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사용한 언어 국민과 거리감
아직도 법조인의 테두리에
정치에선 사실보단 공감 얻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모처럼’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이런 기자회견을 자주 했더라면, 현재와 같은 ‘열악한’ 상황에 처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안타깝다. 과거 신선한 충격을 줬던 도어 스테핑을 중단할 당시 도어 스테핑 때문에 지지율이 하락한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지금의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더 이상 지지율 하락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지율이 더 하락하기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매우 어렵고 설사 추가 하락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지지율이나 추가로 하락한 지지율이나 국정 운영을 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즉 IMF 외환 위기 혹은 국정 농단 사건과 같은 ‘비상한’ 일들이 불거지지 않는 한 지금보다 지지율이 더 추락하기는 쉽지 않고 현재의 지지율로도 국정 운영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한 지지율의 마지노선은 30%다. 지난 1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직전 조사와 같은 24%를 기록했는데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으로 역대 대통령 취임 2년 지지율 중 최하위였다.
이번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의 이런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타개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그 기대는 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들었을 때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모두 발언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사용 언어를 보면 일단 국민 눈높이에서 어긋난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하이 타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도대체 왜 이런 용어를 사용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하이 타임‘이라는 영어는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다.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용어가 없을 경우에는 외국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 또 외국어라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라면 사용해도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쓰나미‘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지진 해일‘이라는 용어가 있음에도, 우리가 자주 사용하다 보니 이미 보편화된 용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익숙한 외국어‘도 아닌 용어를 굳이 사용하면 국민들은 대통령의 발언에 ’거리감‘ 혹은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모두 발언부터 ’거리감‘을 주게 되면 내용 전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왜 연설과 발언에서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단어를 사용하는지를 생각했어야 했다.
기자회견 내용도 좋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해병대원 특검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의 문제에 대한 답변은 ’과거와 동일‘한 내용이었다. 설명도 장황했다. 정치에서 ’설명‘을 하게 되면 정치는 사라지고, 정치는 ’행정‘으로 ’변신‘한다. 정치란 설명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의 ’공감‘을 통해 그 고유의 역할이 살아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요새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는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 과정은 정치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여기서는 누가 옳은지를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2030 세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을 지적하려고 한다. 민희진 대표의 언행은 비록 비속어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젊은 층의 공감을 자아냈다.
정치도 이래야 한다. 즉 논리적 내용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려 하지 말고 공감을 자아내 자신의 생각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인데 대통령의 답변은 ’특검학 개론‘이나 ’법학 개론‘을 듣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었으니 기자회견은 정치의 영역에서 ’논리와 계몽‘을 위한 학습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치는 ’사실‘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인식‘의 영역인데 대통령의 언어는 아직도 ’사실‘의 영역에 머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통령은 ’사실‘에 기반해 결단을 내리는 법조인이 아니다. 대통령은 정치인이어야 한다. 대선에 출마하는 순간부터 정치인이 돼야 했었는데 대통령은 아직도 법조인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이 성공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한 정치인으로서의 대통령을 국민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