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 신호탄 10년물 4.8% 돌파
美 중소은행 불안 SVB 사태도 소환
연준 기준 금리 동결 시사 금리 ‘뚝’

경제 이슈는 일정한 주기를 두고 반복해서 등장한다. 범람하는 뉴스 중에도 우선순위는 있다. [경제 0면]은 동시대 전체 경제 윤곽을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를 위해 만들어졌다. 1면보다 더 중요한 0면이다. 다달이 집계되는 물가, 금리, 원자재 가격과 같은 거시 경제의 근간부터 원자력 발전, 반도체, 2차 전지 등 미래 지향적인 산업 이슈로 친근하게 독자를 찾아간다. [편집자 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자, 미국 중소은행 불안이 수면 위로 올랐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 전경 /AFP=연합뉴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자, 미국 중소은행 불안이 수면 위로 올랐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 전경 /AFP=연합뉴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자, 미국 중소은행 불안이 수면 위로 올랐다. 올 초 불거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달 ‘한 번 더 금리 인상’ 여지를 열었던 연방준비제도(Fed) 위원 사이에서도 금리 동결에 대한 주장이 힘을 받으면서 비로소 미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멈추고 고꾸라졌다.

12일 오후 3시 43분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54%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4.595%) 대비 5.5bp(1bp=0.01%) 하락했다. 지난 6일 10년물 금리는 16년 만에 최고치인 4.8%까지 치솟았다.

이후 연준 인사의 금리 동결 거론 이후에야 상승세가 꺾였는데 10일(현지 시각) 10년물은 18bp 급락한 4.62%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는 8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국채금리 급등은 지난 3월 불거진 SVB 파산 사태를 상기시켰다. /인베스팅닷컴
국채금리 급등은 지난 3월 불거진 SVB 파산 사태를 상기시켰다. /인베스팅닷컴

국채금리 급등은 지난 3월 불거진 SVB 파산 사태를 상기시켰다. SVB 파산은 연준의 장기화된 고금리 정책에 기인한다. 11개월간(지난 3월 기준) 450bp 금리 인상으로 은행의 재무구조가 악화했고 이에 따른 불안과 악소문은 고객이 은행으로 달려가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빌미를 제공했고 SVB는 파산했다(2023년 3월 10일). SVB뿐 아니라 미국의 중소·지역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는데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까지 번졌다.

이때 연준의 긴축 책임론이 불거졌고 금리 인상 1년 만에 동결 가능성이 처음 거론됐다. 그런데 이번 국채 금리 급등 사태는 SVB 사태와 닮아있다. 사건의 시작은 결국 고금리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미 국채 금리 상승을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국채 발행에 중국과 일본의 미 채권 매도세가 더해진 데서 원인을 분석했다. 두 나라는 해외 투자자 중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전체 미 국채 보유액의 25%에 달한다. (관련 기사 : [김성재 칼럼] 킹달러는 日·中의 마리오네트 '미 국채 매도 효과')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와 더불어 실질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김 교수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크게 늘려 많은 돈을 빌리려 할 때도 빚의 공급이 늘어나 그 값이 떨어진다. 그래서 재정적자는 고금리를 초래하는 주범이 된다”면서 “진보적 성향의 바이든 행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적자재정 편성을 지속하면서 국채 발행 규모가 천문학적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미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국채 발행에 중국과 일본의 미 채권 매도세가 더해진 데서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미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국채 발행에 중국과 일본의 미 채권 매도세가 더해진 데서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또한 “일본과 중국이 자국 통화의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미 국채 매도에 나서고 있는데 일본과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일수록 미 국채 금리는 상승한다”면서 “일본과 중국이 자국 경기 문제로 갈팡질팡하면서 미 국채 매도를 지속하면 채권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된다”고 우려했다.

국채 많은 중소은행 타격·주가↓
'안전자산 선호' 소형은행 예금↓

지난주 태평양 넘어 미국의 지역은행들은 절체절명의 시간을 보냈다. 국제금융센터가 공개한 ‘글로벌 은행산업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주 미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인해 국채 보유량이 많은 은행에 대한 타격이 우려됐고 이에 따라 미국 중소은행 주가가 요동쳤다.

보고서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6년 내 최고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지난 3월 은행산업 불안을 야기했던 국채 미실현 손실 위험이 재차 불거질 소지가 있다”면서 “은행들은 연준으로부터 고금리 긴급자금 대출을 받거나 고객 예금에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등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며 순이자마진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웰스파고는 올해 주당순이익(EPS)을 –2%, 내년 –5%로 하향 조정했고 모건스탠리는 내년 –3%가량 이익 전망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지역은행에 대한 투자 의견이 하향 조정됐다. 웰스파고는 Associated Banc-corp, First Horizon 등을 포함한 4개 지역은행을 포함했다.

미 중소은행에 대한 유동성 위기는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당시 KBW 나스닥 지역은행 주가는 0.8% 하락했다. 특히 퍼시픽 웨스트 뱅크(PacWest)와 키코프(Keycorp)가 각각 3.9%, 5.1% 급락했다. 반면 미국 상업은행 및 중·대형은행 예금이 각각 0.2%, 0.4%, 0.6% 증가했고 소형은행은 0.3% 감소했다.

중소은행 불안 연준의 동결 날갯짓
‘2% 물가 목표’ 고집하는 연준 매파

지난 SVB 사태처럼 이번에도 미국 중소은행 불안을 잠재운 것은 연준이었다. 갑작스러운 금융 불안에 연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가 ‘평화의 동결 날갯짓’을 퍼덕였고 국채 금리는 거짓말처럼 뚝 떨어졌다.

지난 SVB 사태처럼 이번에도 미국 중소은행 불안을 잠재운 것은 연준이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지난 SVB 사태처럼 이번에도 미국 중소은행 불안을 잠재운 것은 연준이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미 댈러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에서 “앞으로 국채 수익률 상승에 따른 금융 상황 긴축을 지속해서 의식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도 이를 염두에 둘 것”이라면서 “우리는 정책이 너무 제약적이라는 위험과 충분히 긴축하지 않았을 위험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민감한 위험 관리의 시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도 기간 프리미엄이 올라가 장기 국채 금리가 높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연방기금 금리를 더 올릴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연준이 금리를 더 이상 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준 비둘기파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은 연준이 금리 정책을 결정할 때 큰 비중으로 참고하는 실업률과 임금인상률이 금리 동결도 가능한 수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9월 실업률은 3.8%로 예상치(3.7%)보다 컸고 임금인상률도 전달과 지난해 동월 대비 각각 0.2%, 4.2% 올랐는데 이는 예상치(각각 0.3%, 4.3%)를 밑돈 수치다.

국채 금리 급등에 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한 날갯짓으로 비둘기파에 맞대응하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더 높은 장기 수익률이 인플레이션을 낮춘다는 측면에서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줄일 것이라는 데는 아직 확신하지 못하겠다”면서 “우리가 실제로 충분히 했다고 안심하기 위해서는 추가 인플레이션, 노동 시장, 임금 관련 데이터를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파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물가 안정은 연준의 주요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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