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생산, 2조6000억 재정 소요 추산
거야 '입법독주' 21대 국회 막판 강공
전문가 "심층적 토론·소통 문화 필요"

쌀 의무 매입과 농산물 가격 보장을 위한 양곡관리법과 농산물 가격 안정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은 두 법안이 쌀과 농산물 과잉 생산을 부추기고 연간 2조6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여야의 극한 대치가 예상된다.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단독 소집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등 5개 법률을 표결에 부쳤다.
19명인 농해수위 중 민주당 의원 11명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참석해 모두 가결 처리했다. 이에 반대한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회의에 불참했다.
앞서 해당 법안들은 지난 2월 야당 주도로 상임위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었다. 국회법상 법사위에 회부된 법률은 60일 이내에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로 직회부가 가능하다.
이날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유통가격안정법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양곡관리법을 완화한 내용이 담겼다. 쌀과 주요 농산물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에 못 미칠 때 일정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시장격리제 대신 목표가격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농해수위 국민의힘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국회법을 무시한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라며 "신중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식품부도 "정부가 남는 쌀을 강제 매수하면 농업인이 쌀생산을 유지할 강력한 동기가 부여돼 공급과잉 구조가 심화된다"며 "제도 유지에 막대한 재원이 사용돼 미래 농업발전을 위한 예산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을 의무 매입하면 2030년에는 쌀 초과 생산량이 약 64만t에 이르러 연 1조40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수 있다고 추산됐다. 논 타 작물 재배 지원까지 병행하면 재정 소요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농업경제학회가 지난해 5월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배추·무·고추·마늘·양파 등 5대 채소류를 평년 가격 기준으로 최저가격보장제를 실시하면 차액 보전을 위해 연간 1조1906억원의 재정이 소요된다. 두 법안이 본격 시행되면 연간 2조5900억원가량의 재정이 추가로 투입되는 셈이다.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민의를 앞세워 전세사기 특별법과 채상병 특검법, 이태원참사 특별법 처리를 벼르고 있다. 5월 본회의 표결에서 법안이 통과하면 또다시 거부권 행사 등 '강대강' 대치가 22대 국회의 예고편 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께서 원하는 법안이라 반드시 21대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민주당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농업 정책이 단기적인 현안 해결에만 매몰돼 중장기적 안목에서 지속적 추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여야간 타협 없는 정쟁 되풀이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공간인 국회에서 심층적 토론과 소통의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탓"이라며 "농정 추진의 핵심적 요소와 사항의 경우, 국회 주도로 다양한 이해계층·관계부처·전문가 등과의 심층적 논의와 소통을 통해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