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국민내일배움카드로 신청한 교육과정
중장년의 새로운 도전 위해 필요

“국민내일배움카드로 프로그래밍에 필요한 컴퓨터 언어들을 배우고 있는데요. 학원도 지역마다 있고, 시간 선택도 편하게 할 수 있어서 퇴근 후에 강의를 듣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IT 관련 강의도 많지만, 요리나 사진 같은 다양한 분야의 강의도 많이 개설되어 있어요. 홈페이지에 한번 들어가 보세요.”
웹사이트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있는 회사 동료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걸 이용해 교육받고 있는 경우는 내 주변에서는 처음이었다. 디지털 파트의 팀장으로 개발 파트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해왔지만, 50대에 접어드니 익숙한 전문 분야에서도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계속 업데이트되잖아요. 후배들하고 같이 일하려면 현재 운영되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그들만큼은 알아야 하는데, 일 끝나고 독학하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일주일에 두 번 퇴근 후 근처 학원에 가서 듣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어요. 강의실에 앉아서 배운다는 자체가 일하는 데 리프레시도 되고, 무엇보다 지원해 주니까 양질의 교육을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어 아주 좋더라구요.”
아, 나도 배워보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영상편집 기술을 익혀 직접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보고 싶었다. 매번 PD의 편집 스케줄을 체크하며 콘텐츠가 언제 업로드될지 애만 태울 게 아니라 간단한 편집은 직접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동료로부터 어떻게 신청하면 되는지 자세히 듣고 고용노동부 직업훈련 포털 HRD-Net(hrd.go.kr)에서 카드 발급신청을 했다. 국민내일배움카드는 학생, 근로자, 자영업자, 실업자 등 취업하고자 하는 사람은 물론 자기개발이 필요한 사람에게 5년간 300만~500만원 한도의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훈련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지원대상 지급요건에 맞아야 하고, 수업 출석률이 80% 이상이 되어야 한다).
전기 기능사, 산업기사, 컴퓨터, 미용, 바리스타 등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과정은 물론 회계, 재무 관련 교육, 영상편집, 프로그래밍 관련 교육 등 다양한 훈련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며칠 후 신청한 은행에 가서 카드를 발급받은 후(국민내일배움카드는 통장이 계설된 은행의 카드와 연계해 발급받아야 한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주말에 들을 수 있는 영상편집 과정을 검색했다. 듣던 대로 다양한 지역에 개설된 강의 프로그램이 안내됐다. 학원마다 강의 내용에 조금씩 차이가 있어 영상편집의 기초인 프리미어와 애프터 이펙트 활용 기본 과정으로 다시 좁혀 찾아봤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을 찾아 수업 신청을 했다.
검색하다 보니 컴퓨터 활용은 물론, 평소 관심이 있었던 조리사, 요양보호사 등 자격증을 딸 수 있는 다양한 과정들이 개설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앞서 나에게 과정을 추천해준 팀장처럼 업무 역량을 향상하고 싶은 직장인은 물론 일자리를 구하거나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 은퇴 후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하는 중장년층 등 각자 목적에 맞는 학습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영상편집 과정을 마치면 내년에는 바리스타 자격증에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첫 수업을 시작했다. 함께 과정을 신청한 후배가 먼저 와 있었다. 과정을 찾아보며 영상을 배워보고 싶다는 후배가 떠올라 이런 교육과정이 있다는 걸 전했고, 후배 역시 ‘너무 좋은 기회네’하며 카드를 발급받았다. 이직을 준비하고 있던 차라 그렇지 않아도 시간을 두고 관심 있던 분야의 강의를 듣고 싶었다고 했다.
강의실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데스크에서 전해준 두꺼운 교재를 들춰보며 기대를 가지고 강사를 기다렸다. 프리미어 프로와 애프터 이펙트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어도비 프로그램 안내부터 강의는 시작됐는데 사무실에서 어깨너머 작업하는 모습들은 자주 봐왔기에 낯설지는 않았다.
요청만 하던 일을 실제 해볼 수 있다니, 왠지 설렜다. 처음 조작해보는 프로그램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강사의 이야기대로 컷을 자르고, 이어 붙이고, 음악과 자막을 넣는 작업을 하나씩 하다 보니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20초짜리 유튜브용 영상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제 나도 편집을 할 수 있네, 뿌듯한 마음에 만들어 놓은 영상물을 계속 다시 들여다봤다. 역시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건 긴장감과 만족감, 기대감을 주는 행위다.
수업을 마치고 오랜만에 만난 후배와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첫 수업 시간에 만들어 본 영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후배의 휴대폰과 내 휴대폰이 동시에 울렸다. “안녕하세요, 여기 학원인데요. 오늘 수업 들으셨는데, 출결 상황이 안 찍혀 있어서요. 나가실 때 카드 찍으셨어요?”
세상에, 수업을 마쳤다는 뿌듯함에 신나게 문을 나섰는데 정작 필요한 퇴실 확인을 안 했나보다. “바로 다시 올라갈게요!” 무엇이든 잘 잊어버리는 오십 대 두 여자가 깔깔거리며 다시 학원으로 향했다. “역시, 나이는 못 속여.” “중요한 출석 체크도 안 하고 그냥 나오다니, 하하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왠지 젊어진 느낌이었다. 출석이 필요한 학생이라니, 정말 오랜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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