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경쟁적인 실적 부풀리기 논란
수입보험료 4% 늘었는데 순익 51%↑
무저해지 해지율 지나치게 높게 가정
“IFRS 17 고객 입장서 좋을 것 없어”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 17 도입으로 보험사의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기존의 IFRS 4 적용 당시에는 현재 자산에 대한 시가만 평가해 수익성을 셈하던 것을 부채에 대한 시가 즉 미실현이익까지 반영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래 해지율이나 손해율 등을 보험사가 임의로 가정해 보험계약마진(CSM)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나칠 때는 보험사의 미래 수익성이나 건전성의 불확실성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계리적 가정은 소비자에겐 좋을 것이 없다. 다만 단기적 수익 창출로 인해 현재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성과급에 경영자 배만 두둑하게 채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SM이 시장 상황에 더 적합하다 해서 도입한 게 IFRS 17인데 문제는 보험사가 마음만 먹으면 손익을 유리하게 부풀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IFRS 17 탄생 목적이 수익성을 보험사가 상황에 맞게 계산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규칙에 어긋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21일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KIF) 연구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불거지는 보험사의 실적 부풀리기와 IFRS 17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전에는 당기에 실현된 순이익을 수익으로 잡았던 것을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까지도 수익으로 잡게 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다.
즉 미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수익을 높게 상상(가정)할 수 있기 때문에 IFRS 17 체제 안에서는 저축성보험보다 단기납 종신보험이나 무저해지 보험이 보험사에 유리하다. 무저해지 보험은 중간에 해약을 하면 환급금을 받지 못하는 상품을 말한다.
“보험회사 같은 경우 무저해지 보험을 팔면 해지율을 높게 산정해요. 이때 보험사는 보험료를 싸게 많이 팔려고 하죠. 이때 보험사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해지를 많이 할수록 이득입니다. 나중에 보험료를 안 줘도 되니까요. 문제는 해지율이 생각보다 낮을 때입니다. 보험료를 많이 돌려줘야 하니까요. 처음에 설정했던 것보다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죠. 보험사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기고요. 물론 현재가 아닌 미래에 벌어지는 일이긴 합니다.”
현재 IFRS 17을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국가는 4개뿐이다. 뉴질랜드와 호주, 홍콩, 한국이 유일하다. 이 제도에 대한 국제적인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편이며 실제 미국이나 일본도 아직 전면 적용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도 실적 부풀리기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국은 부작용을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정 작용이 있을 거라고 보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해약률 같은 경우 데이터가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쌓이면 정확하게 요율도 산정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이지요. 만약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줄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현재 기조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보험료 증가율은 4% 순익은 51% 상승?
단기 실적 무한 경쟁 가능케한 IFRS 17
보험사의 수익성은 실제 수급한 보험료에 비해 날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본지가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국내 5대 손해보험사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합계를 추산한 결과 2조5277억원으로 1년 전인 1조9921억원보다 26.9% 급증했다. 공교롭게도 수입보험료가 약 4%가량 증가한 것에 비해 당기순이익은 51%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새 회계기준이 보험사의 수익성을 높인 것으로 분석한다.
IFRS 17의 도입은 소비자에게는 이점이 없다. 다만 단기적인 수익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주가 상승과 CEO의 성과급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실적을 부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지율을 해외 기준보다 10배 높게 가정한 보험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장기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IFRS 17이 설계된 건데 단기 실적을 추구하는데 이용되고 있다”면서 “경영자 임기도 평균 3년으로 짧기 때문에 임기 동안 최대한 많이 벌기 위해 이 같은 경향이 만연한 것으로 본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좋을 게 없다. 고객 입장에서는 보험사가 장기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데 단기 수익 내는데 급급하니 향후 수익성이나 건전성이 떨어지는 것을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