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스 골든케어 임수경 원장
250명 어르신 '유니트 케어'
"제가 살게 될 곳도 여기에요"

"너희에게 부담 주기 싫다 어디 좀 알아보거라." 맞벌이 600만 가구 시대가 도래했다. 부모를 끝까지 모셔야 한다는 건 옛말이 됐다. '요양시설 보내는 건 고려장'이라는 말도 지금 시대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래도 이왕 보내드리는 거 편하고 좋은 곳이 낫지 않나. 요양원이 뭔지 요양병원은 또 뭐가 다른지. 실버타운은 대체 무엇이 다르길래 이렇게 '핫'한지 여성경제신문이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했다. 요양시설 돋보기 '줌(zoom) 요양시설' 지금 시작한다. -편집자 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보아스 골든케어 요양원의 임수경 원장을 24일 여성경제신문이 만났다. /김정수 기자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보아스 골든케어 요양원의 임수경 원장을 24일 여성경제신문이 만났다. /김정수 기자

"부모님 모실 곳 찾다가 제가 직접 지었어요. 어르신들끼리 모여 사는 마을, 작은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웃과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산책도 하면서 노년의 삶이 '삶'인 채 존재할 수 있는 세상은 없을까.' 그 바람을 보아스 골든케어를 통해 실현했어요. 부모님 모실 집을 마련하려다 마을을 만들었네요."

2020년 4월에 문을 연 보아스 골든케어는 경기도 고양시 문봉동에 위치했다. 5층짜리 건물 소망동·사랑동과 부속동 믿음동 등 총 3개의 동으로 구성됐다. 연면적 3000평에 침상 250개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다. 실내에는 어르신들이 운동할 수 있는 물리치료실부터 옥상정원, 텃밭, 치유 온실 등 다양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마을별로 생활하는 생활공간에서는 함께 식사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옆 마을 이웃 간 문화·여가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성별 구분 없이 어울리는 게 특징이다.

24일 보아스 골든케어에서 임수경 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보아스 골든케어는 연면적 3000평에 총 250개 침상을 보유하고 있다. 여자마을, 남자마을 등 마을별로 유니트 케어를 제공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보아스 골든케어는 연면적 3000평에 총 250개 침상을 보유하고 있다. 여자마을, 남자마을 등 마을별로 유니트 케어를 제공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보아스 골든케어는 어떤 곳인가요.

"보아스 골든케어는 연면적 3000평에 총 250개 침상을 보유하고 있어요. 그중 40%는 상급 병실이에요. 3~4인실은 월 91~100만원 이하, 2인실은 월 175~190만원, 1인실은 월 240~250원이에요. 요양보호사는 총 109명, 간호사는 14명이 있고요. 250명 어르신들은 식단이 다 달라요. 건강 상태에 따라 맞춤형 식사를 제공하죠. 배식할 때 식단마다 어르신 명찰이 붙어있어요. 또 휠체어 이용 어르신들도 모두 침상에서 나와 식사하고 운동하며 생활해요. 여자마을 남자마을 등 마을별로 유니트 케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생활공간에서는 성별 구분 없이 모두가 함께 어울려요."

—보아스 골든케어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 부모님 모실 곳을 찾다가 요양원을 직접 지었어요. 2008년 어머니가 뇌경색을 겪고 바로 4년 뒤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셨어요. 두 분을 재활병원에서 모시다가 돌봄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돌봄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과 대화 할 수 있고 음악도, 미술도 할 수 있는 곳을 원했는데 병원에선 이루어질 수 없었죠. 또 예전처럼 두 분이 손을 잡고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드리고 싶었어요. 병원은 남·여 병실이 분리돼 있잖아요. 그게 아쉬웠어요. 한편으로는 부모님을 보면서 제 미래도 생각하게 됐죠. '내 자식들은 나를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 부담 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2014년부터 요양원 설립을 고민했어요. 설계만 14번을 바꾸며 7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금의 요양원을 설립하게 됐죠."

보아스 골든케어 소망동 백합마을에 있는 부부실 모습 /김정수 기자
보아스 골든케어 소망동 백합마을에 있는 부부실 모습 /김정수 기자

—보아스 골든케어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보아스 골든케어는 '유니트 케어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유니트, 즉 마을마다 거실을 중심으로 주방이 있고 개인 침실이 배치돼 있죠. 층마다 두 마을 사이에 간호스테이션, 목욕실 등이 있어요. 여자 마을, 남자 마을이 있고 각 마을에 1~2인실과 2~4인실이 섞여 있죠. 몇 인실이든 어르신들은 주로 거실에 나와 계세요.

