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준의 청춘을 위하여] (15)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 어떤 부모를 만나든
인간으로서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나는 어디로 가는가' 질문이야말로 인생의 한 방

쏴아아~후드득~후드득~쏴아아~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아쉬운 시간과 허무한 낙엽이 장렬하게 내려앉은 11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투명한 창문을 때리며 커지는 늦가을 빗소리는 나를 코너로 밀어붙이며 아프게 달려듭니다. 빗소리가 깨운 잠투성이는 멍하니 스포츠 중계 채널을 켭니다. 세기의 격투기 챔피언 결정전을 벌이는 검투사 같은 선수들의 피멍 든 눈빛과 난타전이 혈전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찬 비바람 진눈깨비의 창밖은 무심히 우리를 겨울나라로 데려갑니다.
비구름에 가려 어두운 산책길 마지막 잎새마저 떨어지도록 두렵게 후려치는 비와 바람, 그리고 눈보라의 삼중주가 몹시도 얄궂고 얄미운 11월의 어스름 새벽입니다. 시간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 생의 시간들이 속상하게 아쉽기만 합니다.
재깍~초조~재깍~초조~
빈틈없고 비정한 생의 초침 소리가 겨울을 재촉하는 빗소리의 포르테(Forte) 음표를 타고 잠이 덜 깬 나의 베개 밑으로 후욱 들어오는 11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시계 소리와 초침 소리는 인생무상을 속삭이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로 나를 데려다 놓습니다. '11월의 마지막 날' 시 한 줄을 쓴 선배 작가 *김광선 님의 구절에서 '만일 우리에게 11월 31일이 주어진다면, 그 24시간 동안 아무 일도 잡념도 하지 않고 오직 한 해의 사소한 후회들을 소금물에 절인 무청으로 말려서 양지바른 처마에 걸어 두고 추억하리라' 했지요.

또다시 겨울이 시작되는 창 밖은 "쏴아아~투두둑~ 쏴아아~"의 반복음으로 이어집니다.
생의 시간은 깊고 푸른 우주의 블랙홀 속으로 무관심하게 흘러갈 뿐인데, 격투기 선수들의 몸부림은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내기 위한 펀치(Punch) 한 방에 모든 것을 걸었고, 그들 투혼의 몸부림은 시나브로 다혈질과 냉점함을 오가며 자본주의적 성취와 승리를 갈구하는 파이터로 살아온 내 모습으로 투영됩니다.

