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안마사 일자리 난
불법 업체 단속‧처벌 강화해야
안마 관련 사회 인식 개선 필요

지난 2019년 서울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주변에서 시각장애인 등이 안마사 제도 합헌 촉구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서울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주변에서 시각장애인 등이 안마사 제도 합헌 촉구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손가락 마디까지 한땀 한땀 안마하고 나서 손님들이 시원하고 좋다고 말할 때면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꼈어요. 그런데 인테리어 화려한 해외 마사지 업체가 판치다 보니 손님이 점점 줄더라고요. 곧 폐업해야 하는 상황인데 앞으로 뭐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해요."

난립하는 불법 안마‧마사지 업체에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법상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은 안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지만 안마시술소·안마원과 유사한 형태의 불법 마사지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단속‧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법 제82조에 따르면 안마사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만 할 수 있다. 안마사(시각장애인)가 아닌 자가 안마 행위를 할 경우 의료법 제88조 또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무자격 안마 행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받게 된다.

대한안마사협회에 따르면 안마사는 총 2년에 걸쳐 총 2000시간의 교육을 받아 수료증을 발급받게 되고 각 지역의 시청에서 자격증을 발급받는다. 다만 시청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이 아닌 민간자격은 모두 무자격 안마라고 할 수 있다.

불법 안마 행위는 시각장애인의 복지 대안이 없는 한국에서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최소 2000여 시간 이상의 의학 과목을 이수하는데 비해 무자격 안마 행위자들은 100시간도 이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무자격 안마 행위로 의료사고의 잠재적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안마사협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의료법상 안마사는 시각장애인만 할 수 있다. 안마사 업무에는 '안마‧마사지 지압 및 기타 자극 요법'이라고 명시돼 있다. 스포츠 마사지도 시각장애인만 할 수 있다"며 "요즘 인기 있는 스포츠 마사지나 난립해 있는 태국, 중국 등 해외 마사지는 면허 자체가 없고 사설 업체에서 3주에서 한두 달 정도 속성으로 교육받은 후 받은 이수증으로 마사지업을 하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공식 면허가 아니기 때문에 불법 안마‧마사지 업체에서 의료 사고가 나도 소비자들은 책임을 물 수 없다. 대한안마사협회 관계자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안마사 전문 양성 기관 안마 수련원이나 학교에서 2년 이상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시험을 봐야 나라에서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또 국내 안마사들은 안마사 배상 책임보험에도 가입돼 있어 추후 의료사고가 나도 고객들이 안심하고 배상‧치료를 받으실 수 있다"며 "반면 불법 마사지들은 그런 체계가 없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불법 안마‧마사지 업체들은 사업자 등록 시 일반 서비스업‧화장품 도매업 등 다른 업종으로 신고 후 마사지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에 걸렸을 경우 사업자만 바꿔가며 가벼운 처벌을 받는 식으로 처벌 효과는 미약하다. 대한안마사협회 관계자는 "처벌 자체도 약하고 단속하는 주체도 시각장애인 안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사안에 대해 가볍게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로 인해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일자리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번화가에 마사지 간판들은 많은데 그 가운데서 안마원은 찾기 쉽지 않다. 또 안마사들 70~80%는 중도 실명자들이다. 사고나 질병으로 시력을 잃은 후 다시 사회로 뛰어들기 위해서 안마를 배우고 용기를 낸 분들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은 것"이라며 "어렵게 자격증을 취득해도 영업장을 운영하는 환경도 열악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경제적 여건이 안 되다 보니 다른 대형 불법 마사지 업소들에 비해 마케팅이나 인테리어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시각적으로 비교되다 보니 고객층도 많이 빠지는 것"이라며 "시설 낙후로 타 업체와 경쟁이 어려워 폐업하는 안마사들이 많다"라고 밝혔다.

대한안마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일자리 유지를 위해선 우선 안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안마와 마사지가 혼동돼서 사회에 알려지는 것부터 고쳐야 한다.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공익적 홍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일자리 사업과 관련해 각 시‧군 주민센터에서는 '안마 바우처'라는 제도를 통해 만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안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안마사협회 관계자는 "각 지역에 있는 안마원에서 바우처 제도를 통해 고용되고 있지만 아직 시범 사업이다 보니 예산에 따라 지원이 들쑥날쑥하다"며 "올해는 예산이 많이 축소돼 고용 자체도 어렵고 안마사들의 수입도 떨어지는 상황이다. 표준 사업으로 전환돼야 안정적인 고용과 생계 지원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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