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방문규 김현준 등 영입 인재 출마에
민주당 현역에 패한 당협위원장 경선 주장
지역 경선에선 영입 인재 불리해 제 살 깎기

4·10 총선을 앞두고 용산을 떠난 참모들과 장·차관급 인사는 70여명에 달한다. 현재 국민의힘 의석은 254개 지역구 가운데 84개로 영호남에만 집중돼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수도권에서 겨우 16석(서울 8석, 인천 1석, 경기 7석)을 얻는 궤멸적 참패를 당한 결과다.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험지 출마론은 사실상 실패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탈당하고 김무성·김기현 등 중진들이 지역구 출마를 강행하는 가운데 교통 정리가 되지 않은 용산 사람들이 쏟아지다 보니 지역구 내전이 격화되고 있다. 태블릿 정적 노승권 vs 도태우가 맞붙은 대구 중구·남구, 이원모 vs 윤희석이 신경전을 펼치는 서울 강동구갑이 뜨거운 감자다.

이재명표 공천부터 일단락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다수당인 야당은 선거법도 2월 말까지 이낙연 변수 등 정치 지형 변화를 두고 보다 준연동형 또는 병립형 둘 중 유리한 제도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벌써부터 내전이 시작된 지역구가 10여 곳에 이른다. 이에 여성경제신문이 [4·10 내전] 시리즈를 통해 거대 양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불꽃 튀는 공천 전쟁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2023년 9월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입당 환영식에서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김현준 전 국세청장(오른쪽 두 번째)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9월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입당 환영식에서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김현준 전 국세청장(오른쪽 두 번째)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4·10 총선 경기도 수원 지역 승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5개 선거구가 있는 수원에선 최근 치러진 두 차례 총선에서 '5 대 0'으로 민주당이 완승한 곳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에서 바람을 일으키자면 수원에서 몇 곳이라도 탈환을 해야 한다.

이를 고려해 국민의힘도 수원에 스타급 영입 인재를 일찌감치 투입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수원갑 김현준 전 국세청장 △수원병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수원정 이수정 경기대 교수 등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5일 수원에서 열린 경기도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경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우리가 승리한다”며 “우리 당이 집중하려는 격차 해소를 통해 시민 개개인의 삶이 개선될 만한 사항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경기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재 영입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 교체 등 혼란 와중에 중앙당의 장악력이 헐거워진 사이 지역 조직을 장악한 당협위원장이나 지역 정치인이 경선을 요구하면서 출마 의사를 밝히고 나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들은 영입 인재로 온 예비후보를 낙하산으로 몰면서 지역 여론을 등에 업으려 하고 있다.

한데 수원은 최근 선거에서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다. 수원 갑·병·정 각각엔 현역 민주당 의원이 재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국민의힘으로서는 본선에서 이길만한 후보가 나와야 탈환 가능성이 커지는데, 현재 상황이 방치된다면 또 패배의 쓴맛을 보기 십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내 경선이 실시된다면 영입 인재로서는 열세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정치 신인은 전국적으로는 인지도가 높아도 당원 조직과 가까워질 시간이 부족하고 지역 기반을 혼자 밑바닥에서부터 쌓아야 할 처지다.

수원갑에 출마한 김현준 예비후보(왼쪽)와 이창성 예비후보 /김현준·이창성 페이스북
수원갑에 출마한 김현준 예비후보(왼쪽)와 이창성 예비후보 /김현준·이창성 페이스북

당협위원장이 먼저 양보하면 자연스럽게 단일화가 된다. 수원정 홍종기 당협위원장은 당초 출마를 저울질했지만, 최근 이수정 교수와 만나 자신이 불출마하는 쪽을 선택했다.

정치권에서는 종종 신인을 확실히 투입하는 방안으로 전략공천을 쓴다. 지역 기반이 많아 기존이라면 공천을 자신하던 이의 반발을 무릅쓰는 결정이다. 명분이 있으면 통하는데, 기존 지역 정치인이 자기 세력이 막강할 경우 무소속 출마 강행으로 판을 뒤집기도 한다. 

특히 기존 지역 정치인이 현역 의원이라면 전략공천 실패 가능성이 높아 신중하게 쓰인다. 그러나 현재 수원갑·병은 경우가 다르다. 국민의힘 영입 인재와 맞대결이 예상되는 예비후보들은 모두 민주당 후보에게 큰 표차로 졌다.

21대 총선에서 이창성 수원갑 예비후보는 민주당 김승원 후보에 19.59%P 차이로 낙선했다. 당시 김용남 수원병 예비후보는 민주당 김영진 후보에 10.53%P 차이로 뒤져 고배를 마셨다. 이들은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인데 새로 내세울 게 없어 본선 경쟁력에선 밀린다는 평가가 많다.

이창성 수원갑 예비후보가 장안구 정자1동을 찾아 주민들과 소통했다. /이창성 예비후보 페이스북
이창성 수원갑 예비후보가 장안구 정자1동을 찾아 주민들과 소통했다. /이창성 페이스북

이창성 예비후보는 수원갑 당협위원장으로 지낸 기간이 6년이다. 그는 지난 2일 총선 출마 선언으로 “인동선, 수원화성 주변 건축규제 완화 등 다수의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원외인사로서 최선을 다했다”며 “그럼에도 장안구 발전이 더딘 만큼 북수원 첨단 과학기술단지 유치 등 지역의 미래를 선도하는 정치인이 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준 예비후보도 수원갑 지역 발전을 다짐했다. 그는 지난 6일 출판기념회에서 “수원시 발전을 위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기업들이 신명 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미래 먹거리를 위한 성장잠재력이 높은 고부가가치 업종을 발굴해 이런 기업들을 수원에 유치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영입 후보 측은 "당이 필요하다고 해서 민주당 텃밭인 험지에 출마했는데 당내 교통 정리도 안 해주고 예비후보가 알아서 하라고 하면 지역에서 오래 조직을 장악해 온 당협위원장이 순순히 물러나겠느냐"며 "중앙당에서 하루속히 교통 정리를 해줘서 힘을 한데로 모아도 될까 말까 하는 상황인데 중앙당은 수수방관이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영입 인재가 전략 공천될 경우 당협위원장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국민의힘에서 띄워준다고 해도 영입 인재들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유명해지지는 않는다"며 "이 사람들이 잘 될 수 있는 전제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 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바람이 불면서 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을 압도하는 정도가 아니면 쉽지 않다"며 "전략공천 시 당협위원장의 이탈이 나올 거고 그중에서 이준석 등의 개혁신당 쪽으로 조직 일부가 이동한다면 더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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