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592명 점역‧교정사
실제 종사자 절반 못 미쳐
"점역사 일자리 창출해야"
# "열심히 공부해서 점역‧교정사 1급을 따도 일할 곳을 구할 수 없었어요. 지방이라 공고가 더 없었죠. 결국 자격증만 딴 채 진로를 바꿨어요."

일반 문자를 점자로 번역‧교정하는 점역‧교정사 1592명 중 실제 현역에 남은 인원은 절반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증을 취득해도 정작 점역을 하는 곳이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1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3년 12월 기준 전국 점역·교정사는 1592명이다. 점역·교정사는 주로 시각장애인복지관과 점자도서관에서 근무한다. 다만 복지관은 전국 15곳, 점자도서관은 전국 29곳이다. 이마저도 모든 기관이 점역‧교정사를 고용하진 않아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역·교정사는 일반 문자를 시각장애인들의 언어인 점자로 번역하고 오류를 교정하는 직업이다. 점자 번역을 하는 '점역사'는 주로 비장애인 자격증 소지자가, 점자로 번역된 문서를 형식에 맞춰 다듬고 오류를 잡아내는 '교정사'는 시각장애인 자격증 소지자가 담당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점역‧교정사라는 자격 안에서 시각장애가 있는 분은 주로 교정 업무를, 비장애인은 일반 문자를 점자로 번역하는 점역 업무를 하는 등 업무가 나뉜다"라며 "점역‧교정사 시험은 한시련에서 시행하는 국가 공인 민간 자격증으로 1년에 두 번 치러진다. 접수가 열리면 10분 안에 마감되는 등 수요는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격증 소지자 중 실제 활동하는 점역‧교정사는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할 곳이 부족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한시련 관계자는 "점역‧교정사는 대개 점자도서관이나 시각장애인복지관 등에서 근무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일자리가 많지 않다"고 했다.
이길원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점역팀 팀장은 본지에 "전국 점역·교정사가 1592명(지난해 12월 기준)이지만 실제 활동하는 분들은 절반도 안 될 것"이라며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점자책을 제작하는 시각장애인복지관과 장애인도서관이 적어 일자리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국내 점역사 수보다 이 인력을 얼만큼 필요로 하느냐가 관건이다. 서울만 봐도 점역‧교정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일할 자리가 마땅치 않다"며 "실로암복지관 규모가 제일 큰데도 점역‧교정사가 20~30명이다. 타 복지관들은 규모가 더 작기 때문에 많아야 5~6명이다. 서울 전체 점역‧교정사 수만 해도 100명이 안 된다. 비수도권‧지방 지역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역‧교정사가 근무할 수 있는 복지관‧점자도서관의 수 자체도 적지만 이 중에서도 모든 기관이 점역‧교정사를 고용하진 않고 있다. 이 팀장은 "지역별로 점자 도서관이 최소 하나씩 있어도 점역‧교정사를 직접 고용하는 곳은 많지 않다. 보통 사서 등 도서관 업무를 하는 사람을 뽑고 점역‧교정사 자격증이 있으면 우대하는 정도일 뿐 따로 해당 직종을 고용하진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시각장애인복지관과 점자 도서관은 각 구나 시에서 지원금을 받아 운영한다. 인건비에 대한 제한이 있기 때문에 필수 인력을 채용한 후 점역‧교정사까지 채용할 예산 여력이 없는 것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 팀장은 "복지관‧점자 도서관은 보조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각 시에서 인건비 등 예산 제한이 있다. 여력이 안 되다 보니 점역‧교정사까지 고용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최근 음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각장애인 음성 도서가 대세라고 하지만 몇 번씩 반복해 읽어야 하는 학습을 위해선 점자 도서가 꼭 필요하다. 국가가 점역‧교정사 교육 인프라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