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다수당 힘자랑, 여당은 정권교체 민심 역행
예산안 처리 불발, 국회선진화법 시행 8년 만 처음
김진표 국회의장 "최소한 양심도 없다" 여야 비판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여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최종 중재안도 보류했다. 여야의 지난한 수싸움에 법정처리 시한인 정기국회 폐회일(9일)에 이어 김진표 국회의장이 정한 2차 시한도 결국 넘겼다. 더불어민주당은 단독 수정안을 처리 할 경우 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예산안 공회전은 연말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16일 국회의장실에서 가진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정치하는 사람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 취약계층을 도우려고 하는 '쓰레받기'를 국회가 붙잡고 늘어지는 것 아니냐"며 고성을 내지르며, 오늘 중으로라도 여야의 합의를 촉구했다.
김 의장은 "15일 마지막 중재안을 내놓고 합의안을 만들어 줄 수가 없다. 오늘도 타결이 안 되어서 참 걱정"이라며 "서운하기도 하고 잘 아시는 것처럼 경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어려운 사람은 취약계층인데 취약계층을 위한 중앙정부 예산은 그 자체로 집행할 수 없다. 지자체 예산과 매칭해야 한다"며 "지자체법 186조 광역단체는 오늘까지 예산을 마무리해야 하고, 기초단체는 21일까지 하게 되어 있다. 그래야 구정 전까지 복지 예산이 지출돼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의 말에 여야 원내대표들은 수긍하는 듯 보였지만, 여전히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시간이 초과해 협의 못해서 국민께 죄송하다"면서도 "국민의 뜻에 따라 새 정부가 들어온 상황이다. 경제 위기나 이런 것은 정부가 경제 상황이라든지 재정 운영이라는 것은 더 잘 안다. 헌법이나 법률에서 정부에 예산 운영 주도권을 준다"며 민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김 의장의) 중재안이 민주당 원칙에 맞지 않더라도 결국 경제 위기와 국민 민생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수용했던 것"이라며 "야당도 민생의 어려움을 위해서 양보해서 결단하는데 집권여당이 고집으로 상황과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본지에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이미 지난달부터 시일을 넘길 것으로 다들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협상되길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12월 말까지 가게 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당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추가 예산 협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 수용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더이상 협상의 진전은 없을 것으로 보고, 또다시 여야 간 추가 협의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민주당은 논의가 계속 길어질 경우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원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여야 모두 민생이 걸려 있는 예산안 처리를 정치 투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정권 교체에도 야당은 이재명표 예산 관철에 골몰하고 여당은 여당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고 본인들의 책임방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정기국회 안에 처리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