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시각장애인 접근성 열악
지자체 관리로 지역마다 제각각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무인민원발급창구 /김정수 기자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무인민원발급창구 /김정수 기자

행정복지센터까지 가지 않고 생활 주변에서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무인민원발급기가 휠체어‧시각 장애인이 이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무인민원발급기는 주말이나 저녁 시간에도 국민이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지자체가 24시간 365일 운영하고 있다. 다만 휠체어 이용자나 시각장애인은 설치 장소와 기계 접근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고령자나 장애인도 무인민원발급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점자 표시(라벨), 음성 안내, 메시지 안내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21년 화면 확대 기능, 휠체어에 화면 높이를 맞추는 기능 등도 추가했다.

다만 지자체 차원에서 관리가 이뤄지다 보니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휠체어 이용자와 시각장애인이 접근하기엔 어려운 민원발급기 부스가 대부분이다. 김인순 한국장애인개발원 유니버설디자인부 부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무인민원발급기에 대한 장애인 편의성은 기계에 대한 접근성과 설치 장소에 대한 접근성 등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며 "키오스크 관련 장애인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에 현재는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식으로 법의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이 쓸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지역마다 제각각이고 보편적으로 쓸 수 있게끔 개선이 바로 이루어지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무인민원발급창구의 내부 모습 /김정수 기자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무인민원발급창구의 내부 모습 /김정수 기자

지난 2022년 광주지역 7개 장애인복지관과 장애인 권익옹호 기관이 행정복지센터 등 총 126곳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를 점검한 결과 전체 12%가 시각장애인용 음성 안내 기능을 갖추지 않고 있었다. 16%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이어폰 음성 볼륨 조정이 어려웠다.

무인발급기 설치 장소에 대한 접근성이 열악한 곳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사로 등 접근 환경이 안전하지 못한 곳이 29%였으며 휠체어 이용자의 회전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곳이 31%였다. 입구에서 키오스크까지의 동선에 점자 블록을 설치하지 않은 곳이 88%, 키오스크 전방에도 점자 안내 블록이 없는 곳은 87%였다.

지난 2023년 4월부터 6월까지 경남장애인인권포럼이 창원, 진주, 김해, 거제, 통영, 사천, 양산, 밀양지역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에 대한 장애인 이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실외에 설치된 발급기를 이용할 때 출입문이 자동문이 아니라면 접근이 불가능했다. 부스 입구와 내부 공간이 협소해 이동에도 불편함이 따랐다. 시각장애인은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 설치 장소에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김인순 부장은 "무인민원발급기 설치 장소는 대개 방풍실 혹은 외부에 부스로 설치되어 있다"며 "외부에 설치해 놓은 경우는 장애인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면과 단 차이가 최대 10~20cm는 나는 구조다. 거기에 경사로를 설치해 휠체어 이용자는 자동문을 열 재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문의 경우) 버튼은 대개 문 옆에 붙어있는데 휠체어가 경사로를 올라가다 멈춰 서서 버튼을 누르다 보면 넘어지기 십상이다. 기계 이용은커녕 접근조차 어려운 것"이라며 "이것도 지역마다 다르다. 장애인의 무인발급기 접근성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무인민원발급기의 시각 장애인용 키패드가 뽑혀있는 모습 /김정수 기자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무인민원발급기의 시각 장애인용 키패드 자판이 뽑혀있는 모습 /김정수 기자

김 부장은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부스 접근뿐만 아니라 내부 공간에서도 불편함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는 "휠체어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협소한 부스가 대부분이다. 기계 앞 공간이 충분히 마련돼 있어야 하는데 부스에 출입하고 다시 나올 때 휠체어를 거꾸로 돌려서 나와야 하거나 몸을 돌려서 기계를 써야 하는 등 신체를 움직이기 힘든 구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은 설치 장소에 대한 접근보다 기계에 대한 접근성에서 문제점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장은 "시각장애인은 기계에 대한 접근성이 문제다. 기기에서 음성이 나온다고 해도 버튼이 센서형이면 여러 버튼이 동시에 눌리는 등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시각장애인 키패드가 따로 있다면 사용 가능하다. 다만 관리가 잘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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