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WTI 4% 급등
되돌려지는 유가···하루 만에 하락세
이란 배후설 미국 제재 심화 가능성
실제 공급 차질보단 불안 심리 야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연말 감산 연장에 이어 뜻하지 않은 중동지역 충돌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공격에 석유 가격이 급등했다.
그러나 이 상승세는 하루 만에 힘을 잃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석유를 생산 및 수출하지 않는 두 국가 간 충돌이 실질적인 공급 차질 요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산유국인 이란 배후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세계인의 수급 불안을 자극했다. 서방과 아랍권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있고 어떤 식으로든 아랍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실질적으로 공급 차질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겠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감이 심리적인 면에서 영향을 줄 것이다. 실물 시장에선 재고 확보라든가 선취 매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4% 급등한 것도 이 공포감 때문이었다.”
10일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유가 급등 요인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9일(한국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59달러(4.34%) 상승해 배럴당 86.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WTI 선물은 하루 만에 하락 전환했고 이날 장중 85.30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이 비산유국이기 때문이다. 오 전문위원은 심리적인 요인에 주목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충돌이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원유 생산하고 수출하는 국가도 아니다. 다만 이번 사태 배후가 이란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미국의 이란에 대한 느슨했던 제재가 다시 조여지는 거 아니냐는 공포감이 수급 불안을 야기했다. 오늘 하락은 어제 급등의 되돌림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수급에 미칠 영향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오전 팔레스타인 편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이 사우디와 이스라엘과 외교적으로 이어주려고 시도했던 노력을 져버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는) 현재 진행 중인 충돌을 막기 위해서 모든 국제 및 지역 당사자들과 협력을 위한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팔레스타인 국민의 정당한 권리 추구, 존엄한 삶을 위한 노력, 희망과 열망 실현, 정의와 지속적인 평화 달성을 위해 계속해서 팔레스타인 국민의 편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오 전문위원은 “사우디는 원래부터 팔레스타인을 지지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외교관계가 그간 없었고 미국이 두 국가를 화해시켜 외교관계를 이으려고 했다. 그러던 찰나 이번 사태가 터졌다. 사우디 입장에선 특별한 것이 없다. 사우디는 이스라엘을 지지한 적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석유 수급 곤란에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전 세계인의 공포감을 자극하기엔 충분하다. 이는 재고 확보를 부추기거나 선취 매매 욕구를 자극하는 등 석유 수요를 확대할 수 있다. 유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심리가 경제를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중동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 영향은 결국 수급 경로를 통해 미치는 건데 당장은 수급에 차질은 없겠지만 공포감을 자극할 우려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것이다. 이스라엘이 본격적으로 가자지구로 진입하면 아랍국가가 강하게 반발할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공포감은 상승할 것이다. 이번 문제는 공포심이라는 측면에서 시장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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