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서 상인회장만 만나···나머지는 2층에서 대기
尹, 경호원·지역 정치인들에 둘러싸여 있다 귀경
피해상인들 "아무 말도 없이 가버릴 수가···" 격앙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먹거리동 1층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먹거리동 1층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수산물특화시장을 방문했는데 피해 상인 대부분을 만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다.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은 23일 윤 대통령이 서천시장을 방문한 이후 브리핑을 통해 "'바람이 많이 불어 피해가 커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한 대통령은 피해 점포 수 등 피해 현황을 꼼꼼히 질문하며 현장을 살피고 상인들을 면담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현장에 나온 150여명의 피해 상인들은 대통령의 방문에 감사를 표하고 눈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면서 "상인 대표는 '대통령께서 직접 방문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대통령의 방문에 화답했고 현장 상인들 모두가 대통령에게 박수로 감사를 보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26일 여성경제신문이 확인한 결과 윤 대통령이 복수의 상인들을 만나고 상인들 모두가 박수로 감사를 보냈다는 대통령실 발표는 사실이 아니었다.

김 대변인이 전한 상황은 윤 대통령이 서천시장 먹거리동 1층 로비에 방문해 약 20분간 머무른 때였다. 당시 상인은 오일환 서천특화시장 상인회장 1명만 있었을 뿐 나머지 상인 200여명은 2층 강당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현장을 보도한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정치인, 경호원, 경찰, 기자들과 동행해서 많은 인파 속에 둘러싸여 있었다. 정치인은 김태흠 충남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장동혁·홍문표·정희용·정진석·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등이었다. 

윤 대통령이 발언할 때 앞에서 듣고 있는 인물들은 상인이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 노박래 전 서천군수, 김경제 서천군의회 의장, 이지혜 서천군 의원 등이다. 대통령실 발표대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박수를 쳤는데 해당자는 정치인들이었다.

오일환 상인회장은 24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대통령님이 11시~12시에 오실 수도 있다 이 정도로만 알고 대통령을 뵙게 됐는데 뵌 과정은 그렇게 순탄치는 않았다"고 말했다. 경호원의 제지로 밖에서 대기하다가 자신이 상인회장임이 확인된 후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진행자가 "다른 분들은 다 못 만나셨겠네요. 회장님만 가서 그나마 대통령님과 이야기를 좀 했다?"라고 묻자 오 회장은 "예,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2층에 방문하지 않고 돌아가자 상인들은 현장에 남아있던 김태흠 충남지사를 상대로 항의했다. 현장을 보도한 영상에 따르면 한 여성 상인은 "대통령이 여기 방문한 이유가 뭐냐. 여기 계신 상인분들 중 대통령을 만난 분 있으면 손을 들어달라"고 했으나 손을 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또한 일부 상인들은 “너무하시는 거 아니냐. 저희들 대통령님 오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희도 안 보고 가시는 건 아니죠” “대통령이 어떻게 와서 아무 말도 없이 가버릴 수 있냐”라고 말하며 오열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천시장 관계자는 26일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그때 대통령 방문 이후로 상인들 분위기가 똑같다.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서천특화시장 방문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갈등 봉합의 장으로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브리핑을 통해 "서천시장 화재 현장 방문은 국민과 국정을 대하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자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대통령실의 말대로 '대통령의 방문에 감사를 표하고 눈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150여명의 피해 상인들은 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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