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배럴 당 91.7달러 연중 최고치
러시아-사우디 감산 쇼크 유가 급등
과거 스태그플레이션, 오일쇼크 기인
중국 등 수요 둔화 유가 안정 가능성

세계 3대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모두 넘어섰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에 이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마저 90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작년 11월 이후 열 달 만이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이 원인이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우려도 수면 위로 올랐다. 과거 세계 불황을 이끈 오일 쇼크마저 거론된다. 이미 한국인은 심리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고 있고 앞으로 물가가 꺾이지 않는다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3대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모두 넘어섰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우려도 수면 위로 올랐다. 과거 세계 불황을 이끈 오일 쇼크마저 거론된다. /AP=연합뉴스
세계 3대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모두 넘어섰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우려도 수면 위로 올랐다. 과거 세계 불황을 이끈 오일 쇼크마저 거론된다. /AP=연합뉴스

“굳이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무시무시한 용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물가 상승에 실질 소득 떨어지고 성장·소비 둔화에 가계 살림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살림 팍팍해지는 것 자체가 스태그플레이션이다.”

18일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유가 상승과 관련해 이같이 진단했다. 과거 오일 쇼크처럼 국제 유가 폭등에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지 않더라도 경기가 안 좋고 물가가 높으면 경제학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가리키는데 이미 심리적으론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날 세계 3대 유가는 지난주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WTI 선물 가격은 장중 전 거래일 종가(90.77달러) 대비 0.93달러 오른 91.70달러까지도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전 거래일 종가(93.93달러) 대비 0.85달러 오른 94.78달러까지 올랐다. 두바이유는 전 거래일 종가(93.45달러) 대비 0.11달러 오른 93.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유가 급등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연장 이슈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OPEC+의 감산을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5일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 정책을 12월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이미 하루 3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었다. 이같이 공급 축소가 예견되자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과거 오일 쇼크도 거론된다.

OPEC 감산에 70년대 최악의 인플레 발발
유가 상승에 떠오르는 오일 쇼크 트라우마

오일 쇼크는 OPEC이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 원유 생산량을 줄여 유가를 올리면서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끌고 온 사태를 가리킨다. 즉 산유국의 감산 결정이 원인이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원유가 가장 기초적이고 대표적인 생산요소이기 때문에 이는 생산비용을 상승시켰다. 결국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더 고통스러운 것은 침체와 인플레가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인데,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확장정책을 사용하면 인플레는 심화되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정책을 쓰면 침체가 심화한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정책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2차 오일 쇼크로 1981년 미국의 물가가 13.5%에 달하자 당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가 금리를 20%에 달하는 수준까지 올렸고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고금리 정책 후폭풍으로 기업 도산과 강달러에 따른 무역적자 및 재정적자라는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이에 따라 유가 상승은 세계인에게 오일 쇼크라는 트라우마를 일으킨다.

미국과 중국 경기 악화 따른 수요 둔화
유가 상승 제한···상단 도달했을 가능성

“이미 유가는 상승 분위기를 탔다. 문제는 이를 제어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작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기인한 국제유가 상승에 미국이 한 해 2억 배럴 이상의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하면서 유가 상승세를 완화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미국의 SPR 재고는 1980년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은 1년 전 너무 많은 양의 SPR을 방출했기 때문에 추가 방출 여력이 없다.

작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기인한 국제유가 상승에 미국이 한 해 2억 배럴 이상의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하면서 유가 상승세를 완화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미국의 SPR 재고는 1980년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래프는 1980년 초부터 최근까지의 SPR 재고량 추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작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기인한 국제유가 상승에 미국이 한 해 2억 배럴 이상의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하면서 유가 상승세를 완화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미국의 SPR 재고는 1980년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래프는 1980년 초부터 최근까지 SPR 재고량 추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그럼에도 오 전문위원은 현재 유가가 상단에 근접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때문이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드라이브 등 현재 공급 쪽이 부각되고 있는데 최대 수입국인 중국 경제가 안 좋지 않나. 수요가 어떻게 될지 파악해야 한다.”

가격은 공급과 수요, 양 날개로 결정된다. 공급 부분에서 가격 상승이 예견된 상황에서 이제 수요 부분을 지켜봐야 한다.

“유가가 상승하자 이란과 베네수엘라, 미국 등에서 원유 생산이 증가하는 반면 경기 불안 전망은 계속 나오고 있고 특히 미국에서 내년 1분기 경기침체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 가격을 올리고 있는 반면 수요 측면(둔화)에서 유가를 끌어내리지 않을까 싶다. 하락 반전은 아니지만 유가 상단을 제한할 거라고 본다.”

감산이 결정된 상황에서 세계 경제의 침체와 회복 등 원유 수요 상황에 따라 유가 상황이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단에 다다랐다고 치더라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상단에 이미 도달했고 가격 상승이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있다. 유가가 다시 80·70·60달러로 가격이 떨어지긴 힘들기 때문이다. 90달러대에서도 (실질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들어설 가능성은 충분하며, 수요가 마이너스로 가지 않는 이상은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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