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물가상승률 2.3% 작년 기저효과 영향
석유류 가격 1년 전보다 25.9% 하락 요인
유가 상승세 재림···서울 휘발윳값 1735원/L
사우디 러시아 수출↓원유 수요 회복 전망

두 달 연속 2%대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이 하반기 다시 뛸 전망이다. 작년 급등했던 석유류 가격에 대한 기저효과 덕에 올 상반기 물가가 둔화세를 이어갔지만 심상치 않은 국제 유가 상승에 이 흐름도 끊어질 기로에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감산 연장과 더불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석유 수출량 제한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금 떠올랐다. 원유 수요 회복 전망 등 타이트한 수급 전망 이슈는 더 강한 유가 상승, 즉 물가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달 전까지 리터당 1600원대이던 서울 휘발유 가격은 이제 1800원을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 예상대로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으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기상 여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2일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향후 물가 상승 추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비롯해 금융당국은 올 초부터 3%대 연말 물가를 예측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0(2020년=100)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올랐다. 이는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의 최저치로, 물가상승률은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 연속 둔화세를 지속했다.

물가상승률 둔화세 지속은 석유류 가격 하락이 주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5.9% 하락했다. 이는 통계 작성(1985년 1월) 이래 최대 감소 폭이다.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는 –1.49%포인트나 됐다.
금융당국 전망처럼 8월 이후 물가는 상승 가능성이 크다. 국제 유가가 매섭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유(WTI)는 전월 대비 15.8% 상승했고 브렌트유는 14.2%, 두바이유는 12.5% 올랐다. 또 미국 휘발유 가격은 11.2%, 아시아 휘발유 가격은 15.8% 상승했다. (7월 말 기준)

이에 따라 국내 물가를 좌지우지하는 기름값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본지가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유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전과 비교해 리터당 약 100원가량 올랐다.
이날 오후 3시 43분 기준 전국 휘발유 가격 평균은 리터당 1646원, 서울 평균 가격은 1735원이다. 금방 몇 분 사이에도 평균 가격이 달라질 정도로 실시간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7월 1일 전국 평균 : 1569원, 서울 평균 : 1639원)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사우디와 러시아의 추가 감산과 세계수요 회복 조짐, 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 및 달러 약세, 금융자금 유입 등으로 비교적 큰 폭으로 반등하며 3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아시아 휘발유 가격도 5~6월 박스권에서 벗어나며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수요와 공급 법칙 충실히 따르는 유가
타이트한 수급 전망에 물가 상방 압력
국제유가는 수요와 공급 법칙을 충실히 따른다. 생산 및 공급은 줄고 수요 회복 전망에 세계 3대 유가가 폭등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 기사 : [2023 국제원유시장 시나리오-上] 저유가 조건 : 종전과 코로나 통제 실패)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7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2734만 배럴이었다. 이는 2021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전달보다 84만 배럴 감소했다. 지난 6월 OPEC 플러스(+) 합의에 따라 사우디는 7월 1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으며 이는 8월 말까지로 연장됐다. 이후에도 연장 가능성은 있다. 사우디는 단독적인 감산 결정 등 유가 부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러시아 원유 수출도 6월 이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중국과 인도 원유 수요 둔화에 기인한다. 또 일일 50만 배럴 수출 축소 선언 등으로 러시아 수출 감소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공급은 실제 감소하고 있지만 수요 회복 전망 불씨는 살아있다. 이는 원유 가격을 떠받치는 요인이다.
국제 통계 기구 JODI(Joint Organization Data Initiative)에 따르면 지난 5월 세계 원유 수요는 전월보다 일일 300만 배럴 이상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견조한 수요 증가를 근거로 올해 세계수요 전망을 전월보다 일일 15만 배럴 상향 조정했다. 또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종료 가능성은 WTI 등 유가 관련 선물 옵션에 대한 자금 유입 환경을 조성한다.

이날 오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선물 가격(9월물)은 배럴당 82.18달러를 기록하며 전장보다 0.81달러(1.00%) 상승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10월물)은 85.69달러, 두바이유 선물 가격(8월물)은 배럴당 85.58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3대 국제유가는 지난 6월 말까지 배럴당 70달러 초반에 머물다가 국제 수급 이슈가 터지면서 힘껏 뛰었다.
오 전문위원은 “주요 기관들의 타이트한 수급 전망, 주요국 통화 긴축에 대한 부담 저하 등으로 국제유가는 상방 압력이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라면서 “다만 아직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주요국 경제지표에 따라 변동성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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