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팩트 탐구]
'젓가락 사용설'은 의도적인 가짜뉴스
응급헬기 지침 위반 발견되지 않지만
가족·천준호 등 일반인 개입 오점 남아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가덕도 피습 사건 이후 쏟아지는 극우 발 가짜뉴스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범인이 칼이 아닌 젓가락으로 목을 찌른 것이 열상 1cm로 이어졌다는 경상설이었다.

부산대병원과 경찰발 오보로부터 시작된 논란의 진실은 범인의 칼이 이 대표의 피부와 근육을 뚫고 아래에 있는 목정맥 60%를 예리하게 잘라내 봉합을 위한 고난도 수술이 필요했다는 서울대병원 발표로 해소됐다.

테러범의 칼끝이 경동맥 바로 앞에 멈춰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논란이 더해졌다. 이재명 대표 가족의 요구로 부산대병원이 전원 결정을 내린 뒤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한 것이 응급의료 체계를 무시한 특권을 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이에 더해 집도의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았다"고 언급하면서, "서울대가 (먼저) 전원 요구를 하고도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는 부산대병원과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러나 병원 간 전원의 엄밀한 정의를 따져보면 이 역시 소모적인 논쟁인 것으로 파악됐다.

7일 여성경제신문이 [깐깐한 팩트 탐구] 코너를 통해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 전용헬기 운용 세부지침'을 검토한 결과 이재명 대표가 서울대병원에서 받은 경정맥 9mm 봉합 수술의 경우도 병원 간 이송을 위해 응급헬기 출동을 요구할 수 있는 근치(definitive treatment) 항목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병을 근본적으로 고치기 위한 의료 기법(수술 등)을 근치라고 한다. 응급헬기 운용 세부지침은 근치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의료 기관까지의 이송 시간이 40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 병원 간 응급헬기 출동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 이재명 대표처럼 "내원 후 응급실에 재실 중인 환자"에 한한다는 조건도 붙어 있다.

다시 말해 부산대병원 광역외상센터가 이 대표 가족 및 천준호 비서실장의 요구에 따라 최종적인 결정을 내린 주체라는 뜻이다. 전원을 "적정 진료 후 진료의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진료 정보를 제공해 지원하는 절차"로 규정하는 의학사전적 전원의 주체도 부산대병원이다.

결과적으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와 부산대 사이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이 대표는 경정맥 봉합을 위한 '최상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으로의 전원을 처음으로 요구하고 중재를 진행한 것이 이 대표 가족과 천준호 비서실장이라는 것은 여전히 논란이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 전용헬기 운용 세부지침 중 병원 간 이송의 출동 요청 기준. 내원 후 응급실에 재실 중인 환자인 이재명 대표를 병원 간 이송한 절차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경제신문DB
보건복지부, 응급의료 전용헬기 운용 세부지침 중 병원 간 이송의 출동 요청 기준. 내원 후 응급실에 재실 중인 환자인 이재명 대표를 병원 간 이송한 절차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경제신문DB

부산대병원 동의 있었기 때문에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 가능
병원 간 전원 절차 주체는 부산대

부산대병원에서의 빠른 수술이 옳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인 가운데, 의료지식이 부재한 일반인이 응급상황에서 컨트럴타워 역할을 한 것이 문제로 떠올랐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며 "이재명의 경정맥 수술은 아주 급하지는 않더라도 빨리해 주는 것이 좋았다"고 지적했다.

또 여기에 더해 응급의료법 제11조 1항에 대한 일부 매체의 가짜뉴스도 오해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조문을 보면 "의료인은 해당 의료기관의 능력으로는 응급환자에 대하여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 지체 없이 그 환자를 적절한 응급의료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둘러싼 음모론의 진원지 역할을 해온 더퍼블릭 등 일부 매체는 "의료기관 능력으로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이하 삭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며 법조문을 왜곡해 논란을 키웠다. 또 해당 뉴스를 이용해 김소연·변희재·차명진·유재일 등 일부 극우 인사는 확대 재생산에 나섰다.

이봉규 씨는 8일 이재명 대표 테러범이 종이로 목을 찔렀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유튜브 갈무리
이봉규 씨는 8일 이재명 대표 테러범이 종이로 목을 찔렀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유튜브 갈무리

가짜뉴스, 착오로 인한 오보와 달라
극우 집단 악의적 의도 곳곳 드러나

일반적인 실수 또는 착오에 기인한 오보와는 달리 가짜뉴스는 이들처럼 특정 목적을 위해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생산하는 뉴스를 뜻한다. 이를테면 사건 초기 '이 대표가 1cm 열상을 입었다'는 보도는 부산대와 경찰이 실수로 인정한 오보가 맞지만, 흉기가 두 개라는 '유언비어'를 기사화한 것은 의도적인 가짜뉴스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은 해당 매체에 대해 "기사를 즉각 삭제하라"면서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해당 기사는 현재에도 수정 없이 노출돼 있다. 더퍼블릭·자유일보 등 음모론의 진원지가 된 매체가 참여한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창립 기념일에 윤석열 대통령,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축사를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인터넷신문도 유튜브와 함께 가짜뉴스 감독 대상에 포함한 류희림 방송통신심위위원장의 첫 제재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젓가락 찌르기 설'의 시작점은 가덕도 현장에서 검은 옷을 입은 미상의 인물의 사진을 근거로 범인의 왼손에 칼이 들려 있었던 것처럼 보도한 스카이데일리의 오보였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엄정 대응을 지시한 5·18 관련 음모론(북한 주도설 등)을 유포한 매체다. 범인이 왼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는 오보를 근거로 이봉규TV 등 극우 유튜버는 휴대폰 케이스 설을 퍼뜨리더니 손톱으로 찔렀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 피습→부산 광역외상센터 응급처치→서울대병원에서의 근치 수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최종 결정은 전문의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강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의는 "응급실 뺑뺑이가 다반사인 세간의 응급의료 체계와는 다른 다이렉트서비스가 이뤄졌지만, 의학적 지식 없는 가족의 뜻대로 진행된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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