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중 수출 40년 만에 최대 감소
무역수지도 1992년 이후 첫 적자 기록
“최종재로 주력 수출 상품 다변화해야”

지난해 대중 수출이 40년 만에 최대 폭 감소하고 무역수지도 32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중간재 생산업체들의 기술력과 품질 개선에 따른 ‘수입 대체 효과’ 때문인데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이 시장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은 19.9% 감소해 40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대중 무역수지도 마이너스 181억 달러를 기록하며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한국의 주요 교역국이자 역내 파트너인 중국과의 무역에서 최근 급격한 변화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는 한국과 중국 모두 최근 무역구조에 분명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특히 우리나라 기업의 공급망 구조가 달라진 점이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글로벌 무역 무대에서 중국의 역할은 외국산 중간재·부품을 단순 가공하는 데서 자체 중간재·부품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2023년 중국의 대(對)세계 수입 중 중간재 비중은 45.1%로, 2016년 대비 8.4%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금속류에서 마이크로칩에 이르기까지 주요 원자재와 중간재 상당량을 외국에서 수입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에 막대한 이윤을 보장해 주는 화수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업체들의 외국산 원자재와 중간재 사용이 급감하고 이윤 폭이 큰 중간재 국산화 비중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산 중간재 생산업체들의 기술력과 품질 개선에 따른 ‘수입 대체 효과’로 풀이된다.
중국의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 대체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중국의 대(對)한국 수입은 1차 산품·중간재·최종재 등 모든 가공 수준별 제품에서 성장세가 둔화했다.
반면 한국은 수입 중간재 의존도가 늘었다.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중간재의 비중은 2016년 27.3%에서 2023년 31.3%로 상승했다. 이 가운데 2017~2023년 이차전지 소재 관련 원자재가공품의 대중국 수입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전구체, 수산화리튬, 양극재·양극활물질의 대중국 수입은 2016년 1억~2억 달러에서 지난해 25억~49억 달러로 큰 폭으로 늘었다.
이에 우리 기업들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이를 위해 정부는 정책적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내놓은 ‘공급망 분석을 통해 살펴본 한중 무역구조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이미 대중국 투자를 회수하고 신규 투자를 줄이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 있다. 중국 투자의 전반적인 비용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탈중국 전략’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9월 대중국 제조업 해외 직접 투자액은 전년 동기보다 85% 줄었고,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이 1위를 차지했다. 또 2021년부터는 한국의 대중국 투자 회수액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중국에 투자했던 자본이 빠져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국 투자 회수액은 2021년 25억8000만 달러, 2022년 11억7900만 달러, 2023년 6억2100만 달러 등으로 집계됐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장기적으로 대중 수출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중국 주력 수출 품목을 소비 제품으로 다변화하고 중국 내 내수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며 “중국의 중간재 수요뿐 아니라 빠르게 확대되는 소비 시장을 겨냥해 최종재로 주력 수출 상품을 다변화함으로써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 기업들은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정부는 인력, 시설, 기술 유지를 위한 지속적인 성능 개량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출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