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키우는 가정 밀집 거주하지만
아동·청소년에 유해한 광고물 가득
단속 한계 있어···규정·처벌 강화 必

# "여대생 아가씨가 왜 상시 대기해야 해 엄마?" 부모 경력 6년 만에 처음 당황했어요. 아파트 단지 옆 상가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는 길이었죠. '여대생 마사지', '아가씨 항시 대기' 문구가 적힌 풍선 간판이 길거리에 널렸어요. 300m 근처엔 초등학교가 두 곳이나 있고 길 건너는 아파트 단지투성이인데, 업주들은 무슨 정신으로 이럴까요?
음란한 내용이 담긴 불법 광고물이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지역에 널려있어 주민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

1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문화의 거리'로 불리는 김포시 구래동 중심상가에는 "여대생 마사지", "아가씨 항시 대기" 등 음란한 내용의 광고물이 널려 있다. 걸어서 5분 거리엔 초중고등학교들과 아파트 단지가 몰려있어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기도 김포시 구래동은 김포한강신도시의 주요 지역 중 하나로 아파트 단지와 상업 시설이 밀집해 있다. 주거지와 상업지가 혼합된 만큼 최근 몇 년 동안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어린이집, 초중고등학교들이 인근에 있으며 각종 학원 등 교육 환경이 구축돼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문제는 저녁 장사가 시작할 때쯤부터 불법 광고물이 하나둘 거리로 나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동·청소년 학원이 포함된 건물 앞도 예외는 아니다. 불법 안마·마사지 업소, 유흥업소 등에서 내놓는 에어 간판엔 "여대생 마사지", "아가씨 항시 대기", "2030 여성 대기" 등 미성년자에게 유해한 음란 문구가 가득하다. 바닥엔 여기저기 불법 업소를 광고하는 종이 전단들이 흩어져 있다.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만난 한 일반 음식점 사장은 "우리 가게 앞에 불법 업소 에어 간판이 떡하니 차지해 보기 거북하다. 초저녁부터 호객 행위를 한다거나 가끔 취객 무리가 소란을 피워 가게까지 소리가 들어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포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불만과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5일 한 회원은 "구래동 안마 업소, '아가씨', '여대생' 이런 간판들 정말 부끄럽다. 불법으로 알고 있는데 유흥 골목이라 그런지 저질이다. 아이들과 다니면서 볼 때마다 이게 학교 근처인 동네에 있어도 되는 건지 싶다"라고 토로했다.

다른 회원들도 "아무 생각 없이 가족과 맥주 한잔하러 나갔는데 딸이 간판을 소리 내서 읽더라. 머리가 하얘졌다. 저녁엔 안 가려고 한다", "자녀 학원이 있는 건물인데 '아가씨 항시 대기' 이런 입간판이 있더라", "초저녁 7시쯤 옷을 똑같이 입고 있는 여성들이 호객행위도 했다. 아이가 '저 사람들은 뭐 하는 중이냐'고 물었다. 아이 데리고는 갈 곳이 못 된다", "상업지역으로 만들어진 곳이라 어쩔 수 없다더라. 그래서 구래동 안 간다"라는 등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현행법은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의 광고물을 금지하고 있다. 옥외광고물법 제5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범죄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잔인하게 표현하는 것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청소년의 보호·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것에 해당하는 내용을 광고물에 표시·제작할 수 없다.

하지만 지자체와 경찰의 단속만으론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포시청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올해 1월부터 단속을 계속 진행했다. 5~7월엔 총 3차에 걸쳐 구래동 상업지구 내 풍선 간판만 270여 개를 행정대집행 했다"며 "하지만 업소들은 철거하자마자 또 갖다 놓으며 불법 행위를 반복한다. 풍선 간판은 부피가 작은 광고물이 아니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고 외부 인력을 동원해 한 번에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대집행은 행정에서의 강제 집행 수단의 하나다. 행정법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를 대신해 행정 관청이나 제삼자에게 대신하게 하고 의무자에게 비용을 징수하는 제도다. 시청 관계자는 "마사지, 노래방 업소 광고물이 또다시 생기고 있는 점은 파악하고 있다. 현재 대략 파악한 결과 20개 내외다. 다만 행정대집행은 한두 개 생겨날 때마다 바로바로 진행할 수는 없다. 우선 모두 계고를 붙이고 주간에 노출된 경우엔 (광고물을) 픽업해 오기도 한다. 순차적으로 없애긴 무리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야간에는 단속이 더 힘들다. 단속시 업체 측은 당연히 저항한다. 저항할 동안 또 다른 불법 업체는 벌써 (광고물을) 가지고 들어가 숨어버린다. 필요보다 많은 인력으로 일시에 해야 하는데 야간 같은 경우는 특별한 위급·긴급 상황이 아니면 (인력 확보 등) 진행이 힘들다"며 "단속 시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진 않고 우선 불법 광고물이라는 계고장을 붙인다. 그 후에도 행위가 계속되면 처벌하는 식이다. 하지만 문제는 처벌을 위해선 설치 대상자, 행위의 주체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 주간에 가면 대부분 문이 잠겨있고 야간에도 업주를 만나기 힘들다. 그래서 광고물을 제거하는 행정 활동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속과 처벌 강화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입장이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여성경제신문에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근절된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과속했을 때 운전자 본인 확인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CCTV에 잡힌 자동차 소유자에게 바로 과태료 부과 통지서를 보내듯 업소명과 물적 증거가 확보됐다면 (업소 소유자를) 바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도 "당초 지자체에 신고·등록을 하고 사업을 운영하니 해당 업체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단속부터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성매매처벌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과태료, 나아가 영업정지까지 처벌할 수 있다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불법 행위를 반복한다면 가중 처벌을 하는 등 처벌 강화가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