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경제 활동 강하다면서 피벗 ‘부정’
국채 고금리 경계, 금융 여건 긴축 인정
미 정부 국채 공급 조절 시장금리 급락
10년 물 금리 4.71%···뉴욕증시는 급등

경제는 먹고 사는 문제 전반을 다룬다. 그런 면에서 보면 맹수가 토끼 한 마리를 사냥하는 것도 경제 활동이다. 사냥할 때 맹수는 냉철한 머리와 심장으로 토끼 곁 수풀에 숨는다. 머릿속엔 토끼를 잡을 가능성, 잡는다면 어느 부위를 물지, 반대로 놓친다면 토끼가 도망칠 경로, 어느 정도 속도로 쫓아야 할지 등의 경우의 수가 샘솟는다. 맹수처럼 경제활동은 충동 아닌 전략으로 임해야 한다. 금융 자산이든 부동산이든 먼저 돌아가는 프로세스 체계를 이해하고 전체 판을 조감할 수 있어야 한다. MZ경제는 경제와 자산이 움직이는 맥을 해부해 전체 그림을 스스로 알 수 있게 제공한다. ‘sMart generation Z’ 즉 똑똑한 Z세대를 위한 경제 콘텐츠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통화 긴축을 사이에 두고 시장과 ‘썸’을 타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9월에 이어 금리를 동결했지만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통화 긴축을 사이에 두고 시장과 ‘썸’을 타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9월에 이어 금리를 동결했지만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통화 긴축을 사이에 두고 시장과 ‘썸’을 타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9월에 이어 금리를 동결했다. (상단 기준 5.5%) 물가 2% 목표와 거리가 있고 경제 호황이 물가를 떠받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선 아직 때가 이르다고 한다.

여기에는 ‘금융 여건의 긴축’이 크게 작용했다. 돈을 빌리고 받는 채권시장에서의 고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을 대체하고 있다. 쉽게 말해 내버려 둬도 돈줄이 조여지는 상황에 굳이 연준까지 나서서 대출 가격(금리)을 높이는 데 부채질할 필요 없다는 말이다. 시장금리 ‘폭등’은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며 이는 기업 도산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

시장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며 환호성을 지른다. 당분간 금리 인하는 없다는 파월의 으름장에도 뉴욕증시가 일제히 상승한 데는 이러한 내막이 있다. 이제 시장은 기준금리보다 국채 금리에 더 반응한다. 동결 카드밖에 없는 파월 의장의 속사정을 알기 때문이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1일(현지 시각) 뉴욕증시는 연준의 ‘금리 인하 불가’ 메시지에도 일제히 상승세를 펼쳤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44.06포인트(1.05%) 상승한 4237.86에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10.23포인트(1.64%) 오른 1만3061.47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21.71포인트(0.67%) 오른 3만3274.58에 거래를 마쳤다.

덩달아 한국 주가도 상승했다. 이날 오후 2시 7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38.17포인트(1.66%) 상승한 2339.73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30.72포인트(4.16%) 상승한 769.95를 가리키고 있다.

1일(현지 시각) 뉴욕증시는 연준의 ‘금리 인하 불가’ 메시지에도 일제히 상승세를 펼쳤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44.06포인트(1.05%) 상승한 4237.86에 장을 마쳤다. /인베스팅닷컴
1일(현지 시각) 뉴욕증시는 연준의 ‘금리 인하 불가’ 메시지에도 일제히 상승세를 펼쳤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44.06포인트(1.05%) 상승한 4237.86에 장을 마쳤다. /인베스팅닷컴

뉴욕증시의 상승은 연준의 2회 연속 동결보다는 미 국채 수익률 급락과 관련 있다. 지난 9월 20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동결 결정에도 증시는 고꾸라졌던 것을 볼 때 이제 기준금리 동결 자체가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련 기사 : [포커스] ‘한 번 더 인상’ 무게 실은 파월···킹달러에 치인 코스피·코스닥 개미)

