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인력 사정 처한 의대들의
엿장수 마음대로 식 수요 조사 논란

정부가 추진해 온 의대 정원 수요 조사가 엿장수 마음대로 값을 매기는 것에 비유되며 '부르는 게 숫자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병원의 의료보조인력(PA) 상황부터 서로 다른 국립의대들이 임의적으로 제시하는 숫자를 집계한 것을 과학적 통계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먼저 의대 정원 수요 조사를 위해 교육부가 대학을 상대로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이를 단순 집계한 발표를 강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한 의사 인력 확충'과는 거리가 먼 증원안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에 의하면 전국 16곳 국립대 병원의 PA는 2023년 기준 1259명으로 2019년 895명에 비해 30%가량 증가했다. PA란 의사면허가 없지만 환자에 대한 시술·처치·검사·약물 처방 등 의사 지도하에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으로, 제도화만 잘 된다면 의사수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전국 16곳의 국립대 병원 중 서울대병원 본원이 가장 많은 166명의 PA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분당분원이 126명, 충남대병원 세종분원이 102명으로 뒤를 이었다. 전남대병원 본원은 51명, 전남대병원 화순은 40명의 PA 인력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이를 근거로 "의사 인력 부족으로 공공의료의 핵심기관인 국립대병원에서도 PA가 증가하고 있다"며 의대 증원을 주장하지만, 현장에선 의료법상 보조 업무에 대한 규정을 십분 활용한 효율적인 경영으로 평가 받는다. 반면 지금까지 PA 운영에 손을 놓고 있던 특정 의대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 확대 목소리가 나온다.
예를 들어 지난달 17일 교육위 국정감사가 열린 경북대병원은 PA 운영을 위한 내부 지침조차 운영하지 않는 대학병원으로 파악됐다. 당시 국감에 출석한 양동헌 경북대병원장은 "지역 필수·중점의료를 처리하기 위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가장 앞장서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응급실 뺑뺑이 사고가 끊이지 않는 도시로 악명이 높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법 제48조의2에 따른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을 거부한 경북대병원에 대한 시정명령 및 보조금 지급 중단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응급의학회 소속 한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PA 제도화에 소극적인 것도 문제지만 이를 핑계로 인력 관리에 손을 놓다시피한 경북대는 학회 내에서도 문제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대구 응급실 뺑뺑이로 악명 높은데도
경북대병원 보조 인력 0명 방침 고수
복지부는 수요 발표를 한 템포 쉬어가며 밀당 전략을 취하고 있다. 조규홍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의대정원 수요조사 발표를 연기한 것이 대한의사협회 눈치를 보느냐"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40개 대학의 의대정원 수요를 2030년까지 받았는데, 따져볼 것도 있고 확인할 사항이 있어서 연기를 했다.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증원 폭을 정하는 과정에서 의료현장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내놓자 "과학적인 통계에 근거해 업무(의대 증원)를 추진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일부 언론에서 2000명, 3000명, 4000명 식의 추측성 보도가 나오면서 정부가 수요 조사란 이름을 빌려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1000명 이상 규모의 정원 확대란 답을 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이어지고 있다.
또 전국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2025년부터 2030년까지 6년간 희망하는 입학 정원 수요 조사를 마친 복지부가 "의대 증원 수요를 확인하고 정리하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기존 13일 발표 일정을 번복한 것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답만 하면 돼의 줄임말)' 의혹을 더 키웠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협 패싱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복지부가 각각 다른 사정에 처한 의대들이 적어내는 숫자를 합쳐 수요라고 발표하기엔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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