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기관 직원 복지 담당 안마사
비안마사 고용은 불법···개정 필요
"안마사협회에서 고용‧파견해야"

# "회사로 파견돼 직장인들 대상으로 안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직원분들이 업무 시간 중에 회사에서 전문적으로 안마를 받으니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하루 피곤이 싹 가신다고. 그럴 때마다 제 직업에 자부심을 느껴요. 종일 일하고 싶지만 4시간만 일할 수 있어 아쉬울 따름이죠."
일반 안마 업소가 아닌 기업 및 관공서에서 시각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직업인 '헬스키퍼'가 인기다. 그런데 법망 사각지대에 갇혀 헬스키퍼 시각장애인이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헬스키퍼는 기업 및 관공서에 파견되는 시각 장애인 안마사를 의미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안마 업종이 아닌 일반 기업 및 관공서는 안마사를 정식 채용할 수 없어 시각 장애인 안마사가 고용 불안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안마원 종사자 △경로당 파견 안마사 △헬스키퍼다. 헬스키퍼는 기업·기관에 설치된 안마 시설에서 직원의 건강관리 등 복지를 담당하는 국가자격 안마사를 말한다.
헬스키퍼는 관공서, 기업 등에 파견된다. 따라서 안마원·안마시술소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마원과 안마시술소는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아닌 일반인이 운영하는 불법 안마 업소 증가세로 시장에서 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윤대현 대한안마사협회 사무총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헬스키퍼는 안마원·안마시술소 안마사보다 안정적인 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안마원의 경우 재정 상황이 어려우면 당장 사람을 내보낼 수 있고 주변에 마사지 업소가 많다 보니 폐업하기 십상이다. 헬스키퍼는 그러한 고용 불안은 덜한 편"이라며 "헬스키퍼 일자리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시각장애인 사이에서 유망 직업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업에선 직원 피로‧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사내 복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헬스키퍼를 고용한다. 직원들은 업무 시간 중 안마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식이다. 윤대현 총장은 "장애인을 고용하면 기업 입장에선 고용장려금 등 다양한 혜택이 따른다.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대부분인 사무직의 경우 안마에 대한 임직원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했다.
헬스키퍼는 기업이 시각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팀에 모집 공고를 전달하면 안마사들이 지원해 채용 절차를 밟는 식이다. 관공서에 파견되는 안마사는 안마사협회를 통해 연결된다. 윤 총장은 "협회 통해 진행되는 헬스키퍼는 특히 양질의 일자리로 볼 수 있다. 종일제이기 때문에 급여가 평균적이고 정식 사원으로 대우받는 편"이라며 "그런데 복지관 통해서 기업으로 파견되는 경우 대부분 하루 4~5시간 근무해 급여는 한 달 160만원 언저리다. 헬스키퍼로만 생계를 유지하기엔 힘든 조건인 것"이라고 말했다.
현 의료법 非안마사 안마사 고용 불법
국가·지자체 허용 포함된 개정안 통과
문제는 일반 안마 업소보다 고용 불안이 덜 하기로 알려진 헬스키퍼조차도 미비한 법망 구성 문제로 인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

현행 의료법상 안마사가 아닌 자가 안마사를 고용할 수 없다. 의료법 제82조에 따르면 안마사가 안마시술소 또는 안마원을 개설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돼 안마행위를 한 경우 그 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
헬스키퍼를 고용하는 기업·기관 등은 안마사가 아니므로 현행법상 불법이다. 기업 파견 안마사의 근무 형태는 사무직이나 사무보조직으로 채용되고 있다. 적발 시 안마사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지만 실질적으로 신고당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계에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마사협회에서 직접 안마사 고용 관리를 한다면 적발의 위험이 없고 급여 등 처우 개선에도 도움 된다는 것. 윤 총장은 "안마사 고용 관련 법 제도 개선이 우선이다. 또한 안마사 고용 관리를 협회가 해야 문제 생길 일이 없다"며 "안마사협회가 직접 고용하고 기업에 파견하는 근로 형태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복지관에서 기업과 안마사를 연결하는 과정에선 협회가 관여되지 않고 있다. 윤 총장은 "복지관을 통한 안마사 고용은 대부분 사기업으로 사무직·사무보조직 형태로 4~6시간만 일하다 보니 임금이 적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안마사 고용 관련 의료법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가결됐으며 올해 5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일자리사업 등의 일환으로 안마사를 고용하는 경우는 비안마사의 안마사 고용을 허용한 것. 다만 공기업은 여전히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총장은 "시각장애인 사이에서 헬스키퍼는 유망 직업이지만 아직 처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안마사 고용 관련 의료법 개정안에 공기업까지 포함됐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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