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완화된 양곡법 상임위 의결
국힘 "민간 물량을 식량 원조로"
전문가 "소비량 감소 대비했어야"

정부가 쌀 한 가마니에 20만원 보장을 약속했음에도, 쌀값이 20만원 선 아래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쌀 가격 안정에 대한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한 양상이다. 야당이 새로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자 정부 여당은 이를 반대하면서 민간의 재고 부담을 덜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산지 쌀값(80kg 기준)은 지난해 10월 5일 21만7552원을 기록했으나, 3개월 만인 올해 1월 25일 19만4796원으로 10.5% 하락했다.
이에 따라 소득이 보장되지 못하게 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2022년 쌀값 폭락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선제적 시장격리 등을 통해 추가적인 쌀값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도록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안보다 정부의 의무 매입 부분을 완화한 개정안을 내놓았다. 미곡 가격이 기준가격에서 폭락 또는 폭등하는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는 등 대책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농산물 가격이 기준치 미만으로 떨어지면 정부가 그 차액을 생산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정안도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대해 전체회의 도중 퇴장했다.
다음날인 2일 국민의힘은 양곡법을 반대하는 이유인 시장 왜곡 가능성, 국가 재정 부담 가중을 뺀 새로운 대책을 논의하는 당정 협의회를 개최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협의회를 마친 후 "정부는 민간의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농협 등의 민간 물량 5만t을 추가 매입하기로 했다"며 "지난해 11월 발표한 5만t에 더해 총 10만t의 민간 물량을 식량원조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드론, AI와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예측, 관측을 고도화하고 안정적 수급관리체계를 마련하겠다"면서 "더 많은 (대학교)학생이 양질의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도록 1000원의 아침 식사 단가를 2000원으로 두 배 인상하기로 하고 다가오는 신학기부터 적용하겠다"고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식량원조 국가에 대해 "WFP(유엔세계식량계획)와 협조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에 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협의회에서 농식품부의 '쌀 수급 정책 추진 현황' 보고에 따르면 쌀은 매년 15만∼20만t 초과 생산되고 있다. 1인당 밥쌀 소비량은 2015년 62.9㎏였으나 매년 감소해 지난해 56.4㎏까지 떨어졌다.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서구식 식습관 확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는 정치권이 진작부터 쌀값 안정화에 적극 나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총선을 앞두고 대안 없는 정쟁을 멈추고, 긴밀한 협의와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정부가 5만톤 추가 매입을 한다고 하면 시장에서 격리해 가격이 오르는 방향으로 가긴 할 것"이라며 "아무리 소비량이 떨어졌다고 해도 공급 과잉으로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데 기본적으로 예측과 관련된 기반이 돼있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재배 면적을 줄이거나 쌀 외에 다른 전략 작물을 미리 준비해서 지었어야 했다"며 "심층적으로 파악을 해서 선진국과 같은 농업경영 안정망 장치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