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갑질과 특혜" 반발 역풍
부산대병원, 최고 수술 요건 갖춰
박근혜 "대전은요?" 효과와 대조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당한 뒤 450km 떨어진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자 ‘헬기 이송 특혜’와 ‘지역의료 비하’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와 정청래, 천준호 민주당 의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임현택 의사회 회장은 “이 대표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할 의학적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부산대병원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권역외상센터이고 당시 수술이 가능했음에도 이 대표는 수많은 구급대원과 헬기를 동원해 서울대 병원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 이송은 소방청의 ‘119 응급의료헬기 구급활동 지침’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명백한 수술 새치기이자 의료진에 대한 갑질과 특혜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10시 27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시찰한 뒤 차량으로 돌아가던 중 지지자 행세를 하던 김모 씨(67)에게 흉기로 피습을 당했다. 그는 이 사고로 내정경맥 손상을 입었고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치료만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헬기에 실려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수술 시작 시각은 15시 45분으로 사고 후 5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송 결정은 천준호 의원과 이 대표 가족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사건 당일 기자회견에서 “자칫 대량 출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이송 후 신속하게 수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영입 인사인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도 4일 브리핑에서 “초기에 매우 위중한 상태에 놓였었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단순히 '이 대표의 위중' 때문에 부산을 떠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국가 지정 외상센터로, 전담 전문의가 17명에 달하는 등 아시아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다. 반면 서울대병원 중증 외상치료센터는 서울시가 지정한 곳으로, 전담 전문의 수는 6명이다.
특히 정청래 최고위원이 사건 당일 "목은 민감한 부분이라 후유증을 고려해 (수술을) 잘하는 곳에서 해야 한다"고 한 발언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부산에 더불어 광주·서울·경남·대전·전북 등 6개 시도 의사회까지 한목소리로 민주당을 향해 지역 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았다고 규탄했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부산대와 서울대병원의 선택 문제는 기본적으로 '의학'의 문제이고 '정치'는 그다음"이라며 "암에 걸렸는데 치료 성적이 더 좋은 병원은 일주일 후에 수술해 주고, 더 나쁜 병원은 두 달 후에 수술해준다면 어느 병원을 선택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치료 성적이 더 좋고 빨리 수술해 주는 병원을 선택할 것이다. 이번 사례가 그런 것"이라며 "그런데 그 사실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기어코 홍보를 더 잘한 다른 병원을 선택해 버렸기 때문에 각 지역의 의사들이 지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서병수·조경태·이헌승·김도읍·장제원·하태경‧백종헌·안병길·박수영·김희곤·정동만·이주환·김미애·전봉민 의원은 전날 성명을 내고 "지방 의료체계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한 수도권 우월주의"라고 비판했다.
파장이 커지자 김지호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환자 치료에 있어 의술도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 복잡하고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정신적으로 지지를 해줄 가족의 간호가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부산대병원 측에 환자가 가족의 정신적 지지와 간호를 받을 수 있는 주거지 인근인 서울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지 검토를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이재명 대표가 피습 사건 후 지역에서 역풍을 맞은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6년 '커터칼 피습' 사건 후 지역 주민의 지지를 받은 경우와 비교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신촌에서 유세를 벌이던 도중 지충호 씨가 휘두른 커터칼에 11㎝가량 자상을 입고, 바로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았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은 의연한 대처를 보이며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습 사흘째에는 당시 유정복 대표비서실장에게 "대전은요?"라며 선거 상황을 물은 일화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격전지인 대전시장 선거에 대한 그의 의지를 보여주면서 박 전 대통령의 커터칼 피습이 선거판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퇴원 후 대전을 전격 방문했고, 당시 열세였던 한나라당의 판세가 뒤집혔다.
정치권에서 박 전 대통령의 피습 사건이 회자되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시 공보특보였던 구상찬 전 의원과 "대전은요" 발언을 사전에 의논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한 게 아니라 참모진이 준비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유정복 인천시장은 페이스북에 "'대전은요?'라는 말은 수술에서 깨어나신 후 첫 말씀이 아니라, 이틀 뒤 선거 상황을 보고했을 때 나온 첫 말이었으므로 윤 전 장관이 얘기한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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