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과는 달리 예산안 거부권 없는 尹
국힘 보이콧, 준예산으로 벼랑 끝 전술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긴 가운데,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법률안도 더불어민주당이 부결시킬 법안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법안으로 극명하게 나눠지며 강 대 강 전선이 형성됐다.
2일 국회법에 따르면 예산안이 기안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한 경우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이에 정부가 제출한 2023년 예산안 원안과 함께 금융투자소득세·종합부동산세·법인세법 개정안 등 세입예산안 부수 법안도 본회의에 올랐다.
민주당은 당장 정부·여당의 예산안 원안을 수정한 최종안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산안 증액은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전액 삭감·감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하지 않아 야당 단독 처리도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수단은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는 증액은 포기하고 꼭 막아야 될 예산은 감액하는 것"이라면서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감액 수정안'을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민주당의 요구 조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본회의 가결을 앞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수용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밖에도 △법률이 아닌 시행령 기반으로 배정된 경찰국 예산 취소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용산공원 조성 사업비 삭감도 포함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의 수정 예산안을 '이재명표 예산'으로 규정하고, 집단 보이콧을 통해 준예산으로 맞서는 벼랑 끝 전술까지 고민하고 있다. 예산안은 법안과 달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준예산 사태가 발생하면 공무원 보수 지급, 공공기관 시설 유지, 예전부터 해오던 사업 등에 대해서만 올해 예산 금액에 준해서 지출 가능하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5조7000억원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되살아나는 반면 △청년 원가주택 분양사업(1조1400억원 규모) △소형모듈형원자로 개발 및 원전 수출 지원 △반도체 인력 양성 사업과 같은 윤석열 정부가 제출한 신규 예산 사업은 모두 중단된다.

정부 역점 사업 무더기 좌초 위기
금투세·법인세·종부세 野에 덜미
방송법·노란봉투법 '쓰나미' 직면
여야의 극단 대치로 예산안 원안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의 부결 대상이거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은 법안이 올해 마지막 정기 국회에서 쏟아지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공전을 거듭하다 본회의에 부의된 종부세 인하와 금투세 도입 유예안이 민주당이 만지작거리는 대표적인 부결 카드다. 거꾸로 민주당이 추진해온 법률안은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것들이 다수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방송지배구조 개선법(방송문화진흥회법 및 한국방송교육공사법 개정안)과 △전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에 상정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법률안이다.
또 이날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에 상정된 안전운임제 연장법(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도 업무개시명령과 함께 안전운임제 폐지 카드를 검토 중인 윤 대통령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법안으로 분류된다.
정치적 타협을 모색할 창구도 좁아진 상황이다. 현재 예결위원장인 민주당 우원식 의원, 예결위 여야 간사인 이철규·박정 의원과 기획재정부 2차관·예산실장, 예결위 수석전문위원 등 극소수 인원만이 참여하는 비공개 회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강경 발언이 외부로 분출되며 협상 가능성은 시계 제로다.
예결위 여당 간사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시도를 정면 겨냥 "무슨 지은 죄가 얼마나 많기에 검찰과 경찰의 발목을 묶어두고 감사원의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예산을 삭감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우원식 의원은 "여당이 예산안 심사에 협조적이지 않았다"며 "합의가 될 수 있는 건 처리하고 도저히 안 되는 건 불가피하게 원내대표 협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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