감사스럽게도, 내 힘의 범위를 벗어난 사건들과 시비로 인하여 흔들리고 비틀거리는 시간들의 연속이었지만, 육신의 건강함과 멘털(Mental)의 중심을 잃지 않겠다는 결심 하나로 인생이 준 소나기 블로우(Blow)와 굴욕의 한 방(punch)을 여러 번 맞아도 쓰러지지 않았지요.
30여 년 세월 매일 아침잠에서 눈 뜨면 5분간의 호흡과 명상으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졌고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지며 잠자리에 드는 연습을 매일 했지요.
이 단순한 질문들은 내 삶의 파도에서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거나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편히 주저앉아 패배를 받아들이고 싶을 때 다시 일어서는 등대가 되었고, 내 등대의 불꽃이 꺼지게 된다면 주변의 가족과 이웃들이 절망과 어둠 속을 헤매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과 사명감을 주었지요.
우리는 각자 자신의 링에서 이익을 얻든, 명예를 획득하든 또는 이타적 봉사를 하고 종교적 깨달음을 구하든, 사각의 링에 오를 때의 비전과 초심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인간이지요.
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특별하고 예민한 이유로, 승부가 끝나기도 전에 매몰찬 인생과의 사투에 길을 잃고 일어설 기력을 잃을 때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의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꺾이지 않는 청춘의 마음 아닐까요? 청춘은 나이와 무관한 태도와 질문의 문제 아닐까요?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증명하고 월드컵 응원 세리머니(Ceremony) *챔피언(2022 카타르 월드컵 주최자 FIFA에서 공식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전에서 기록한 붉은 악마의 목소리는 131데시벨(Decibel)로 압도적인 최고의 기록으로 남김) 자리로 등극한 대한민국 '붉은 악마'가 우리에겐 있으니까요.
우리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 어떤 부모를 만나든 인간으로서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나는 어디로 가는가"의 질문이야말로 인생의 한 방(Big Punch) 아닐까요?
코로나19의 유행과 함께 직장생활의 은퇴를 선언한 친구는 알고 보니 이미 5년 전부터 직장생활의 고단함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견디며 틈틈이 자신만의 한 방을 준비해 왔더군요. 서울 대도시의 편리한 삶을 갑자기 접은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의 주말 골프 약속을 접고 자신의 꿈인 유기농 프리미엄 채소농업 준비를 위해 농수산부 학습기관과 농장 후보지를 고독하고 집요하게 찾아다니며 농장 네트워크(Network)를 만들었지요. 지금은 '유기농 제품 무역 전문가'라는 한 방(Big Punch)으로 새로운 성장의 챔피언 벨트를 따냈지요.
격투기에서 힘과 주먹 펀치의 역부족으로 전반전을 시달리며 점수를 잃은 선수는 후반 상대가 지쳐서 잠시 주먹을 내린 틈을 타서 나만의 한 방 올려차기 킥으로 상대를 가격하여 승부를 단숨에 결정짓는 통한의 역전장면을 우울한 늦가을에 보았지요. 그 한 방을 위하여 상대방의 강약점을 반복 학습하였고 상대의 체력이 떨어진 후반까지 버틴다는 계산된 체력훈련을 하였고 후반전의 체력이 역전되는 시점에 발차기 한 방을 가격하기 위하여 수천번 수만번의 연습을 했다는 사실에 인간 세상에 준비되지 않은 한 방은 천재지변을 제외하곤 우리 인생에 이변은 없습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보잘것 없는 신이 살아 있는 한 감히 적은 우리의 바다를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말한 이순신 장군의 꺾이지 않는 마음과 전략적 삶을 좋아합니다. 월드컵 16강의 가능성 9%를 100% 승리로 이루고, 붉은 악마 응원단의 함성 한 방이 월드컵 챔피언으로 등극했는데 화답의 뜻으로 저는 저에게 다시 청춘의 질문을 던져 봅니다.
"나는 꺾이지 않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꺾이지 않고 포기하지 않을 것인가?"
라틴어 하비투스(Habitus)는 '습관'과 '수도승의 옷' 두 가지 다른 뜻을 의미합니다. 이는 수도승처럼 매일 기도하듯이 습관으로 수련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지 우리에게 생각의 단초를 제공하지요. 한때 성공한 CEO라는 평판은 과거의 이야기일 뿐 저는 전혀 즐기지 못하지요.
소유적 탐욕(Greed)이 아닌 동반성장의 야망(Ambition)에 이글거리는 마음~
이것이야말로 나이를 초월한 '진정한 청춘'을 표현하는 한 방(Big Punch) 아닐까요? 내가 지지하는 타인이 인생의 Big Punch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 지루하고 어둡고 길고 거친 파도를 힘께 견디고 옆에 있어 주는 열정과 나침반을 옆에 두고, 내 힘을 벗어난 풍랑을 만났을 때, 때로는 난파와 실패로 인한 포기와 좌절의 바닥을 치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비추도록 실패를 경험한 직장인들이 고슴도치와 같이 굴하지 않고 자존감으로 집중 성장하도록 경영자 코치(Coach as a Leader)로서 제 남은 생의 또 다른 한 방(Big Punch)을 연마합니다.

삶의 운동장은 나로 하여금 감당할 수 없는 우울과 좌절의 시련으로 밀어넣는 사생결단 격투기장 같지만, 내가 가진 나의 강점을 찾아내고 그 강점을 사랑하며 나와 타인이 공생하는 한 방을 찾아내는 마음이야말로 위대한 지구별 내 친애하는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 (Homo-Sapiens-Sapiens) 동족의 포기하지 않는 한 방 아닐까요?
오르는 내 나이와 물가 그리고 세금, 양극화와 앞이 보이지 않는 희망에 우울감을 피할 수 없는 요즘의 나날입니다. 그럴수록 "나는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는가?" 질문을 매일 암송하며 산책길을 나서 봅니다.
맑은 공기 깊은 호흡이 이 멋진 질문과 어울려 꺾이지 않는 '붉은 악마'의 함성으로 돌아와 다시 12라운드 후반전 전략적 게임을 시작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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