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피모', 의료자문 보험금 부지급 규탄
DB손보 측 "주치의 소견 거부가 핵심"
의료자문 후 부지급 9.57% 빅4 중 1위

DB손해보험의 실손의료비 부지급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보험자들이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DB손보가 의료자문 제도를 악용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DB손보의 의료자문 제도를 통한 부지급률은 9.57%로 집계됐다. 이는 손해보험사 빅4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연합뉴스
DB손해보험의 실손의료비 부지급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보험자들이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DB손보가 의료자문 제도를 악용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DB손보의 의료자문 제도를 통한 부지급률은 9.57%로 집계됐다. 이는 손해보험사 빅4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연합뉴스

DB손해보험의 실손의료비 부지급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보험자들이 규탄 집회를 열었다.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DB손보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4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보·현대해상) 중에서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률이 가장 높았다. 이에 적법한 청구권자임에도 불구하고 신분이 불분명한 의사의 의료자문을 핑계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수익을 챙긴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DB 실손의료비 부지급 피해자모임(디피모)'은 서울시 강남구의 DB손보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디피모는 DB손보가 실손보험 입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해 의료자문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자문 제도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때 심사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전문의사에게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제도다. 의학적 소견을 밝히는 의사가 자신의 구체적인 정보는 명시하지 않는 일명 '유령 의사'라는 점, 가입자가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이 미뤄진다는 점 때문에 보험 가입자가 민원이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에서 디피모는 "DB손보는 실손의료보험 입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해 유령 의사 의료자문을 강제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태는) 의료법 및 국민건강보험법 적용 체계를 전면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DB손보가 암으로 인해 진료받는 4기 환자의 입원보험금까지도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부산지방법원이 내린 판결을 인용해 의료자문 제도 폐지를 촉구했다. 지난해 부산지방법원은 의료자문 내용을 이유로 보험금을 일부만 지급하겠다는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된 소에 "보험사가 제출한 의료자문 의견서는 환자의 상태를 직접 경험해서 가장 정확히 알 수밖에 없는 주치의 의견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보험금을 원래대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디피모는 "DB손보는 '고객의 든든한 친구가 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실손보험 계약을 하지만 보험 이용자가 환자가 되는 순간 손절하고 있다"며 "DB손보는 더 이상 유령 의사 의료자문을 악용하지 말고 적법한 보험금 청구권자에게 실손보험 입원보험금을 즉각 지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DB손보의 의료자문 실시율은 0.06%로 현대해상, 메리츠화재와 같은 수준이었지만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률은 9.57%로 4대 손보사 중 가장 높았다.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의 보험금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률은 각각 8.08%, 8.07%로 집계됐다. 

지난해 DB손보에는 688만3763건의 보험금 청구 건이 접수됐으며 이중 의료자문 실시 건수는 4106건이다. 의료자문 과정을 통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건수는 393건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DB손보 측은 문제의 핵심이 의료자문 거부가 아니라 주치의 소견 거부라고 지적했다. DB손보 관계자는 "의료자문까지 가지 않고 주치의의 소견을 받아 보험금 지급 유무를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계약자들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DB손보는 올해 1분기 58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4% 늘어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각각 3.2%, 30.6% 늘어나면서 각각 4조6315억원과 7666억원을 기록했다.

DB손보의 호실적 배경에는 일반보험과 장기보험에서의 손해율 개선과 그에 따른 보험영업이익 증가가 있다. 1분기 DB손보는 일반보험에서 손해율을 3.7%포인트 개선해 45.1%의 일밤보험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장기보험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28.2% 늘어나 4484억원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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