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부서 제각각 활동‧근로‧업무 지원
복지와 노동의 영역···충분히 고민해야

# 안마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시각장애인 안마사 장 모씨. 5년간 받아 온 장애인 활동 지원 급여가 환수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은 뒤였다. 홀로 안마원을 운영했던 장씨는 계산 등 일부 업무에 대해 활동지원사 도움을 받았지만 생업 지원은 활동지원사 수행 범위에서 벗어난다. 업무 범위를 자세히 파악하지 못했던 그는 5년간 어떤 제재도 없었기에 더욱 알지 못했다. 장애계는 행정과 현실 간 괴리가 결국 그를 사지로 몰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서비스 범위가 각기 달라 중증장애인들이 '부정수급'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장애인 생활을 지원하는 여러 서비스는 담당 부서가 모두 다르며 업무 수행 범위도 제각각이다. 각각 다른 부서에 따른 복잡한 제도 내용과 안내 부족 등으로 장애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서비스에는 대표적으로 일상‧사회생활에 도움을 주는 활동 지원 제도가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혼자서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립생활 지원과 그 가족의 부담 경감에 기여하기 위한 제도다. △신변처리 지원 △가사 지원 △일상생활 지원 △외출·이동·보조 등 활동 지원 △방문목욕‧방문간호 등이 있다.
장애인 일자리를 위한 서비스도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시행하는 근로지원인 제도는 업무에 필요한 핵심 업무 수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장애로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증장애인 근로자가 근로지원인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에선 장애인 1인 사업주를 지원한다. 최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발의로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이 개정되면서 1인 사업주에 대한 업무지원인 서비스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 5월부터 1인 중증 장애인기업 업무지원인 제도를 시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센터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식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당 지원사들의 업무 수행 범위의 모호함과 장애인 당사자에게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한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홀로 안마원을 운영하며 일부 잡무에 대해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았다가 5년간 받은 활동 지원 급여 2억여 원이 환수 조치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활동지원사가 생업을 도와주는 것은 위법이라는 이유였다. 해당 안마사는 지난 4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12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대한안마사협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안마사 장씨의 사망을 애도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미화·최보윤 의원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행정과 현실의 괴리에 짓눌러 영세한 1인 사업자로 살아가는 시각장애인들의 외침에 정부의 대안은 과연 무엇이었느냐”면서 “장애인의 활동 및 노동 지원 제도의 복잡한 전달체계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대한안마사협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장씨는 홀로 안마 바우처 사업을 통해 안마원을 운영하시던 분이다. 해당 사업은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많다. 혼자 안마원을 운영하고 시각장애인이다 보니 출납기록부 작성, 서류 체크 등 업무에 어려움이 있어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생업 지원은 안 된다”라며 “5년 넘게 받아온 활동 지원급여를 모두 환수하겠다는 경고를 받았다. (부정수급 관련) 모니터링은 이미 부정 수급자로 확정 짓고 고압적으로 행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모멸감‧자괴감을 느껴 결국 생을 마감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사업주를 지원하는 업무지원인 제도는 아직 시범 사업 중으로 대상이 한정적이어서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안마사협회 관계자는 “안마업은 영세 사업으로 홀로 안마원을 운영하는 안마사가 70~80%다. 올해 1인 장애인 사업주를 지원하는 업무지원인 서비스가 시행 중이지만 시범 사업이다 보니 전국 30개소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 하루 3시간 지원받는 정도”라고 했다.
일각에선 활동지원사는 보건복지부, 근로지원인은 고용노동부, 업무지원인은 중소벤처기업부가 담당하는 등 각 담당 부서가 다른 것을 두고 이를 통합해 운영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는 필요성은 있지만 한계도 따른다는 입장이다.
조윤화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팀장은 여성경제신문에 “수급자 입장에서 일상생활에 대한 활동 지원을 오전에 받고, 근로 중에는 근로지원인 지원을 받고, 퇴근 후 집에서 다시 활동 지원을 받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각각 지원 시간도 몇 시간 안 되니 매칭도 힘들다”라며 “일을 하면서도 돌봄이 필요한 분이 있다. 하지만 각 제도를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면 어느 부서에서 컨트롤할지도 정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활동 지원은 돌봄, 근로 지원은 노동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입장이다. 조 팀장은 “장애인은 생애주기별로 다양한 부처와 지원 서비스들이 얽혀있다. 예를 들어 아동기 때 돌봄은 복지부, 운동은 문체부, 특수는 특교, 아동기 부모는 복지부, 여가부 등이다. 장애 청년은 복지부, 고용부, 중소기업청, 교육부, 문체부 등이다. 그 안에서도 담당 과는 다양하다”며 “따라서 부처별 서비스를 알지 못하면 지원받기 힘들고 (정보를 알려주는) 주민센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에도 장애인 중심 전달체계를 고민했지만 현재는 주민센터 중심이다. 주민센터의 기능을 강화해 이러한 정보와 사업들이 계획, 지원 조정되면 좋겠지만 한계가 있다”며 “독일과 프랑스처럼 장애인 지원이 통합적으로 지원되는 기관이 필요할 수 있다. 프랑스는 고령장애인 증가에 따라 노인·장애인 대상 서비스를 함께 지원할 수 있는 전달체계도 있다. 즉 인구구조 변화, 장애인 생애주기별 지원 서비스의 원스톱 구조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개인별 지원 계획이 확대되고 고령장애인이 증가함에 따라 노인과 장애인 돌봄 사업, 일자리 등 장애인 생애주기별 관련 다양한 지원들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전달체계가 고려될 필요는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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