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기본권 억압 vs 국민경제에 피해
이날 환노위 법안소위서도 여야 격돌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왼쪽)과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제17차 국제노동기구(ILO) 아태 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ILO 홈페이지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왼쪽)과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제17차 국제노동기구(ILO) 아태 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ILO 홈페이지

한국의 노사가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격돌했다. 특히 화물연대 파업과 국회에서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과 맞물려 첨예한 신경전이 오갔다.

제17차 ILO 아태 총회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하고 복원력 있는 인간중심의 회복'이라는 주제로 6~9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다. 아태·아랍지역 각국의 노사정 대표가 참석한 이 자리에서 노사는 국내 현안을 회의 테이블에 올리며 격론을 펼쳤다.

지난 6일 오후 본회의에서 한국 노동자 대표 자격으로 기조연설에 나선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강경 대응은 "노동기본권 억압"이라고 규탄했다.

ILO 해석과 국내법 간에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이 파업권이다. 윤 부위원장은 내년 4월부터 실질적 효력을 가지는 ILO 협약 29호(강제노동 금지)를 언급하면서 "정부가 강제노동에 해당하는 '업무개시명령'으로 파업권을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정부의 노동기본권 억압이 아태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특별한 주목을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도 비판했다. 윤 수석부위원장은 "교섭당사자(사용자, 노동자) 정의 확대하고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하는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나서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토로했다.

반면 7일 경영계 대표로 연설한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노란봉투법 통과 시 단체행동권 제한이 사실상 사라져 근로조건과 상관없는 기업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파업도 가능해진다"는 우려를 전했다. 

이 부회장은 그러면서 "노조의 단결권이 강화된 만큼 힘의 균형 회복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노동쟁의 시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용자 형벌 규정 삭제 등 사용자 대항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한국에서는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로 기업활동과 국민경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며 "화물운송은 국가 경제와 민생 유지를 위해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선 노조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야당은 노란봉투법 제정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정기회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한 반면, 국민의힘은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맞섰다.

야당이 다수인 상임위 차원에서 여당이 법안 추진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법사위원회로 넘어가더라도 김도읍 의원이 법사위원장으로서 시간을 끌 수 있는 것은 최장 60일이다. 법사위 통과가 좌초하더라도 민주당은 소관 상임위 재적 위원의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법안을 본회의에 올릴 수 있다.

이승길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ILO 핵심협약 87호와 98호는 결사의 자유 아래 단결권과 같은 개념으로 노동조합 만드는 것은 좀 자유롭게 만들어라는 뜻인데 노란봉투법 등 한국의 입법 방향을 보면 최후의 수단인 '단체행동권'만을 강조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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