맥락에서 탄소중립 달성의 키를 쥐고 있는 전력업계의 재무상황 개선을 위해 현 정부가 ‘전기요금 정상화’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기·가스요금은 지난해 5월 이후 동결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실상이다.
정부도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있기는 하다. 전기요금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은 최근 “전기·가스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해야 하고 시급하다”면서도 “아직 중동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계속 주시하면서 요금 인상의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풍력, 원자력 등 청정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수소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모두 막대한 투자가 수반돼야 하는 사업들이다. 그러나 원가 이하 전기요금 구조가 지속되는 현재 구조에서 전력업계가 이러한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막연한 착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탄소중립 이행은 기후위기 극복뿐 아니라 전기요금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점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인식시켜야 한다”며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한전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탄소중립 이행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물가를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기획재정부와 한전 적자 부담을 덜기 위해 전기요금을 늘려야 한다는 산업부가 대립하고 있는 점도 에너지 요금 정상화의 커다란 장벽”라며 “윤석열 정부가 진정 탄소중립을 생각한다면 이 일에 물꼬를 터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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