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대통령실 기자회견 열어
채상병 특검 재의요구권 행사 시사
野 박주민 "총선 전과 바뀐 것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질의응답을 통해 논란이 됐던 채상병 순직 사건이나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비판 의견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외신을 비롯한 언론과 70여 분 동안 질의응답을 했다. 이는 지난 2022년 8월 이후 631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논란이 되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을 언급하며 사과했다.
검찰이 해당 사안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데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언급하는 것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다"며 "따로 언급하지 않고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야당에서 요구하는 김 여사 관련 특검에 대해서는 "특검은 검·경 공수처 같은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치열하게 수사를 했다"며 "그런 수사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에 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도 여전히 할 만큼 해 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정치 공세, 정치 행위"라며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도 수사 기관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의혹이 남을 경우 직접 특검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야당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과거 민주당이 주도해서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미진할 경우 특검을 하자는 의미다. 이는 사실상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질의응답 이후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는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며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도 채 해병 사건도 내각 인선에 대한 입장도 총선 전과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채 상병 특검법 수용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 등을 약속해야 한다고 압박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민주당이 제안한 민생회복지원금을 포함한 민생회복 조치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악화한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 국정 운영 기조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서 채 상병 특검법은 전향적으로 검토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도 비윤계의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야당 대표를 만나고 하나 마나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며 "진심으로 반성하고 성찰하고 남은 3년의 임기를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 없다"라고 분석했다.
'불통'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기존 입장 고수에 포장도 미숙해 목적 달성이 성공적이지 못 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민 의견에 공감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포장을 잘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하이타임(적기)'이란 용어 사용도 실수다. 유튜브 실시간 댓글에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글이 많았다"며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게 여기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총선 참패 이후 야당 대표와의 만남 및 기자회견 등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신 교수는 "윤 대통령이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사람들이 이를 느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기자회견에 대해 "국민께서 궁금해 할 모든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입장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년 간의 정책 과정과 성과를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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