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협회 발표한 2024년 전략에 미포함
작년 금산분리 완화 발표 무기한 연기돼
"시장 호응과 수익성 담보 안 돼 미지근"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상조업 진출에 시동을 거는 듯했던 생명보험 업계가 추진력을 잃고 미지근한 온도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상조업 진출에 시동을 거는 듯했던 생명보험 업계가 추진력을 잃고 미지근한 온도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상조업 진출에 시동을 거는 듯했던 생명보험 업계가 추진력을 잃었다. 금산분리 완화가 무기한 미뤄진 데다가 상조업 자체의 수익성이 좋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생명보험 업계의 상조업 관심도는 지난해 같지 않다. 생명보험협회가 올해 3월 19일 개최한 '2024 생명보험협회 기자간담회 개최'에서 발표된 4대 전략 중 '신사업 전략'에서는 실버주택 사업 진출을 위해 당국에 건의하겠다거나 고령자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 진출방안을 구체화하고 장기 요양 시장 개척에도 힘쓰겠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상조업 관련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반면 생명보험협회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초고령사회 사회안전망 기능 강화를 위해 상조업 진출 포부를 밝혔었다. 금융회사의 비금융 산업 진출을 막는 보험업법 시행령의 개정을 건의하고 기존 사업자와 공생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정희수 전 생보협회장은 "보험사들이 상조 시장에 진출하면 기존 상조 기업의 반발이 클 수 있다"며 "생보사들이 새로운 상조회사를 자회사로 설립하는 것보다 기존 상조회사들을 인수하는 것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하며 비교적 구체적인 추진 전략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금산분리 개선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험업법 제109조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비금융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15%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상조업은 비금융 산업이다. 

2022년 윤석열 정부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한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시키고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금융회사의 비금융 업종 자회사 출자 규제 완화를 중요 추진 업무로 보고하기도 했다.

2022년 7월 정부는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어떤 고정관념에도 권위를 부여하지 않고 근본부터 의심해 금융규제의 새로운 판을 짜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22년 7월 정부는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어떤 고정관념에도 권위를 부여하지 않고 근본부터 의심해 금융규제의 새로운 판을 짜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당국의 움직임이 파악되자 미래에셋생명과 NH농협생명은 지난해 3월과 8월 각각 상조 회사와 제휴하는 식으로 상조업에 발을 들였다.

미래에셋생명은 상조 브랜드 '대명아임레디'를 운영하는 대명스테이션과 손잡고 신탁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장례 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비스는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중이다.

NH농협생명은 보험계약자 및 가족에게 농협파트너스의 장례 지원 서비스 상품을 특별 가격으로 제공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농협파트너스는 농협중앙회 계열사로 경제·금융사업지원 인재 파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하지만 지난해 8월로 예정됐던 금산분리 완화 방안 발표는 무기한 연기됐다. 따라서 지금까지도 보험회사가 상조회사를 만들거나 인수할 수 있는 합법적 방법은 없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산분리 완화가 되더라도 생보사가 상조업에 진출할 유인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조업은 마진율이 낮은 사업일뿐더러 국내에서는 사업이 성숙기에 진입해 큰 수익이 기대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5대 상조회사(프리드라이프·교원라이프·대명스테이션·더케이예다함상조·보람상조개발) 중 2022년 영업익 흑자를 기록한 곳은 보람상조개발이 75억으로 유일하다. 교원라이프와 대명스테이션, 더케이예다함상조는 각각 329억원, 320억원, 118억원의 영업익 적자를 냈다.

이는 상조회사의 회계 원칙상 가입자에게 받은 부금은 장례 서비스가 발생하는 시점까지 매출액이 아닌 선수금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상조업 주 소비층인 중년, 노령층만으로는 성장세를 지속할 수 없다는 점도 상조업의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이유다. 2019년 560만명이었던 상조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800만명을 돌파했다.

상조 제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농협생명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상조업 진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 역시 "금산분리 완화를 전제로 한 상조업 진출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생명보험 업계 관계자도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상조업 진출에 관해 깊게 검토하고 있는 회사는 파악되지 않는다"면서 "금산분리 완화가 안 되는 것도 문제지만 진출한다 치더라도 시장에서 호응이 있거나 수익성이 담보될 수 있는지 확인되지 않아서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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