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3%p 인하안에 野 1%p로 배수진
투자 증가 전망하지만 실증 안 돼
전문가 "기업은 좋지만 복지 어려워"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를 마치고 있다. 가운데는 김진표 국회의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를 마치고 있다. 가운데는 김진표 국회의장. /연합뉴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법인세 인하에 대한 팽팽한 견해차를 보였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15일 제시한 최소 법인세 1%p 인하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언발에 오줌누기"라고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수용했다.

정부·여당은 법인세 인하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낙수효과'를 근거로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반면, 민주당은 연 이익 3000억원 초과 103개 기업이 이득을 보니 '부자 감세'라고 거부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사실일까. 여성경제신문이 팩트체크한 결과, 절반의 사실만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법인세를 낮춰주면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지고 우리 아이들의 일자리가 생긴다. 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라고 말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도 지난 10월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율 3%p 최고세율 인하는 경제규모를 단기적으로는 0.6%, 장기적으로는 3.39% 더 성장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IMF는 2019년 5월 펴낸 미국 500대 기업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감세 조치에도 투자는 충분히 증가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감세 정책 이후 기업은 보유 현금의 80%를 주주에게 배분했고 자본적 지출과 연구·개발 등 실질적 투자에는 20%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낙수효과는 미국에서 입증되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는 2017년부터 최고 35%가 적용되는 법인세율을 21%의 단일세율로 인하했다. 이후 미 의회는 감세 조치 이후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지만 기업과 초고소득층이 감세에 따른 대부분의 이익을 차지했다고 결론내렸다.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SNS에 쓴 글에서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며 "지금의 경제 상황은 법인세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안 하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 위기에 대처하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기업을 옥죄는 규제 철폐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법인세 인하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로 서민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낙수이론은 세계적으로 실현된 바 없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이미 실패로 판명 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9년 25%에서 22%로 인하한 이후 기업의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 투자 규모를 보여주는 총고정자본형성(민간부문) 통계를 보면 투자 규모는 2009~2012년 4년간 23조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직전 4년(2005~2008년)의 투자 증가 규모인 33조5000억원보다 오히려 10조원 이상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변수가 있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한 2010년 이후 설비투자와 고용이 대폭 늘어났으며, 이는 법인세율 인하의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현 정부 기획재정부는 해석한다. 

민주당이 부자 감세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기업 사내유보금(이익잉여금)의 증가액이 2009년 72조4000억원에서 2010년 94조4000억원, 2011년 165조3000억원으로 3년 연속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법인세 인하 비율이 부자 감세라고 잘못 부르는 대기업 감세보다 훨씬 크다"며 "이번 예산의 특징은 부채를 줄이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경제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는 여야의 법인세 대립에 어느 한 쪽의 주장을 손 들어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찬용 안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법인세를 인하하면 경제에 사실 도움이 되긴 된다"면서도 "단기적으론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소득 격차가 더 커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세금이라는 것은 원래 없으면 좋긴 좋다. 사치품에 세금을 매기면 소비가 확 줄어드는 등 경제 왜곡 현상이 나타난다"며 "법인세도 낮추면 기업은 확실히 잘 돌아가겠지만, 걷어서 오는 세수가 큰데 복지 재정을 충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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