저희는 하루에 세 번은 반드시 식탁에 나와 식사하는 게 원칙이에요. 도저히 못 일어나시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침상에서 나와 거실에서 식사해요. 반찬은 공동 조리실에서 만들어오지만 밥은 거실마다 따로 짓고 있어요. 밥 짓는 내음으로 내 집 같은 느낌을 살린 거죠. 식사 시간뿐만 아니라 물리치료, 예배당 등 하루에 이동을 많이 해요. 휠체어 이용 어르신도 똑같아요. 또 층별로 색칠 놀이, 노래교실 등 다양한 인지 활동, 레크레이션이 있어요. 이땐 성별 상관없이 마을이 섞여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 공유해요. 층을 옮기기도 하고요. 인지 그룹이 달라져요. 운동을 같이하기도 해요.

두 마을 사이에는 농구대, 운동기구 등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김정수 기자
두 마을 사이에는 농구대, 운동기구 등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김정수 기자

복도는 휠체어 두 대가 불편함 없이 다닐 수 있도록 널찍하게 설계했어요. 공간이 넓고 어디에나 햇빛이 들어오도록 설계됐죠. 옥상정원과 텃밭은 면회 온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도 있어요. 수급자뿐만 아니라 종사자를 위한 공간도 마련했어요. '종사자들이 즐거워야 어르신도 즐겁다'라는 신념으로 마련한 편백나무 휴게실도 특징 중 하나에요."

—요양원 운영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요양원 설립 준비를 7년 했어요. 설계는 14번 정도 변경했죠. 건축은 2018년부터 시작됐어요. 일본에 있는 요양원도 찾아갔어요. 서울 요양원도 벤치마킹 하는 등 국내외 요양원들을 많이 다녔죠. 현장을 많이 다녀보니 한국은 어르신들이 동료처럼 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노인정 같은 분위기도 있으면서 자기 공간도 있는 요양원이요. 그렇게 유니트 케어를 도입했고 마을 간 다양한 공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죠."

—요양원을 운영하기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수경아 네가 이걸 해서 내가 너무 좋아','부모님이 여기 계시니까 내가 일을 할 수 있어’, '너니까 믿고 맡길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어요. 부모님 때문에 시작했는데 지금은 친구·지인들의 부모님들이 많이 오세요. 소문 듣고 오시는 분들도 있죠. 처음에 들어오실 때는 보호자도 어르신도 심리적으로 힘들어하세요. 한 어르신은 허리 수술 후 퇴원해서 집으로 가시는 줄 알았는데 여기 오시게 됐어요. 그분 입장에선 기가 막힌 거죠. '난 집에 가야 한다'며 소리치셨던 분이 한 달 후엔 여기서 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보호자들은 제게 고맙다고 해요. 저는 보호자가 마음을 놓고 믿어줄 때 제일 감사하죠.

보아스 골든케어는 어르신의 신체, 인지기능 향상을 위해 전문 작업치료사와 물리치료사가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보아스 골든케어는 어르신의 신체, 인지기능 향상을 위해 전문 작업치료사와 물리치료사가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을 보면 밝아요. 어르신들이 웃는 얼굴을 한번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처음 요양원에 올 땐 어르신들과 그 가족들의 얼굴에 서로 미안함과 서운함이 가득해요. 그런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어르신 얼굴이 좋아지고 잘 적응해 나가시는 모습을 보면 요양원을 세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침대에서 휠체어로, 식탁으로, 물리치료실로, 다목적실과 옥상으로, 예배당으로 하루에 6000보 이상을 걷고 뛰면서 어르신들의 다리가 되고 팔이 되어 드리고 있어요. 너무 많지 않은 어르신이 계시면서 서로 친구가 되는 환경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요양원이 작아지는 건 원하지 않아요. 요양원이 작아지면 부대 시설이 없으니까요. 운동할 수 있고 다 같이 모여서 뭔가 할 수 있는 시설도 있으면서 어르신들이 작은 공동체로 돼 있는 곳이 더 맞지 않을까 싶어요. 마을 단위로 규모가 커지면서 노년의 삶이 삶인 채로 존재할 수 있는 곳이 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휠체어를 탄 두 어르신이 옥상 정원에서 점심 식사 후 산책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휠체어를 탄 두 어르신이 옥상 정원에서 점심 식사 후 산책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 여성경제신문은 [줌 요양시설] 시리즈 종료 후 오는 10월 실버케어페스타를 개최합니다. 아래 포스터를 클릭하면 사전 신청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