주식시장에 파괴적인 역할 못 하는 ‘동결’
국채 공급 규모 축소→금리↓→증시 급등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는 초단기 금리인 콜금리에 영향을 주고 다시 장단기 시장금리에 영향을 준다. 다시 예금 및 대출 금리 변동으로 이어지면서 실물 경제 활동 전체에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평소 기준금리가 증시를 쥐고 흔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채권 시장은 기준금리보다는 채권시장 자체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채권 가격이 급락(=금리 급등)했다. 미 정부가 많은 빚을 내기 위해 채권 공급을 천문학적으로 늘리면서 수익률이 급등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올해 이미 미국 GDP의 6.3%에 달하는 1조6950억 달러(한화 약 2290조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규모다. 대선이 있는 내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큰 정부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더 많은 빚을 져 시장에서 국채 공급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채권 시장은 기준금리보다는 채권시장 자체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채권 가격이 급락(=금리 급등)했다. 미 정부가 많은 빚을 내기 위해 채권 공급을 천문학적으로 늘리면서 수익률이 급등한 것이다. 사진은 NYSE 입회장에서 일하는 트레이더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미국 채권 시장은 기준금리보다는 채권시장 자체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채권 가격이 급락(=금리 급등)했다. 미 정부가 많은 빚을 내기 위해 채권 공급을 천문학적으로 늘리면서 수익률이 급등한 것이다. 사진은 NYSE 입회장에서 일하는 트레이더의 모습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에 “최근 장기금리 급등은 채권시장의 단기 수급 악화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면서 “진보적 성향의 바이든 행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적자재정 편성을 지속하면서 국채 발행 규모가 천문학적 수준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지난달 중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5%를 뛰어넘으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2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5.2% 선을 훌쩍 넘으며 17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국채금리 급등은 조달 비용 상승을 의미한다. 돈 빌려 사업하는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사업장뿐 아니라 국채 보유량이 많은 중소은행도 타격을 받았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웰스파고는 올해 주당순이익(EPS)을 –2%, 내년 –5%로 하향 조정했고 모건스탠리는 내년 –3%가량 이익 전망을 조정했다. (관련 기사 : [경제 0면] 美 국채금리 급등으로 중소은행 흔들···SVB 파산 트라우마 연준 당혹)

금융 위기를 방어하는 선에서 물가를 잡아야 하는 연준 입장에선 더 이상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다. 정부가 국채를 많이 발행할수록, 연준이 나서지 않아도 긴축 모드인 시장을 더 조일 필요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 국채 금리마저 급락했다. 증시가 오르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다.

시장 금리 상승 긴축 효과 연준 인정
‘금리 인하 없음’ 비둘기 논조 된 이유

미 국채 금리는 모두 4%대로 하락했다. 미 재무부가 국채 발행에 대한 속도 조절을 나섰기 때문이다. 10년물은 발행 증가 규모는 20억 달러(기존 30억 달러, 총 400억 달러 발행), 30년물은 10억 달러(기존 20억 달러, 총 240억 달러 발행)로 줄었다. 이전보다 채권 공급량이 적어졌다. 채권의 가격과 금리는 역의 관계다. 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하락했다.

미 국채 금리는 모두 4%대로 하락했다. 미 재무부가 국채 발행에 대한 속도 조절을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현지 시각 오전 2시 9분 기준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4.7280%로 전장보다 0.0630포인트(1.31%) 하락했다. /인베스팅닷컴
미 국채 금리는 모두 4%대로 하락했다. 미 재무부가 국채 발행에 대한 속도 조절을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현지 시각 오전 2시 9분 기준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4.7280%로 전장보다 0.0630포인트(1.31%) 하락했다. /인베스팅닷컴

이날 미국 현지 시각 오전 2시 9분 기준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4.7280%로 전장보다 0.0630포인트(1.31%) 하락했다. 2년물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0.0090포인트(0.18%) 하락한 4.9620%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도 0.0690포인트(1.39%) 하락한 4.9050%를 기록했다.

시장 금리 상승에 대한 긴축 효과를 연준 위원도 인정하고 있다. 이번 FOMC 정책 결정문에도 명시돼 있다. 이번 정책 결정문을 보면 “가계와 기업에 대한 보다 긴축적인 신용 여건이 경제 활동, 고용 및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라는 문구를 찾아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이전에는 없던 ‘금융 여건 긴축’이 추가됐다.

파월 의장은 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난 18개월간 임금 상승률이 크게 낮아져 현재는 2% 물가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에 가깝게 하락했다”면서 “대중들은 2% 물가로 복귀할 것이라 믿고 있다(기대인플레이션 하락)”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융 여건 긴축이 정책금리 인상을 얼마만큼 대체할 수 있는지를 논할 수는 없다”면서 “최근 시장금리 상승 원인과 관련해 긴축 효과도 일부 있지만 긴축 속도 변경을 고려하고 있진 않다”고 발언했다.

연준은 종전 기준금리 연 5.25~5.50%를 유지하기로 했다. 연준은 지난 9월 소비 위축 우려에 기준 금리 동결을 결정했는데 이후 2회 연속 동결이다. /EPA=연합뉴스
연준은 종전 기준금리 연 5.25~5.50%를 유지하기로 했다. 연준은 지난 9월 소비 위축 우려에 기준 금리 동결을 결정했는데 이후 2회 연속 동결이다. /EPA=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등 긴축 기조 유지 필요성을 피력하면서도 금융 여건 긴축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장기금리 상승이 일시적이지 않고 추세로 이어진다면 정책금리 인상을 대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며 대체로 비둘기파적(dovish·통화 완화 선호) 논조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연준은 종전 기준금리 연 5.25~5.50%를 유지하기로 했다. 연준은 지난 9월 소비 위축 우려에 기준 금리 동결을 결정했는데 이후 2회 연속 동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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